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참 힘든 일주일이었는데 그새 제레미 린이 사고를 냈더군요.
동양계 그것도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가 nba에서 거의 매경기 더블더블을 올리면서, 경기 접전 제일 수비가 강해지고 긴장감이 팽배하는 그 시점에서 스크린 한 번도 안 받고 게임 위닝 삼점을 꽂아넣고 경기를 끝내버린다는 것--코비 브라이언트나 길벗 아레나스같은 수퍼스타들의 스타일로--은 제레미 린이라는 친구가 나타나기 전에는 우리 동양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나 혹은 게임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입니다.
미국 친구들과 농구를 오래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미국인들은 같이 어울려 농구하고 싶어하는 동양인들은 무조건적으로 깔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처럼 어린 시절을 미국 그것도 세계 농구의 메카 뉴욕에서 보냈고 학교도 미국에서 농구 명문으로 알려진 곳에 다니면서 수많은 농구할 기회를 접하는 농구 팬들에게는 그 무시가 얼마나 서러운지 특히 더 잘 압니다. 동양인이 아무리 잘해보았자 농구에서 미국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운동신경과 신체조건 뭐 하나 상대가 되질 않습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농구선수들이라도 미국 길거리 농구골대에서 놀고 있는 건장한 흑인들이 가볍게 제압하고도 남습니다. 하물며 NCAA 선수들? 으, NBA 선수들? 그냥 어른과 아이의 대결일 뿐입니다. 미국 대표팀이 쇼맨쉽 섞어서 설렁설렁 하는데도 1쿼터에 도륙이 나던 우리나라와 미국의 국가대표 경기에서 이미 민망하리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전 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 nba에서 작은 동양계 아시아인이 미국인들을 상대로 두 자리수 득점에 두 자리수 어시스트를 뽑아내고 위닝샷을 꽂아넣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동양인을 무시하고 동양인은 작고 느리고, 파워도 없는데다가 체력도 약해서 우리랑은 경기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20년 넘게 생각해온 미국 흑인, 백인 nba 선수들이 그 작고 희멀떡하게 생긴 동양인에게, 관중들이 다 보는 앞에서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죠.
이건 백인들만이 농구를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 자체를 부숴버리고 nba 역사상 제일 위대한 승자로 거듭난 빌 러셀의 등장만큼이나 Basketball Racism 역사에 의미있는 일입니다.
단순히, 동양인인 우리들의 대리만족의 대상에 그치는 차원의 일이 아니란 것이죠.
미국은 스포츠의 천국입니다. 전 국민이 스포츠를 보고 열광합니다. 스포츠가 모든 가정의 인생에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이죠.
이런 미국의 4대 major sports로 불리는 nba에서, 마이클 조던은 농구를 넘어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백인보다 더 우월하고 고급스러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각성제로서의 영향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제레미가 20점을 넣고 10 어시스트를 하면 할수록 아시아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편견 자체가 점차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농구뿐 아니라 미국이라는 사회 자체가 그렇습니다. 동양인들은 무시당하고, 백인들은 우대받으며, 흑인은 그 중간에 걸쳐있죠.
이런 철두철미한 차별과 우월의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 구조에서 '인종 평등' 을 아무리 외쳐보았자 미국 소수 상류 계급들에게는 소위 '개소리' 일 뿐입니다. 열등한 애들이 와서 '우리도 같은 대우를 해달라' 는데 가소롭게 들리는 게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방법은 단 한 가지입니다. 미국 상류층--대부분이 백인으로 구성된--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는 방법,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아시아인에게는 이 방법이 책상 위에서만 가능했습니다. 농구 코트나 스태디움 필드에서는 어림도 없었죠.
그런데 제레미가, 놀랍게도 그걸 해주고 있습니다. 만천하가 다 인정하도록 대놓고 말이죠.
이러다가 제레미가 All-nba third team이나 the sixthman of the year에라도 선정되는 날이면 정말 볼 만 할 겁니다.
흥분, 기대, 환희, 긴장, 통쾌함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 계속 느껴지네요.
첫댓글 basketball racism 이라, 참 공감이가네요, 저도 사춘기시절을 뉴질랜드에서 보냈던지라...미국은 오죽하겠습니까...여튼 그전의 동양인(야오밍이겠죠)과는 다른 차원의 선수 제레미 린. 농구를하는 수많은 아시아 인의 자랑으로 느껴질만큼 대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상근받으셨나보네요 ㅊㅋ
아뇨. 부대 복귀해서 사이버 지식 정보방에서 쓰는거에요.
제 전역이 8월 2일인데, 8월 2일 밤에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
그 전날까지 한국 연천 산골짜기에서 아침점호 받던 군인이었는데 그 다음날 미국 인디애나 제 아파트에 앉아있으면 기분이 엄청나게 이상할 것 같네요.
오 그렇군요. 얼마 안남으셨네요. 추운겨울도 다 지났으니. 금방이겠습니다.
