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경주 대회, 사이배슬론(Cybathlon)
공상 2020 Winter(Vol. 34)
공상 = 공대상상 예비 서울공대생을 위한 서울대 공대 이야기
글: 길혜교, 건설환경공학부 2 / 편집: 장도현, 재료공학부 3
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공학이 어떤 분야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공학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에게 유용한 제품을 만드는 학문인데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도 공학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불편한 몸 부위에 기계를 결합하여 인간과 기계의 결합체인 사이보그 기술로 불편함을 해소시켜 주는 공학적 방법입니다. ‘사이보그’란, 기계와 인간의 결합체인 인조인간을 뜻하는 단어인데요. 1960년 책 『사이보그와 우주』를 통해 최초로 도입된 개념인 사이보그는 이후 각종 SF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며 미래 사회를 대표하는 기술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미래에는 기계와 인간이 결합된 사이보그가 우리와 함께 생활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많이 들 하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사이보그 기술은 어느 정도로 발전되었을까요? 놀랍게도 사이보그 대회가 열릴 정도로 사이보그 기술은 기술적으로, 대중적으로 크게 발전한 상태입니다. 사이보그 대회인 ‘사이배슬론(Cybathlon)’은 벌써 두 번째 경기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사이배슬론 대회에 대해 더 알아볼까요?
‘사이배슬론’은 인조인간을 뜻하는 ‘사이보그(Cyborg)’와 경기를 뜻하는 라틴어 ‘애슬론(Athlon)’이 합쳐진 단어로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로봇, 컴퓨터 등과 같은 생체공학 보조장치의 도움을 받아 경기를 겨루는 국제대회입니다. 사이배슬론 대회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 Zurich)이 주최하며, 2016년 제1회를 시작으로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며, 2020년 제2회 대회인 ‘사이배슬론(Cybathlon) 2020’이 개최되었습니다. 본 대회의 출전 선수들은 ‘파일럿(pilot)’이라 칭해지고, 파일럿을 포함해 기계를 만든 공학자들이 팀 단위로 출전하는 방식입니다. 본래 2020년 5월에 개최 예정이었던 대회는 코로나19에 영향으로 연기되었고 드디어 2020년 11월 13일부터 11월 14일까지 팀 각각이 자신들의 경주를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스위스 취리히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사이배슬론 대회는 일상에서 필요한 작업 활동과 필수 개발 기술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총 6가지의 종목으로 시행됩니다. 제1회 대회와 비교할 때 종목 각각의 큰 목적은 유지하나, 인간의 필수 활동들을 방향으로 삼아 종목들을 개발, 수정하며 발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들이 있을까요?
첫 번째로 ‘뇌파 장애물 경주(BCI race)’는 파일럿들의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 프로그램 내에서 장애물 경주를 진행하는 종목으로, 컴퓨터, 휠체어 같은 필수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더욱 개발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전기 자극 자전거 경주(FES bike race)’는 전기 자극으로 척수 손상 환자의 근육 수축을 유발해 페달을 밟아 진행하는 자전거 경주입니다. 2016년에는 750m를 8분 이내에 도달하는 경주였으나, 이번 제2회 대회에서는 경주 거리가 1,200m로 늘어 더욱 효율성 높은 전기 자극의 기술이 요구됩니다.
세 번째 종목은 ‘의수 경기(Powered arm prosthesis race)’로 팔 부위가 없는 파일럿들이 기계 팔 보철을 사용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종목입니다. 의수 분야는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송하고 물체의 터치감을 전달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어 왔습니다. 대회에서도 이러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빵을 자르거나 세탁을 거는 행위를 포함한 6가지의 임무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네 번째로 ‘의족 경기(Powered leg prosthesis race)’는 다리 부위를 기계 보철로 대체해, 일어나거나 계단을 오르는 임무를 수행하는 종목입니다. 의족 분야는 양 다리의 정밀한 균형과 정확한 제어를 목적으로 개발되어 왔으며 의수 경기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6가지의 임무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다섯 번째로 ‘전동 휠체어 경주(Powered wheelchair race)’는 파일럿이 조이스틱, 혀 제어, 터치 패드 등을 이용해 휠체어를 자신의 의도대로 이동시켜 여섯 가지 임무를 빠르게 해결하는 종목입니다.
마지막으로 ‘로봇 외골격 경주(Powered exoskeleton race)’는 척수 손상 환자가 외골격 기계를 입고 총 6개의 장애물 지형을 제한 시간 10분 안에 완주하는 종목입니다. 이렇게 사이배슬론 대회는 총 6개의 종목으로 진행되고, 각각의 종목은 장애인 보조 장치 기술의 목표 방향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윗줄: ▲ 뇌파 장애물 경주 ▲ 의족 경기 / 중간줄: ▲ 전기 자극 자전거 경주 ▲ 전동 휠체어 경주 / 밑줄: ▲ 의수 경기 ▲ 로봇 외골격 경주
(사진 출처: https://cybathlon.ethz.ch/en/races-and-disciplines.html)
‘사이배슬론 2020’에는 우리나라의 여러 팀들도 다양한 종목으로 참여했는데요. 2016년 제1회 대회에서 로봇 외골격 경주 종목 동메달을 차지했던 ‘엔젤로보틱스(Angel Robotics)’는 이번 대회에서도 동일 종목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대회에서 사용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를 개선하여 ‘워크온슈트 4’를 개발하였는데요. ‘워크온슈트 4’는 계단, 오르막, 문 열기 등의 장애물에도 어려움 없이 움직임이 가능하고, 기존 웨어러블 로봇의 문제점이던 로봇의 무게를 착용자가 부담해야 했던 점을 개선해 오랫동안 활동해도 힘들지 않도록 발전되었습니다. 또한 사용자 개개인의 특성과 지면 상태에 따라 로봇을 제어하여 30걸음 정도 걸으면 로봇이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보행패턴을 지원하는 기술도 도입하였습니다. 이외에도 한국척수장애인협회(KSCIA)에서 로봇 외골격 경주 종목으로 출전 의사를 밝혔고, 중앙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천대학교의 팀 ‘BeAGain’은 FES race 종목으로 출전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사이배슬론 2020’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사이배슬론 대회의 주요 목적은 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술의 연구, 개발 촉진입니다.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촉진되는 보조 기술의 연구로 보행보조 로봇과 신체를 대체하는 의수, 의족들이 대중적으로 더 빠르게 보급되는 미래를 바라봅니다. 앞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 기술이 더욱 발전되어 공학으로 모든 인간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
▲ 워크온슈트
(사진 출처: http://angel-robotics.com/en/)
참고 자료
1. Cybathlon https://cybathlon.ethz.ch/en/races-and-disciplines.html
2. ANGEL ROBOTICS http://angel-robotics.c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