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처럼 처를 나의 차를 태워서 친구들과 제주도에 놀러가는 김포공항에 데려다 주려고
차를 닦으려고 아파트를 내려와 보았더니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있어 잘하면 비가와서 세차를 도와줄 것같다.
그럴 바에야 나온 김에 좀 걷자.
아파트 옆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경부고속도로 서초 톨게이트까지 왔다.
길을 건너려는데 차들이 더 속도를 내어 건너가지 못하게 쌩쌩 달린다.
원래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 있으면 차가 서야 하는데.
"나쁜 놈들"
만약 내가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나면 전적으로 귀책사유가 운전자에게 있는데도.
그래도 관광버스 한대가 정지하더니 건너가라고 신호를 한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길을 건넌다.
어렵소, 갑자기 웬 탑이 한채 톨게이트 안에 건립되어 있네.
가만히 보니 관문사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임시로 세운 탑이다.
관문사는 우면산 뒤 켠에 있는 현대식 빌딩의 커다란 절이다.
개포동의 "구룡사", 서초동의 "수안사"처럼.
클로버 밭이다.
어릴적 우리 집 뒤의 침산 공동묘지 옆 붉은 클로버 밭에 들어가면 가까이 뻐꾹새는 울고.
웬지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었다.
금년들어 처음 찾은 네잎 클로버 하나,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까 연이어 있는 네잎 클로버.
다섯잎이나 따서 지갑에 잘 갈무리 한다.
74년 무의촌 파견 근무로 전남 광산군 본양면 보건지소에 파견 근무를 할 때
결혼 한달 만에 같이 따라온 처와 사소한 말다툼 끝에 처가 집을 나갔다.
온동네를 찾아 헤매니 언덕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고 있었지.
또 하나,
고창의 모양산성에서 돌을 이고 성을 세번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로
처와 같이 성위를 돌다 발견한 네잎 클로버들.
책갈피에 넣어 잘 말려 북 마크로 만들어 아직도 쓰고 있다.
아무도 없는 이곳을 한바퀴 돌아 본다.
이건 무슨 꽃?
스마트 폰은 이럴 때 참으로 편리한 문명이 이기이다.
하얀 진도개를 산책 시키려 나 온 아저씨에게
"그 개 보기 좋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고.
진도개는 참으로 모습이 으젓하고 행동도 촐싹되지 않고 점잖하다.
나도 마당있는 집에서 살면 이런 개도 키울 수 있을텐데.
갑자기 아련한 추억이 떠 오른다.
13년간이나 대구 본가에서 우리와 같이 살았던 진도개 "용"
나의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을 지켜 보았던 너가 아니었든가.
대학다닐때 방학에 집으로 돌아와 멀리서 휘파람을 불어도 알고는 "멍멍"대답하던 개.
이 개는 간이 나빠 복수가 차서 우리 곁을 떠나 국보 사리탑으로 유명한 칠곡 "송림사" 양지바른 곳에 몰래 묻었는데
그 동네가 재 개발이 되어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생각할 수록 목이 메이고 가슴이 저려 온다.
다음 기회가 닿으면 우리 가족 천도제에 "용"도 올려야 겠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서 가벼운 점심을 먹는다.
첫댓글 진도개도 주인을 무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1군사령부 헌병 장교의 부인이, 기르던 진도개에게 한쪽 팔을 물려, 갈기갈기 찢어져서 나에게 온 적이 있었는데, 말을 빌리자면, 그 개는 총으로 쏴 죽인 모양입디다..., 그리고, 우리가 기르던 모양만 진도개였는지 모르는 진도개는 개 줄이 풀리자 밖으로 한참을 도망 가더니, 안들어 옵디다. ... 그런 경우도 있어요...
히히, 사람도 사람나름, 개도 개나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