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다시 생각한다. 내일 106주년 삼일절
◀절정(絶頂)+광야(廣野) ✱이육사(李陸史)의 시 ◼주세페김 (랑코리아)
◀서시 ✱윤동주(尹東柱)시 ◼고성현(바리톤)
◀무서운 시간 ✱윤동주 시 ◼정민성✕고영렬✕존노✕김바울 (팬텀싱어 시즌 3)
◀님의 침묵 ✱한용운(韓龍雲)시 ◼박준영✕한혜진
◀대한이 살았다 ◼해음
◉2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은 3월 첫날, 통상 봄이 시작되는 것으로 여기는 날입니다.
동시에 106주년 맞는 삼일절입니다.
우리 민족이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며 일본의 식민 통치에 항거한 날입니다.
독립선언문을 통해 독립 의지를 세계에 알린 성스러운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일(聖日)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올해 삼일절을 착잡한 심정으로 맞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라의 앞날이 어디로 흘러갈지 불확실합니다.
국론도 갈라져 있습니다.
나라의 앞날, 국민의 편안함보다는 정파의 이익과 논리에 빠져 있는듯한 모습이 자주 보이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숱한 어려움과 고난을 이겨온 저력이 있습니다.
지금의 고난 역시 슬기롭게 잘 넘기리라 믿으며 3월을 맞이합니다.
◉대체휴일까지 포함한 삼일절 사흘 연휴입니다.
봄이 오는 길목의 연휴 동안 조국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그 과정에 일제 강점기 그 혹독한 시기에 펜을 들어 맞섰던 저항 시인 세 분의 노래가 된 시를 만나봅니다.
고난의 세월 속에서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다가 떠나간 그분들의 삶과 시 속에 어려움을 이겨내는
한 조각 답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기운을 받아 이제 시작되는 봄과 함께 편안하고 따스한 햇살이 자유 대한민국에 스며들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항시인 이육사의 본명이 이원록(李源祿)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39년 사는 동안 열일곱 번이나 옥살이했던 그가 자신의 수인번호 육사(陸史)를 호로 내세워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264호’는 그가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에 연루돼 대구형무소에서 1년 7개월 옥고를 겪을 때의 수인 번호입니다.
그 자체로 이육사(264)가 됐습니다.
◉이육사는 윤동주, 한용운과 함께 대표적인 저항 시인으로 꼽힙니다.
그 가운데 펜과 총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한 인물이 바로 이육사입니다.
의혈단으로 만주벌판을 누비기도 하고 펜을 들어 암담한 현실을 헤쳐 나갈 의지를 펼쳐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시 두 편을 노래 속에서 만나봅니다.
‘절정’(絶頂)과 ‘광야’(廣野), 바로 그의 대표작입니다.
1937년부터 동인지 ‘자오선’에서 활동하며 이 시와 ‘청포도’ 등 대표 시들을 내놓았습니다.
◉‘절정’은 육사가 1940년 발표한 시입니다.
일본을 겨냥한 저항을 보여주며 암울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시입니다.
지난 2011 이육사의 일대기를 담은 2부작 TV 드라마의 타이틀이 이 시의 제목 ‘절정’이었습니다.
이 시에 나오는 구절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다'에서 이육사의 일대기를 다룬‘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칼날 위에서 노래하다,' 라는부제(副題)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이육사의 삶을 대변하는 대표 시입니다.
◉광야(廣野)는 교괴서에도 실려있는 잘 알려진 시입니다.
만주 들판을 휘저으며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육사의 모습이 시 속에서 어른거립니다.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조국 광복을 염원하는 미래지향적인 신념이 담긴 저항 시입니다.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겠다는 구절은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반드시 밝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육사는 조국 독립 한 해 전인 1944년, 베이징 일본총영사관 교도소에서 옥사(獄死)합니다.
어렵게 수습된 그의 유해가 고향인 안동에 묻힌 것만 해도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됩니다.
평생을 조국에 헌신한 그의 나이 서른아홉 살이었습니다.
◉악단 ‘랑코리아’의 대표인 주세페 김은 성악을 내려놓은 성악가입니다.
성균관대를 나와 이탈리아 산타 체치리아 음악원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는 정체성이 담긴 한국적 음악을 실현하기 위해 악단을 꾸려 의미 있는 활동을 10년 이상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인 소프라노 아내가 그를 돕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유명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을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나라에 헌신한 잘 알려지지 않는 위인의 삶을 뮤지컬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육사의 ‘절정’과 ‘광야’입니다.
https://youtu.be/TutsDeVXnIM?si=W6iquEk0DEuHPOt-
◉이육사는 강인하고 비장한 자세로 극한에서 행동한 저항 시인입니다.
그에 비해 무장투쟁에는 나서지 않은 윤동주입니다.
대신 윤동주는 특유의 감성과 삶에 대한 고뇌를 바탕으로 독립에 대한 소망을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부끄러움과 반성, 기독교적인 희생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 서시(序詩)에는 떳떳한 삶을 살겠다는 윤동주의 다짐이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 회고를 넘어선 인간 본연의 고뇌를 아름다운 자연에 비추어 단순한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제목이 없어 원래 무제(無題)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머리에 등장하면서 첫머리 시, 즉 ‘서시’(序詩)라는 제목을 얻었습니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에 맞춰 작곡가 정진채가 곡을 붙인 ‘서시’를 바리톤 고성현의 중후한 음성으로 듣습니다.
https://youtu.be/dXyDvS1ZYfs?si=iRXfrzHwmcsNQ3Pk
◉윤동주 시 ‘무서운 시간’에는 일제 강점기를 살다 간 윤동주의 고뇌와 고통이 들어 있습니다.
