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길을 가며
이수광(李睟光)
강기슭의 버드나무는 사람을 반겨 춤추고
숲속의 꾀꼬리는 길손의 노래에 화답하네
비 갠 뒤 산은 생기가 넘쳐나고
따뜻한 봄바람에 풀은 파릇하게 돋아나네
경치는 시 속의 그림이요
샘물은 악보에 없는 거문고 가락을 타네
길은 멀어 가도 가도 끝이 없고
해는 멀리 서산마루에 걸렸네
도중(途中)
岸柳迎人舞(안류영인무) 林鶯和客吟(임앵화객음)
雨晴山活態(우청산활태) 風暖草生心(풍난초생심)
景入詩中畵(경입시중화) 泉鳴譜外琴(천명보외금)
路長行不盡(노장행부진) 西日破遙岑(서일파요잠)
[역사이야기]
조선 중기 때의 중요 관직을 지낸 문인으로 호는 지봉(芝峰)이다. 그는 세 차례나 명나라에 서신으로 다녀올 정도로 관료로서 역할이 컸다. 특히 임진왜란과 정묘호란을 치르고 광해군 때의 정치적 갈등과 인조 때의 이괄의 반란의 어려운 정국에서도 당쟁에 휩쓸리지 않았다.
성리학의 이론적 분석과 논변이 조선 후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했지만 지봉은 이러한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탐색했다. 그는 철학적 기본 문제에 있어 심성의 이기론적 개념 분석이 아니라 수양론적 실천 방법의 탐색에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저서로 『지봉유설(芝峯類說)』과 『지봉집(芝峯集)』이 있다.
출처 : 한시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