마당 깊은 방 북설악황토마을
황태로 유명한 인제의 용대리에 위치한 북설악 황토마을은 먼 길 떠나온 여행자에게 엄청난 위안을 건넨다. 황토로 만든 집 위에 너와를 얹은 강원도식 한옥과 정성스럽게 가꾼 드넓은 마당이 오롯이 내 것이 된다. 어린 시절 시골집에 내려와 모든 긴장을 풀고 누운 느낌이다. 구들장이 있는 방안의 향기는 할머니의 안방 윗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얼굴만 내밀고 맡던 공기를 고스란히 닮았다. 코끝으로 들어오는 장작 탄 냄새가 따뜻하고 편안하다. 문을 열고 앞마당이 보이는 툇마루에 앉았다. 푸른 잔디 사이사이로 나리, 꽃잔디, 창포 붓꽃 등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옆집과의 경계를 두기 위해 세운 대나무 담 사이로 예쁜 고양이 한 마리가 유유자적 거닌다. 뒷산에서 뻐꾸기 여러 마리가 서로의 안부를 차례로 묻고 답한다. 진짜로 대화하는 듯, 다채로운 운율의 소리를 낸다.
마당 너머에는 북천이 흐른다. 진부령과 한계령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숙소 앞에서 만나 소양강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간다. 북천의 좁은 물길은 숙소 옆으로 놓인 다리를 통해 건넌다. 봄, 가을, 겨울에는 다리를 통해 건너도 되지만 여름이면 숙소 앞마당에 놓인 돌계단을 통해 내려가 발을 적셔가며 건너도 좋겠다. 개천을 건너야 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늘어선 솔밭공원이 펼쳐져 있어서다. 푹신한 솔밭 길을 걷다 보면 솔숲 사이 드문드문 진부령의 장쾌한 산세가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문을 열고 나서면 툇마루, 꽃밭 가득한 마당, 북천과 솔밭, 산마루가 중첩돼 펼쳐지는 풍경에 가슴 벅차다.
앞마당에는 가마솥과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그릴이 마련돼 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라면 이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겠다. 언젠가는 꼭 누군가와 함께 와 감자, 고구마, 고기를 배부르게 구워 먹고 툇마루에 앉아 별을 봐야겠다. 홀로 온 여행자의 허기는 숙소에서 함께 운영하는 식당 '소풍'에서 달래면 된다. 황태구이정식, 들깨수제비 등 감칠맛 나는 메뉴들을 낸다.
귓속말 tip
간장을 사자. 이 집은 40년 넘은 씨간장을 쓴다. 매년 콩으로 메주를 쑤고, 안성의 장인이 만든 가마솥에 군불을 때 끓인 새 간장을 씨간장과 섞는다. 이 정도면 장이 아니라 약이다.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황태길 333
전화 033-462-1574
홈페이지 m.blog.naver.com/mudyellow
체크인 오후 1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가격 황토너와 14만원, 설악 11만원, 매화 5만원
체험프로그램 통나무굴리기 체험 4인 이상 2만5000원, 트래킹체험 4인 이상 무료
주차 가능 취사 가능 장애인 객실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