미국가시면 미국에서도 재밌는 이야기 많이 써주시길.
예 감사합니다.
연천 춥죠 ㅜ 저도 28사단 출신이라 연천에서 혹한기 고생하던 생각이 나네요 통신병 하느라 그나마 포반장 곁에서 가스버너 키고 자긴 했지만... 8월이면 그래도 거진 다 보내셨네요 마무리 잘하시고 몸조심히 전역하시길 바랍니다
연천 혹한기면.. 심정을 잘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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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그렇네요! Harvard 학생이던가요?
저런 멋있는 동양인이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혹한기 고생하셨네요.ㅋ
예 많이 추웠어요.
핫팩을 전투복 상의에 두 개 넣고 잤더니 양쪽 젖꼭지 주위에 화상을 입어서 아주 보기 흉하게 되어버렸어요.
컥 ... 치료 잘하세요. 그걸로 좀 땡땡이도 치시고ㅋ
혹한기... 제일 힘들때는 훈련 다 받고 영하 20도 침낭에 핫백 5개 넣고 자고 있는데 보초서라고 깨워서 준비할때죠 ;;
두번째는 천막 칠때
수고 하셨어요~ 린이 잘해줬으면 좋겠네요 .
고생 많으시네요 이제 얼마 안 남으셨으니, 남은 기간 잘 지내시고 건강하게 전역하세요!
흑인들이 뛰지 못했던 것과 동양인이 끼지 못하는데는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 흑인들이 주요 리그에서 뛰지 못한건
실력이 되는데도 인종차별을 당했던거고
지금 동양이들이 뛰지 못하는건 실력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
빌 러셀의 등장은 흑인을 받아줄 정도로 인종차별의 벽이 낮아진거고
제레미 린의 등장은 일반적으로 농구를 못하는 동양인 중에
특이하게 잘하는 사람이 하나 나온겁니다.
제레미 린이 성공한다면 동양인도 할수 잇다는 생각을 갖게되고
동양인들에게 더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게 제2의 제레미 린의 등장으로 이어질거란 확신은 없습니다
그렇죠. 실력이 안 되는 동양인이기 때문에 무시를 당했던 것이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동양인이기 때문에 불가사의하고 신기한 겁니다.
저는 muzzle님과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동양인들이 농구를 좋아하면서도 동양 국가가 농구선수 육성에 전력 투자하지 못하는 것은 키워봤자 미국 무대에서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게 크다고 봅니다.
올스타에 뽑히는 동양인 선수가 나온다면 풍토가 달라지겠죠?
제레미 린이 대성하면 제 2의 제레미 린 같은 동양계 수퍼스타가 나올 겁니다.
그럼 그 스타를 보고 제 3세대가 육성될거고요.
실력이 안되는것도 있겠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물론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코치들도 있겠고, 워낙 뛰어난 실력이라 안쓰고는 못배기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흑인 코치가 대놓고 흑인들이랑 백인들만 우선 기용하는데 화가 나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혹한기훈련...
군생활 잘 마무리하시구요~~
한국 국가대표가 미국 길거리 흑인에게 가볍게 제압 당하지는 않을것 같은데요.
LA지역엔 전설이 있습니다. LA에 지인이 있는 현주엽 선수가 놀러와서 어느날 농구하러 갔는데 한 겜 끝나고 흑인이 오더니 "너 아시안 치곤 농구 잘한다"라는 말을 남겼다는 소문이....믿거나 말거나지만요.ㅋ
ㅎㅎ 설마 그정도 까지는...최진수가 미국에서도 어느정도 활약한 걸로 봐서 그 정도 까지는 아니겠죠..
미국 길거리에서 농구하는 흑인들은 한국 국가대표팀의 정예 멤버들을 농락하고도 남습니다.
미국 대학 선수들이랑은 아예 게임 자체가 안 되고요.
선천적인 운동능력과 신체조건에서 상대가 되질 않고, 거기다가 꼬마때부터 20년간 농구를 해 온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는 환경과 조건조차도 우월하죠.
또한 생각과는 다르게 농구에 대한 이해도도 엄청나게 좋습니다.
광주아시안게임때 유재학호가 미국 전지훈련에서 D리그급 선수들과 겨루어서 5:5정도의 성적을 냈다 그러던데 미국 길거리선수들 수준이 D리거에 근접한가요?
연천... 혹한기... 하... 5년전 말년때... 주머니에 손넣고 있다가 영창갈뻔한 기억이 나네요... 혹한기는 개뻘짓이라능... ㅠㅠ
ㅎㅎ 저랑 닮은 부분이 많아서 댓글답니다 저도 연천에서 군생활 했구요 지금 인디애나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뉴욕팬입니다~~ 반갑네요 ㅋㅋ
앗! IU 학생이신가요?
ㅎㅎ 저랑 닮은 부분이 많아서 댓글답니다 저도 연천에서 군생활 했구요 지금 인디애나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뉴욕팬입니다~~ 반갑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