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복합사업
기대 부푼 신길...비좁은 골목에 노후주택 즐비
파이낸셜뉴스 | 2022.07.10
신길2구역 가봤더니
사업지구 최초 주민협의체 회의
현재 주민 동의율 70% 넘어서
내년 계획 승인, 2026년 입주 가능
사업기간 절반 이상이 단축되는 셈
'3080+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추진 지구 최초로 주민협의체 전체회의를 연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의 골목길이 차량 진입이 불가능하고 노후 주택들이 빼곡히 밀집해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매년 장마철만 되면 집에서 비가 새고, 반지하 집들은 침수되기 일쑤입니다. 특히 우기가 길어지면 하수도가 역류해 동네에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서울 영등포구 신길4동 2구역 주민 A씨)
10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가마산로 교차로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심 속 정반대의 풍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남측으로는 힐스테이트 클래시안과 신길파크자이, 래미안에스티움, 래미안 프레비뉴, 신길센트럴자이 등 신축 아파트가 빼곡한 반면, 북측 영등포역 방면으로 도보로 5분 거리에는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는 좁은 골목들을 맞대고 노후된 주택들이 즐비했다.
■도심복합사업 첫 주민협의체 회의
노후 주택지역인 신길4동 신길2구역은 지난 6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최초로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전체회의를 열었다. 민간 정비사업과 비교하면 조합 창립총회와 같은 의미다.
김명희 신길2 도심복합사업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우리 구역은 지난해 3월 31일 후보지 발표 9개월 만에 본지구지정 고시를 이뤄낼 만큼 주민들의 열망이 높다"며 "토지등소유자 529명 중 현재 주민 동의율은 73%를 징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뉴타운에서 해제된 아픔이 있던 신길2구역은 꾸준히 민간 재개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2019년 5월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됐고, 지난해 5월 추진위가 서울시에 민간재개발 추진 의사를 묻는 질의에 '계획 없음'이라는 답변을 받으면서 도심복합사업으로 전환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줄 알고 거부감이 심했지만, 설명회를 들은 뒤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하면서도 민간 재개발과 같은 비리가 없어서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인근 신길뉴타운 구역들이 15년 만에 입주하는 걸 보면서 사업속도가 빠른 도심복합사업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동네에는 포스코건설의 현수막을 비롯해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10대 건설사들의 화환 등이 눈에 띄었다.
■사업 기간, 민간의 절반 이상 단축
신길2구역은 실제 인근 신길뉴타운 구역보다 사업속도가 빠르다. 현재 지장물조사를 진행 중으로, 이르면 올해 말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중순 복합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면 이르면 2026년, 늦어도 2027년에는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통상 재개발 사업이 입주까지 15~20년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사업 기간이 절반 이상 단축되는 셈이다.
신길2구역 주민 B씨는 "골목이 좁아 차가 못들어가고, 계단이 많아 겨울에 눈만 오면 어르신들이 많이 다치셔서 빠른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난해에는 인근 신축 아파트 주민들이 수준 낮은 동네 애들과 학교를 보낼 수 없다며 서울시교육청에 항의하는 탓에 아이들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아픔을 털어놓기도 했다.
공공 주도로 진행되며 주민 의견이 묵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LH에 대한 신뢰도 많이 높아졌다.
김 위원장은 "시행자는 비록 LH지만, 조합원 땅인 만큼 지금처럼 우리와 의논해 우리가 원하는 아파트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등포 신길2구역이 도심복합사업 최초로 주민대표회의를 성공적으로 구성하며 다른 구역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도봉구 방학, 쌍문서측, 쌍문동측 지구 등이 소유자 동의율 과반을 확보한 상태다.
LH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다른 구역들도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달 중 부천원미 지구 현상설계공모를 시작으로, 서울에서 지구지정된 6곳의 현상설계 공모를 서울시 협의와 주민 의견수렴을 통해 연내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