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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민과 함께 꿈꾸는 복지공동체 원문보기 글쓴이: danbi315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 현지가이드와 함께
태양의 나라 스페인, 포르투칼, 모로코 안경순 (한국복지교육원 연구위원)
태양의 나라, 플라멩고, 투우, 축구, 콜럼부스, 가우디를 떠올리게 하는 정열의 나라! 한때 세계의 최강국으로 군림했으나 유럽의 변방으로 밀려났다가 최근 관광수입을 짭짤하게 올리고 있는 스페인과 남유럽의 최서단인 포르투칼,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를 향해 11월 26일 인천국제공항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약 13시간을 비행한 끝에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짐을 풀고, 다음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꼬르도바 관광. 이곳은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로마인과 이슬람인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라나다로 옮겨 석식 후에 온갖 표정을 지으며 손/발바닥으로 엇박을 열정적으로 쳐대는 여성 댄서의 플라멩고를 감상했다. 15세기 스페인 남부에 정착한 집시(gypsy)들이 만들어낸 이 플라멩고는 삶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을 격정적으로 표현해내는 차라리 절규에 가까운 몸놀림이어서 우리로 하여금 숨을 멎게 했다.
관광하는 동안 마드리드 교외의 푸엔라브라다 마을에선 횡단보도의 신호등과 표지판에 표시된 남성 그림의 절반을 치마 입은 여성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변경 업무를 책임진 마을 의원은 “단순한 신호등 표지의 문제지만 남녀평등이 정보 전달방식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여성의 권리: 글로벌 남녀 불평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남녀 평등한 국가는 스웨덴으로 7점 만점에 5.53의 평점을 받았다. 스페인의 남녀평등 성취도는 27위이고, 포르투갈은 23위로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국은 세계 58개국 가운데 54위로 꼴찌 국가로 평가되었다.
스페인 여성역시 대부분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해고 등 성차별을 당하며 보수는 남자들보다 30%정도 적게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스페인에서는 젊은여성 흡연이 많아지는데 놀랍게도 여고생이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지만 단속을 받지는 않았다. 또한 여자에게 우선 양보가 습관화 되어 문이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성에게 먼저 양보하고 문을 열어주는 것이 미덕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그라나다의 상징 최고 걸작인 이슬람의 알함브라 궁전을 돌아본 후 지중해의 휴양지 코스타 델솔을 관망하며 항구도시 타리파로 이동해 페리호로 모로코 항구도시 탕헤르에 이르러 숙식했다. 그곳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50대 여인이 호텔 식당바닥에 주저앉아 한국이면 버릴법한 낡아빠진 후라이팬에 우리가 먹을 펜케익 비슷한 것을 즉석에서 굽는 모습이었다.
때마침 2012년 국제해양엑스포의 개최지가 여수로 결정되었는데, 우리와 경쟁했던 모로코가 낙후된 기반시설 때문에 떨어져서 아쉬움을 가진 눈치였다.
다음날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거리로 상징되는 페스로 이동하는 동안 목격된 전통옷차림에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의 모습이 마드리드 여성들의 현대적인 옷차림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페스는 이드리스 2세에 의해 808년에 건설된 천년이 넘은 오래된 도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페스의 메디나는 한번 들어서면 다시는 들어간 곳으로 되돌아 나올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어두운 좁은 미로였다. 이들이 왜 천 년 전에 이러한 구조로 도시를 형성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이러한 구조를 취한다면 백만 대군이 밀려온다 해도 뒤엉킨 골목의 연속인 이 메디나 속에서만은 용병술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한여름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태양열의 뜨거운 열풍을 방지할 수 있는 어두운 동굴 형태의 비좁은 골목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역사와 전통을 갖는 카사블랑카는 12세기 무하마드 왕조시대에 무역항으로 발전했으며, 두 차례의 포르투갈 침략으로 파괴되었다. 그러나 18세기 때 압둘라왕에 의해 재건되었고 1907년에 프랑스 점령 후 외국인 증가와 유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아프리카의 유럽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이곳은 영화 <카사블랑카>의 대히트로 모로코란 나라보다 카사블랑카라는 도시로 더 알려진 것 같다. 우리 일행 중 누군가의 선동에 의해 몇 사람은 저녁시간에 카사블랑카 영화에 등장한 닉스카페에 들려 와인으로 목을 축이며 역동적인 분위기에 흠뻑 취했다. 패스와 카사블랑카 길거리 아이들이나 음식점의 종업원어른들은 우리를 볼때마다 볼펜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카사불랑카에선 짝퉁 명품시계를 팔기에 우리 일행들이 선물용으로 서너개씩 샀는데 그 중 몇사람은 시간을 보기위해 즉석에서 찼는데 하룻만에 멎어버리고 나사가 빠지기도 해서 명품좋아하다 멍든다며 배꼽을 잡는 웃음꽃이 피어나 여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다시 페리호를 타고 나와 안달루시아 지방수도인 세비야로 옮겨 세계 3대 대성당중 하나인 세비아대성당을 관광한 후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이동했다. 포르투갈의 주민은 지중해인종에 속하며 민족적으로는 에스파냐의 갈리시아 지방의 주민과 유사하다. 20세기에 들어 인구증가가 현저하나 국내 산업의 발전 속도가 느려 경제여건이 더 나은 프랑스 등으로 떠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파두는 운명 혹은 숙명을 뜻하는 라틴어‘Fatum'에서 유래한 말인데 스페인의 지배 등 암울했던 포르투갈의 역사를 반영하듯 향수, 동경, 고통인 동시에 꿈과 희망을 껴안은 민족특유의 정서가 서려있다. 특히 리스본 파두가 백미인데 세계적인 음악으로 끌어올린 사람이 바로 포르투갈 출신 여가수 아밀리아 로드리게스로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MBC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에 대표작‘Barco negro'(검은 돛배)가 삽입되어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이어서 파티마 대성당과 아빌라 도시를 관광 후 바르셀로나의 스페인이 낳은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인 ‘사그라다 파밀리아’‘구엘공원’을 들려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음날 유네스코 지정관광도시 똘레도와 왕궁을 들렸는데 왕궁은 1931년(혁명)까지만 거주했고 지금은 외교사절단 맞이와 공식 행사시 영빈관과 리셉션 장소로 활용되어 국왕도 자주 오는데 이때는 관람이 허용되지 않는다. 겉에서 본 왕궁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지만 실내의 고풍스런 장식으로 치장한 우아함은 눈이부셔 이런 곳에서 일상생활을 어떻게 했을까란 생각에 숨이 막혀왔다.
12일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현지에서 물심양면으로 챙겨준 가이드와 아쉬운 작별을 한 채 귀국길에 올라 밀려드는 잠속에 빠져드니 벌써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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