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슬픈 기억이 떠오른 날이다
삶이 주는 그 비참해서 더 비참할 수 없는 선물을 받은 날이다
많고 많은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려가고 밀려오는 서울의 어느 붐비고 붐비는 역이다
그 인파속에 서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지을 수 없는 처량한 눈으로 하늘을 보았다
뭉게구름은 저렇게 하얗게 흘러가건만
햇살도 이리도 다사로우련만
갈 곳이 없는 사람
등에 남루한 가방 하나 메었다.
꿈으로 가득한 책 두어 권이 날 버리면 안 돼 하는 눈빛으로 애처로이 보고 있었다
미안해, 이제 너를 더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이제 너의 꿈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너를 버려야 할 것 같아
정처없이 걷고 걷고 걷다가 떨어지는 눈물을 보고 하늘을 보았다
왜 난 이 넓은 세상에 이 작은 몸 하나 누일 데가 없지요?
뭉게구름을 보고 외쳤다
답이 없었다
그를 쳐다봐주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스산한 바람만이 불어가고 있었다
타박타박 걸어서 버스를 탔다
유일하게 품어줄 수 있는 데로 갔다
통도사의 햇살이 참으로 포근했다
오는 길에 꿈을 버리고 말았다
세상 희망도 기쁨도 소망도 다 버리고 말았다
엄마도 동생도 친구도 다 잊겠다고 다짐했다
더 이상 포근할 수 없는 햇살을 보면서 마당을 쓸었다
공양간에서 김장의 줄기를 반듯히 폈다
먼저 삭발을 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무소유도 다 읽었었다 낫한 스님의 이야기도 다 읽었었다
그래도 참아낼 수 없는 눈물이었다
인생은 그런 것이었다
수없이 참배를 하고 참배를 하면서 보았다
여기도 인간세상하고 하나도 다른 데가 없는 곳이구나
번뇌를 끊어낼 수가 없었다
다, 다, 다.
속된 세상에서 살기로 했다
서울의 마당에다 꿈이 없는 몸 하나 누일 데가 없었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이다 했었다
살았다. 하늘을 보면서 달을 보면서 별을 보면서 가끔은 비를 보면서 바람을 맞으면서
독서실 책상에서 살았다
그리움이 무서리처럼 내리고 고독이 바람처럼 내렸다
더 이상 갈 데 없는 외로움이 내렸다
그 독서실 아래 싸고 싼 밥집에서 흘리는 눈물을 보고 밥을 먹었다
이게 인생이겠지 하면서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