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pann.nate.com/talk/345792480?currMenu=talker&order=RAN&rankingType=total&page=1
요 며칠 전업주부 관련 글들이 많아져서
저도 용기내어 써봅니다.
누가 알아볼까봐 자세히는 못 쓰겠지만...
저는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대학을 졸업했고
남편은 근처 타 대학의 치대를 나온 치과의사입니다.
제 전공이, 정말 전공 살려서 일하기에는 to가 너무 부족한 탓에
계약직으로 몇 년 정도 그냥저냥 일하며 시험준비를 해오다가
남편과 결혼하며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고
현재 살고 있는 지방 도시로 이사했습니다.
남편 고향이에요.
남편은 같은 고향 출신 두 명과 함께 치과를 개업했습니다.
이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젊은 의사 원장이 모인 중형 치과병원"이고, 교정과 임플란트를 중심으로 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돈은 정말 잘 벌어요.
처음에 올라왔던 '전업주부인데 행복하다'하는 글에서
남편 연수입이 1억 5천쯤 된다...고 쓰셨는데
제 남편은 1억 5천 정도는 3~4달이면 벌고도 남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들을 몇 낳아서 잘 키우는 중이에요.
지방이라 아파트 값도 저렴해서, 여기서 제일 비싼 아파트, 제일 큰 평수에 인테리어도 최고급자재로 싹 새로 해서 좋은 집으로 가꾸어 살고 있고
애들을 각각 학교,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집안일은 가사도우미 이모님이 도와주시기 때문에
평일 낮에는 저도 한가로이 운동도 다니고 합니다.
제가 계속 서울에 남아서 계약직으로 일을 했으면..
연봉은 3~4천 수준에 불과했을 겁니다.
정규직 시험에 통과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제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남편 고향에 나의 커리어를 다 접고 내려온 댓가로
지금의 풍족하고 부유한 경제력과 가정을 받은 거라고 생각하고, 지금의 삶에도 나름 만족하는 편입니다.
잘 자라주는 아이들과 날 사랑하는 남편을 보면 행복하고요.
하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어느 정도 키울 만큼 키우고 여유시간이 나서
대학동기들과 연락하거나 해보면
다들 그 똑똑한 머리 아깝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전공 to가 모자라서 전공 직업은 못 살렸지만
그 대신 다른 전문직 (의사 변호사 변리사 계리사..)의 직업을 갖고 멋지고 치열하게 살고 있거나
미국 유명대학에 유학을 가거나
삼성 한화 롯데 같은 대기업에서 대리, 과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것도 대부분 다 여자인 친구들이구요.
여전히 저는 남편의 경제력에 너무나 감사하고
내가 서울에 남아있었다면 절대 이만큼 돈을 벌지는 못했을 거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처음 살아보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애 키우고 집안 돌보려고 그렇게 힘들게 공부를 했나..
남편도 학창 시절 공부 잘한건 맞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도 수재 소리 듣고 자랐는데
왜 나는 이렇게 평범한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나..
그런 생각이 종종 들어요.
통장 보면서 든든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스스로가 못나보이기도 하죠.
비단 남편이 뭐 어떻게 될까봐, 바람이 날까봐, 다칠까봐, 망할까봐 등등의 걱정이 아니더라도
내가 갖고 있던 능력을 접어두고 남편에게 오롯이 기대어서 살아야하는 내 자신이 가끔 낯설게 느껴진달까요.
고등학교 때 평균 0.1점 차이로 전교 등수가 바뀌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1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고, 모의고사 점수 1점이라도 더 올리려고 내 자신을 채찍질하고
대학에 와서 과제로 밤을 새면서도 이 모든게 언젠간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되리라며 믿었던 그 때의 내 모습이
어느새 이렇게 바뀌어버린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우울하고 슬퍼집니다.
게다가 주변 이웃, 어린이집/학부모로 만난 전업주부들이
처음에 제가 졸업한 대학교를 알게 된 후 헉! 하다가도
(심지어 ☆☆대학 나온 사람 태어나서 처음봐요! 라던 분도 있었어요)
결국 별 수 없는 전업주부인건 똑같네? 라며
나의 모습에서 묘한 위로를 얻어가는 다른 엄마들을 볼 때면
정말 괴롭습니다.
이러려고 내가 여기에 왔나...
대학 동기 중 한 명은 졸업 후 바로 의전에 갔고
레지던트 2~3년차에 결혼을 해서
현재는 전문의 시험 통과 후 병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최근 임신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아이를 낳고나서 언제 다시 병원에 돌아와야 될 것인가, 아이는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등등의 고민으로 걱정이 많던 친구였지만
'맞벌이엄마라서 힘들지? 그러니까 나처럼 전업주부하자'라고 절대 말할 수 없는, 비교하니 더 초라보이는 내 자신...
오히려 그 친구야말로 '넌 이제 애들 웬만큼 컸는데 집에만 있으니 너무 아깝지 않아? 그 동네는 일할만한 곳이 없을까?'라며 저에게 맞벌이라면 맞벌이를 권하고 있어요.
절대로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능력을 그대로 사장시키기에 너무 아까워서 사회에서 일하려는 그런 맞벌이요..
이제 와서 뒤늦게나마 나의 능력 (사실 능력이랄 것도 없고 그냥 머리 좋은 거 정도겠지만요)과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내 아이들이 꽤 클 때까지 학원이나 과외를 붙이지 않고
엄마인 내가 직접 학습지도를 해주는 것 정도인 것 같은데
슬슬 엄마말 안 듣고 반항하려는 첫째를 보면
이것도 몇 년이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조건에서의 전업주부, 혹은 맞벌이를 보시더라도
뒤에서 이런저런 추측은 할지언정
앞에서 대놓고 이러저러한 말씀은 삼가주셨으면 해요.
