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장 정은해 박사
국제관계 전문성으로 피해구제도 선진형 추구
학부는 생물전공하고 박사학위는 국제통상금융
중앙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회는 1991년 조병환 초대 위원장 이후 현 정은해 위원장까지 모두 23명의 위원장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외부 인사 출신은 제7대(2001년) 신창현 전 위원장(전 의왕시장·국회의원)이 유일하며, 나머지 22명 모두 환경부 출신이다. 대부분 환경부 공직생활의 마무리 단계에서 위원장을 역임했다.
초대 조병환 위원장은 역대 위원장 가운데 유일하게 대통령실 환경비서관과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냈다.
위원장 취임 이전의 주요 보직을 보면 지방환경청장 6명, 환경보건 분야 3명, 물통합 분야 3명, 대변인 2명, 감사관 2명, 자연정책 및 자연보전 분야 각 1명 순이다. 국제협력 분야의 주된 경력은 정은해 위원장이 처음이며 여성 위원장으로는 제15대 이필재 위원장(2013~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환경부 여성 고위공무원 가운데서는 이필재 전 위원장(한국LPG산업협회장), 박미자 전 환경비서관(전주시정연구원장)에 이어 대표적인 여성 리더로 평가받는다.
정 위원장과 같은 행정고시 38회에는 금한승 환경부 차관, 조희송 물관리실장, 유명수 대한상하수도협회 부회장, 정종선, 이가희, 노희경, 정경윤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 박재현 등이 있다. 후속 기수로는 조은희(40회·기술고시), 정선화(41회·기술고시), 김은경(43회·행정고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정은해 위원장(1973년생)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관리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환경관리학 석사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국제통상금융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독특한 학력을 갖고 있다. 환경부 고위공무원들이 인문·사회계열 전공 후 재직 중 환경 분야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경력이다.
환경부에서는 자연자원과, 자연정책과, 장관실, 해외협력과, 수도정책과, 정보화담당관실, 토양지하수과, 지구환경과, 기후변화정책과, 지속가능전략과, 녹색전환정책과장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기획전략과장,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기획과장, 대통령비서실 기후환경비서관실,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선임개발관리전문가,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 환경부 국제협력관 등을 두루 거쳤다.
정 위원장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재 전문가이며, 기후변화협약 탄소시장감독기구 위원,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선임전문가 등을 지내는 등 국제 환경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환경부는 2025년 1월 약 10년 만에 국제협력관실을 부활시켰으며, 정 위원장이 초대 국제협력관으로 임명돼 조직을 이끌었다.
국제협력 분야는 언어와 전문성, 인사상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여전히 공직사회에서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 법조인들이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기구 진출을 주저하는 현실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경우 약 900명 규모의 조직에서 전문직 인력은 미국 28명, 영국 30명, 네덜란드 23명, 스웨덴 8명, 태국 6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약 5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경 분야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한국인은 전문직 기준으로 UNEP 약 5명,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UNFCCC) 약 8명, 세계기상기구(WMO) 약 16명,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약 33명,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자연과학 분야 포함) 약 56명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환경외교 역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의 위상에 비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정 위원장은 국제협력관 시절을 회고하며 "26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세계 환경의 날 행사를 개최했고, 2025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발표를 지원했다. 또 한 올해 4월 여수에서 유엔 기후주간과 녹색대전환 국제주간을 개최했으며, 호주·캐나다·덴마크·튀르키예·유럽연합(EU) 등과 에너지 전환 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당연직 이사로서 이란 전쟁 대응을 위한 회원국 간 협력방안 마련에 참여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대통령 순방에서도 기후·에너지·환경 분야의 주요 의제를 발굴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환경정책위원회 부의장, 포괄적 탄소감축 포럼(Inclusive Forum on Carbon Mitigation Approaches) 운영위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탄소시장감독기구 위원 등 국제기구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다만 이러한 국제적 위상과 전문성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의 인재 활용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국가 과제이다.
이제 정 위원장은 중앙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회를 이끌게 됐다.
그동안 환경분쟁조정제도는 처리 기간이 길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위원회 업무와 함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서로이웃센터'에 매년 접수되는 3만~4만 건의 민원과의 효율적인 연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사장 비산먼지, 항공기 소음, 하천 수위 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 등 국가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환경분쟁은 최근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분쟁 예방교육은 오히려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분쟁 유형도 다양해지는 만큼 사전 예방교육의 내실화가 요구된다. 아울러 향후 국제외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분쟁에 대한 선제적 검토와 대응도 필요하다.
풍부한 국제 경험과 감각을 갖춘 정은해 위원장이 새로운 시각으로 환경분쟁 해결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정해 나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