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5 성 야고보 사도 축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20-28
20 그때에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가 그 아들들과 함께 예수님께 다가와 엎드려 절하고 무엇인가 청하였다.
21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무엇을 원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 부인이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2 예수님께서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2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24 다른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그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겼다.
25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26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7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28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 사도 축일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는 야고보 형제님, 축일 축하합니다!
희랍어 야코보스 ιακωβος는 나랏말에 따라 참 다양하게 불립니다: 야곱 יגב 제임스 James (Jim Jimmy) 제이콥 Jacob 자크 Jacques 자코모 Giacomo 야코프 Jakob 디에고 Diego 티아고 Tiago.
'성 야고보'는 스페인어로 San Diego 혹은 San Tiago입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바로 성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전해지는 스페인 북서부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까지 걷는 성지순례길입니다.
'열두 사도'(δώδεκα) 중의 한 분인 야고보 사도는 갈릴래아의 벳사이다 출신으로 제베대오의 아들이며, 요한 사도의 형입니다. 어부인 야고보는 갈릴래아 호수에서 그물을 손질하다가 동생 요한과 함께 주님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마태 4,21-22 참조)
오늘 복음에서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는 자신의 두 아들이 '높은 사람'들이 되도록 청을 드립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백성 위에 군림하는 통치자들이나 백성에게 세도를 부리는 고관들은 헛 것을 쫓는 어리석은 자들이다. 진짜 높은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다. 첫째인 사람은 '종처럼 섬기는 사람'이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5-28 참조)
사실 '종처럼 섬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특히 오늘날 과연 누가 이런 사람이 되길 원하겠습니까? 십자가에서 치욕의 수난을 겪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사도 야고보와 요한도 '사람의 아들' 예수님처럼 결국 치욕의 수난을 겪다가 순교하였습니다.
그러나 '종처럼 섬기는 사람'인 예수님을 통하여 죄사함의 용서가 온 인류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종처럼 섬기는 사람들'인 이 사도들을 기초로 교회가 세워지고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늘 나라의 복음이 땅끝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종처럼 섬기는 사람들'인 이 사도들은 세상에서 '질그릇'같은 사람들입니다. 엄청난 보물을 그안에 지니고 있는 '질그릇'같은 사람들입니다.(2코린 4,7-15 참조)
'형제 여러분,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온갖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 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 있으면서도 늘 예수님 때문에 죽음에 넘겨집니다. 우리의 죽을 육신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2코린4,7-11)
오늘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들 또한 엄청난 보물을 그안에 지니고 있는 '질그릇'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통하여 '은총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 나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2코린 4,15).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 정체성만으로 이 세상에서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높은 사람이고 첫째인 사람입니다. 질그릇처럼 겉으로 보기에 별 볼일 없어 보이나, 그 속에 엄청난 보물을 지니고 있는 귀한 존재입니다. 그 보물로 세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는 사람입니다. 소돔과 고모라처럼 악취가 풍기는 위험한 세상을 하느님 나라의 기쁨과 평화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입니다.
그가 이렇게 소중하고 귀한 사람, 높은 사람이고 첫째가는 사람인 것은 그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이 '질그릇 속에 담긴 보물'처럼 위대한 사람들의 모델인 '열두 사도' 중의 한 사람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는 우리 야고보 형제님에게 축하를 드리는 것은 바로 '질그릇 속에 담긴 보물'처럼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영광스런 축일을. 진심으로 이 기쁨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