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성장한 청호나이스, 해외 칼라일 사모펀드 품으로
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 정수기 산업 세대교체 가속
정휘동회장 사망, 상속세와 친족간의 지분경쟁으로
국내 정수기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청호나이스가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 국내 정수기 산업이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Carlyle)이 우리나라 정수기분야의 국내시장 5위이며 정수기역사에서 웅진코웨이(1989년) 다음으로 긴 연륜을 지닌 청호나이스(1993년)를 인수한다. 청호가 해외 사모펀드회사에 매각되면 국내 정수기 업계에서는 최초로 해외사모펀드사로 넘어가게 된다.
국내 정수기 산업이 중소기업 중심의 기술개발 시대를 지나 대기업과 글로벌 투자자 중심의 산업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기업을 사서 경영을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인 뒤 몇 년 후 되파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투자회사인 칼라일에게 매각은 청호가 처음이다.(웅진코웨이는 국내 펀드사인 MBK에게 매각한바 있다.)
사모펀드가 가장 군침을 흘리는 환경산업 분야는 소각사업과 매립사업이었으나 정수기분야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청호나이스는 1993년 설립 이후 웅진코웨이(1989년)에 이어 국내 정수기 산업을 대표하는 정수기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역삼투압(RO) 정수기 기술을 국산화하며 국내 정수기 시장을 개척했고, 물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토종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정수기 산업은 1980년대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과 시장 개척을 주도했다. 2000년대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SK매직, 쿠쿠홈시스, 교원 등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산업 구조는 빠르게 변화했다. 특히 SK그룹은 2016년 동양매직을 인수하며 정수기 사업에 본격 진출했고, 현재 국내 시장은 대기업 중심의 경쟁 구도로 재편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웨이다. 웅진그룹은 건설사업 확대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후 웅진이 다시 인수했지만 1년 만에 게임기업인 넷마블에 경영권을 넘기면서 국내 대표 정수기 기업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청호나이스의 매각 배경은 기존 기업 매각 사례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정휘동회장의 사망 이후 대규모 상속세 부담과 상속 문제, 가족 간 지분 관계, 향후 경영권 안정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배구조 재편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3년간 흑자기업인 청호나이스는 지난 2025년 설립자며 최대주주인 정휘동 회장의 급작스런 사망과 3천억원의 상속세에 대한 부담, 정휘동 회장의 전처 소생 아들인 정성훈씨의 상속 소송, 정휘동회장의 친동생인 정휘철 부회장(8.18%)의 경영권 문제등이 겹쳐지면서 사모펀드에 매각을 결정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정 전 회장이 생전에 보유했던 청호나이스 지분인 75.1%는 부인인 이경은 회장(의사)과 아들 정상훈씨에게 상속됐다.
창업주가 보유했던 지분은 유족에게 상속됐으며, 가족회사인 마이크로필터와 친족들이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속인을 둘러싼 유류분 및 상속재산 분할 소송이 진행될 경우 지분 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호는 철저한 가족회사로 2000년대 초반에는 정휘동 62.6%, 장모 양영옥(2.7%), 동서 김영권(2.7%), 친동생 정휘철 0.6%, 기타주주 31.4% 였으나 2022년에는 정휘동 75.10%, 정휘철 8.18%, 마이크로필터 12.99%, 기타주주 3.73%로 변화되었다.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핵심 필터를 생산하는 마이크로필터를 비롯해 부품 소재 계열사인 MCM, 중국정수기 합자법인 미디아청호정수설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5개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 가족 중심의 경영체제를 유지해 온 점도 이번 지배구조 변화의 특징으로 꼽힌다.
한편 청호나이스는 최근까지 경쟁사와의 지식재산권 분쟁도 이어왔다. 청호나이스가 코웨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되며 청호나이스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2022다265123)
얼음정수기의 개발은 청호나이스가 가장 자랑하는 핵신상품이어서 반드시 승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정휘동 회장에게는 정신적 충격이 컸다. 이어 공기청정기 디자인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진행되면서 코웨이와 청호의 경쟁은 제품 개발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단순한 기업 소유권 변경을 넘어 국내 정수기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한 뒤 대기업이 시장을 확대하는 흐름을 넘어 이제는 글로벌 사모펀드가 국내 생활가전 산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청호나이스가 얼음정수기 이후 새롭게 출시한 커피머신얼음정수기에서 이상물질이 검출되어 사회적 혼돈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사업보고서 및 공시자료를 보면 2025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상당한 폭으로 줄어든 현상이 목격되기도 했다.(영업이익:24년 670억원-25년 453억원/당기순이익 :24년 679억원-25년 565억원)
2016년에는 코웨이 정수기에서 얼음을 만드는 냉각 부품의 니켈 도금이 벗겨져 니켈이 물이나 얼음에서 검출되었다. 코웨이는 공식 사과하고 제품 교환, 환불(해약), 회수 등의 조치를 시행한바 있다.
향후 해외 투자자의 경영 참여가 청호나이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지, 또는 국내 정수기 산업의 경쟁 구도와 연구개발 투자의 축소와 전문인력의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와 환경국제전략연구소는 대기업등 정수기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중에서 클로로포롬, 질산성질소, 과망간산칼륨소비량, 붕소, 알루미늄, 셀레늄, 나트륨등이 기준보다 초과 검출되고 심지어 누수와 탁도에서 부적합판정을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 심도 있는 진단과 소비자건강을 위한 집중적인 분석을 할 예정이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박남식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