사실 전업주부/맞벌이 하는 당사자가 제일 그 상황이 괴로울 수 있으니까요.
제가 듣고 가장 충격이 오래갔던 말 중 하나는
"여자는 공부 잘해도 아무 소용없네요~ 00대 나와도 집에서 살림하는데^^" 라는 말이었어요.
이런 말을 내 앞에서 대놓고 할 줄이야..
아무튼 정리하자면
전업주부/맞벌이와 내 삶의 행복도는 크게 유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전업주부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은
내 역량이 고작 집안살림하고 아이키워내는 수준밖에 안되는 것인지, 그것에 정말 스스로 만족하는지
다시금 고려해보셨으면 해요.
정말 저는 제 스스로가 너무 아까워요..
댓글이 내 기준 어이없어서 퍼옴ㅋㅋ..
무슨 마음인진 알겠다 근데 좋은직장에서 일하다가 결혼해서 경단된거도 아니잖아 무슨 전공인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새로운거에 도전하고 성취감 느꼈으면 좋겠어 ㅠㅜ
흠 어느정도 공감된다 ㅠㅠㅠ 아직 아기는 없지만 미래의 나도 저럴까바 걱정되네 ㅠ
댓글들 다 냄져냐 공감능력 0인거 같은데
ㅅㅂ..댓글 진짜 뭔 개소리? 내가 다 빡친다
어휴 댓글들;;;;
ㅜㅜ
마음아프네 하면서 댓글 내려왔는데 충격적이다 저기 댓글 쓴 인간들은 진짜 뭔 공감능력 제로냐 ㅅㅂ
댓글 소름끼쳐 ㅋㅋ 밥먹고 좋은집에서 사는것만이 최고는 아닌데? 사람을 구성하는 것 중에는 자아라는것도 있는거임.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고 남편에 의해서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그거에서 현타오는걸 무시하며 손가락질하네 ㅋㅋ 본인들은 그런 고차원적인 생각을 못하나봐~ 부러워서 저러나 ㅋㅋ
능력있고 똑똑하신 분이니까 공무원 해보면 안되나 ㅜㅜ 현실적으로 여자는 나이때문에 사기업은 힘드니까ㅠㅠㅠ공무원이나 과외같은거 하면 좋을거 같은데.. 전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ㅠㅠㅠㅠㅠ 스스로 자아를 찾을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어
댓글 진심 주변에서 들을법한 소리긴하다..
댓글 진짜ㅋㅋㅋ공감능력 무엇? 도른건가
댓글이 내가 생각한거랑 너무 달라서 당황했다;; 공감능력 무엇...
아 저기 댓글들 전부 왜저래 단체로 열폭...
댓글 개빻았네 씨바 ㅋㅋ 냄져새끼들인 듯ㅋㅋㅋㅋ
남편 잘만날려고 공부했겠냐고 ㅋㅋㅋㅋㅋ 아오
댓글 다 열폭같아보여 ;; 나는 안타까우면서도 공감하면서 내려왔더니.... ㅋㅋ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직업과 성취감 만족도같은것도 엄청 중요해 ㅋㅋ 저 댓글들은 본문에 예시로 나온 눈새들과 똑같아 ㅉ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결혼출산임신으로 본인이 경력 단절되었다기엔 결혼 전부터 마땅한 커리어도 없었고.... 여자라서 공부 안 시켜줘서 제대로된 직업을 갖지 못해 남자에게 기대야만 하는 상황도 아니었고.... 본인이 남편 경제력에 의지하기를 스스로 선택한게 아닌가; 심지어 지금 여건 다 충분하니 공부든 사업이든 3년에서 5년 투자하면 충분히 뭐라도 해 내겠구만;; 네판 댓들이 왜 글쓴이에게 공감 못 하는지 알겠음. 다른 경력단절 여성들과는 다르잖아. 단순히 지금의 경제력 뿐만이 아니라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선택과정에서 다른 여성들의 ‘어쩔 수 없음’의 결이 다르기때문임.
2222 결혼출산으로 인해 중단되었다기보다는 본인이 커리어라고 하는 자체가 없는데?
다른 경단녀들은 치열하게 본인 커리어 쌓다가 사회나 가족들의 강요에 의해서 내쳐진건데.. 그러기엔 미안하지만 글에서 보기에는 치열함도 없었고, 아쉬움도 없었던 것같음.
좋은 대학 나온 것에 대한 우열감과 거기에서 전업주부에서 오는 오히려 피해의식이 본인을 더 괴롭히는듯..지금이라도 가족이랑 상의해서 조그마한 가게라도 시작해보는게 좋을듯
333 뭐 자기가 잘나가다가 다 포기한것도 아니고 직업적으로 성공하는데 확신이 없어서 내조하는 아내의 역할을 선택한거잖아.. 본인말대로 본인이 포기한대신 얻은것이 있는거고 지금도 여건 충분히 괜찮으니 새로 뭐든 도전하면 되는건데 마냥 우울해할일인지 모르겠음 전부 자신이 선택한 결과임
비혼이 답이다
댓글들 하나같이 전부 열등감덩어리닼ㅋㅋㅋㅋ 존나 추악함
엄청 안타깝게 읽다가 댓글보고 와장창
댓글 돌았나봐 싸패냐고....
마음 찢어진다 울엄마 생각나서..ㅠ 울엄마랑 비슷하네..
애만 빼면 내가 꿈꾸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