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보잘 것없는 작은 새가
어떻게 하면 붉은 털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붉은가슴울새는 찔레꽃이 핀
가시덤불 속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혹시라도 찔레꽃 잎이 떨어져
가슴을 붉게 물들여 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 날로부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이 흘러서
이윽고 역사에 길이 기억될 새로운 날이 찾아왔습니다.
그날 아침,예루살렘 변두리의 작은 산에 살고 있는 붉은가슴울새는
우거진 풀숲 둥지에서 아기새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손에서 파르르 하늘로 날아간 시조새 이후로
계속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세상이 창조된 이후 오늘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 동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들장미가 피었고,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새끼들이 태어났지만,
우리 붉은가슴울새는 아직도 잿빛 몸뚱이 그대로란다.
지금까지 가슴에 붉은 깃 하나 박히지 않았구나."
"우리 선조 할아버지들은 노력할 만큼 했지.
그러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단다.
1대 할아버지는 자기와 똑같은 새를 만나서
가슴이 불탈 만큼 그새를 사랑하셨대.
내 마음에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으로
가슴의 털이 빨갛게 될 때까지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구나 생각했지만 소용 없었단다.
또 2대 할아버지는 마음에 깃드는 뜨거운 노래가
내 가슴의 털을 빨갛게 해 주겠지 하는 희망을 가졌지만
역시 실패하셨어.
힘과 용기로 꿈을 이루겠다며 노력한 분도 계셨지.
다른 새들과 용감히 싸우면서
가슴에 타오르는 투지로써 가슴에 털이 빨갛게 물들여지겠지 생각했지만
그 역시 실패를 하고 만 거야.
그 뒤 대대로 실패만 거듭하게 된 거지."
어미새는 그렇게 말을 맺었습니다.
아기새들이 억울하다는 듯이 우짖었습니다.
자기들의 작고 부드러운 가슴이 붉은 색으로 장식되는 날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지레 슬퍼하며 탄식했습니다.
아기새들은 시끄럽게 울어대면서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꼭 빨간 가슴털을 갖고 말 거에요."
그러나 어미새는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훌륭한 조상들이 그렇게 열심히 애썼는데도 이루지 못했는데,
너희들이 그 일을 어떻게 해내겠니? 사랑하는 것, 노래하는 것,
용기를 갖는 것 말고 또 무슨 방법이 있지?"
그때, 어미새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갑작스럽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잿빛 몸을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셀마 라게를뢰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