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 만추라고 하기도 초겨울이라고 하기도 어중간한 겨울로 가는 길목이다.
오후에 산책하고 싶어 서오릉으로 갔다. 조선 왕조의 왕과 왕비들이 잠들어 있는 곳, 꽃들도 단풍도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지만 잘 다듬어진 산길을 산책할까 생각하면서. 서오릉 입구에 들어갈 때가 오후 3시, 2시간이면 한 바퀴 돌며 걸을 수 있다. 걷기 좋은 산길에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대부분 노부부가 서로 의지하면서 걷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거나 등짐을 지고서.
때로는 친구나 젊은 연인들도 보였다. 앞서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희한한 것은 하나같이 다정한 모습들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뒷모습이 있다.
얼굴은 꾸밀 수 있지만
뒷모습은 살아온 흔적과 자세를 드러낸다.
간혹 혼자서 가는 사람도 있지만
둘이 나란히 손잡고 가는 모습이 더 좋았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 노은
누구에게나 뒷모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감추거나
꾸밀 수 없는 참다운 자신의 모습이다.
그 순간의 삶이
뒷모습에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볼 때
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면
내 발걸음도 경쾌해진다.
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을 바라보노라면
내 마음도 울적해진다.
얼굴이나 표정뿐만이 아니라
뒷모습에도 넉넉한 여유를 간직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면 이 세상은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지 않겠는가.
앞을 향하여 걷기에도
바쁘고 힘겨운 삶이지만,
때때로 분주한 걸음을 멈추어 서서
뒤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 / 박철 목사 카페에서]
한 시간쯤 걸었을까. 소나무길을 지나 언덕 넘어 서어나무길 4지점쯤 내려갔을 때 경내 방송이 크게 흘러나왔다. '맷돼지가 출현했으니 서둘러 퇴장하라'고, 이제 겨우 절반 걸었는데
어디 피할 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쁘게 나가봐야 한 시간 전에는 어려운데
서두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그냥 걷던 속도로 걸으면서 보이는 대로 사진을 담았다. 고개를 넘어 장희빈 묘를 지나오는데 직원이 작업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빨리 퇴장하라고 독촉했다. '그렇게 사진 찍으면 언제 퇴장하느냐'고. 그래도 걸어 나가는 길인 걸.... 5시경 어둠이 내리기 전 주차장에 도착했다. 저기 높은 나무꼭대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