무서운 시간을 살면서 어쩌지도 못하는 지식인의 나약함을 토로하는 한(恨) 서린 시입니다.
민족 말살 정책이 극심했던 1940년에 강제징용을 앞두고 쓴 시입니다.
가슴으로 전해지는 이 시를 작곡가 김주원이 곡을 붙여 가곡으로 만들었습니다.
◉팬텀싱어 시즌 3 무대에 이 노래가 경연곡으로 등장했습니다.
소리꾼 고영렬이 중심이 돼 엮어가는 이 노래는 ‘라비던스’가 결성되기 전 ‘포송포송’이란 팀의 이름으로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지금 라비던스 팀에서 황건아의 자리에 정민성이 들어갔던 팀입니다.
시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자료 섭렵 등의 노력을 거쳐 고통의 시대를 산 선인들의 정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고영렬의 판소리 창법으로 토해내는 한의 정서가 노래를 이끌어 갑니다.
간주 국악 구음을 마치 재즈의 스캣처럼 부리는 장면도 눈길을 끕니다.
정민성, 김바울의 묵직한 저음에 존노의 아름다운 고음이 보태지면서 한의 아픔이 서립니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윤동주는 조국 독립 반년을 앞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생을 마감합니다.
나이 스물일곱 살이었습니다.
https://youtu.be/jFPQRDPKmu8?si=zQW1QAtij9hYWtd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은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을 한 33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승려로서 독립운동가로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줄곧 주장해 온 자랑스러운 선인입니다.
3.1 운동 사건 후 서대문 교도소에서 3년 복역하는 동안에도 조선 독립의 서(朝鮮獨立之書)를 지어 독립과 자유를 주장했습니다.
◉복역 후 1926년에 시집 ‘님의 침묵’을 발표합니다.
만해를 대표하는 이 시를 시작으로 그는 저항 문학에 앞장서게 됩니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는 이 시는 기존의 시와 시조 형태를 깬 산문시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님이 떠나 버린 슬픔을 호소하는 독백형식의 시를 경어로 사용해 호소력을 높인 시입니다.
이 시는 이별과 이별의 슬픔을 재회로 역동적으로 바꿔 놓습니다.
이 시와 관련해서는 숱한 해석과 풀이가 있습니다.
다만 만해가 일관되게 살아온 삶 속의 님이라면 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읽어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노래로 들어보는 ‘님의 침묵’을 통해 그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유승엽은 ‘슬픈 노래는 싫어요’란 노래로 알려진 가수입니다.
하지만 그는 작곡가로 더 많은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은하의 ‘밤차’와 ‘겨울 장미’, 심수봉의 ‘당신은 누구시길래’ 같은 히트곡은 그가 작곡한 노래들입니다.
1985년 유승엽은 ‘한용운’을 소재로 한 뮤지컬 ‘님의 침묵’을 자신이 극장주였던 세실 마당 무대에 올립니다.
당시 20만 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했습니다.
이때 그는 ‘님의 침묵’을 비롯한 만해의 여러 편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듭니다.
그때 만들어진 시로 된 노래 ‘님의 침묵’을 만나봅니다.
가수 박준영과 한혜진이 듀엣으로 부릅니다.
https://youtu.be/fDC2KWv1JCk?si=-kuxs86H2rZeoOc5
◉삼일절의 상징 인물 유관순 열사가 복역했던 서대문 형무소 여옥사 8호 김방의 노래로 마무리합니다.
유관순은 8호 감방에 다른 여섯 명과 함께 수감돼 있었습니다.
이들은 독립을 향한 일편단심을 나타내고 공포속에서 서로의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유관순은 심한 고문과 영양실조로 열여덟 살 나이에 옥에서 순직했습니다.
◉나중에 풀려난 다른 수감자를 통해 그때 옥중에서 부른 노래의 가사가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곡은 알 길 없어 가수 안예은과 작곡가 정재일이 각각 곡을 붙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안예은의 ’8호 감방의 노래‘와 정재일의 ’대한은 살았다.’라는 노래가 만들어졌습니다.
안예은과 박정현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여기서는 ‘대한은 살았다’를 국악 버전으로 편곡한 버전을 정가 어쿠스틱 밴드 ‘해음’의 반주와 노래로 들어봅니다.
소라꾼 구민지와 가야금 하수연.
거문고 황혜영으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풍류 대장’에 등장한 정가(正歌)의 소리가 애틋하고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https://youtu.be/bORY9ns5I3g?si=DRocE8w-3vpngIS3
◉만해도 조국 독립 한 해 전인 1944년 예순여섯 살로 입적합니다.
세분의 저항시인 모두 조국의 독립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선인들의 목숨을 건 희생의 바탕 위에서 만들어진 대한민국입니다.
그들의 기대만큼 제대로 만들어 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사흘 연휴 동안 선인들의 시와 노래 속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3월 3일에 다시 만나겠습니다.
제비가 돌아오는 활짝 핀 봄, 음력 3월 3일까지는 아직 한 달이 더 남았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