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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한사의 서재 | |
원문링크 : http://blog.chosun.com/hansakds/7024040 | |
조선일보 오태진 수석논설위원의 글을 읽고서야, 내가 사는 해남에 이런 훌륭한 술도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날 진료실에만 앉아있어서인지 지역 소식에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다. 오후 진료가 끝나자마자 방학해서 집에 내려와 있는 아들아이와 해창주조장에 들렀다. 우리 집에서 해창주조장까지는 약 8.5km정도 거리였다. 거리상으로만 보자면 자전거로 다녀와도 좋을 성싶었는데 자동차로 이동하며 실제 도로상황을 점검해봤더니 자전거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도로였다. 자동차는 씽씽 달리고, 갓길 여유가 거의 없는 자동차 주행용 지방도였다.
집에서 자동차로 10분 달려 해창주조장에 도착했다. 마침 주인장이 큰 저장통에서 작은 막걸리병으로 막걸리를 옮겨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오태진 논설위원 글 보고 찾아왔습니다. 저는 해남 삽니다. 해창막걸리 맛이 괜찮다는 얘기는 들어왔지만, 도가 주인장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오 논설위원께 처음 들었답니다.” “오, 그러셨습니까. 오 위원님은 엊그제 토요일 다녀가셨습니다. 그렇게 유명한 분인 줄 몰랐습니다. 더 잘 대접해드릴 걸 그랬나요? 하하. 해남 어디 사십니까? 아들이신가봅니다. 두 분 모두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저는 해남읍 매일시장 바로 옆에 삽니다. 오 위원 추천하신 막걸리 맛 좀 봅시다. 지금 따르고 계신 막걸리 두 병만 주십시오.” 주인장과 얘기하는 중에 주인아주머니께서 집안에서 밖으로 나오셨다. 이분과도 인사를 나눴다. “반갑습니다. 일부러 찾아오셨는데 저희가 일반 막걸리보다 맛 좋은 막걸리를 드릴께요. 이건 보통 막걸리인 멥쌀 막걸리입니다. 이것은 찹쌀 막걸리입니다. 이것이 오 위원께서 극찬하신 숙성주입니다. 6개월간 숙성한 막걸리입니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보통 생막걸리 2병만 필요합니다.”
사양했지만 주인장 부부에게 지고 말았다. 멥쌀 막걸리 2병, 찹쌀 막걸리 1병, 6개월 숙성막걸리 1병을 받아왔다. 받지 않겠다는 술값으로 나도 역시 억지를 부려 5천원을 드렸다. 조만간 또 만나기를 기약하고 집으로 향했다. 6시 10분경, 아들아이가 배가 고프다 했다. 단골 식당에 음식을 준비하도록 미리 연락해두었다. 음식점 주인장에게 회를 한 접시 주문했더니, 요즈음 날씨가 더워서 회 상태가 썩 좋지 않다며 다음에 드시란다. 대구뽈찜을 주문했다. 식당에 도착하자 바로 우리 앞에 상이 놓였다. “아들, 막걸리 한잔 따라봐라. 순서는 멥쌀 막걸리, 찹쌀 막걸리, 숙성 막걸리 순이다.” 아들이 차례대로 막걸리를 내 잔에 채웠다. 아들아이가 따라주는 막걸리잔을 들고 나는 느꼈다. 음.. 행복하다. 첫잔, 멥쌀 막걸리는 큰 술통에서 바로 따라온 술이다. 냉장도 안되고 숙성도 안된, 그야말로 생막걸리다. 달지 않은 그렇다고 쓰지도 않은 막걸리 특유의 텁텁한 듯 쌉싸름하면서도 상큼한 맛이었다. 한마디로 건강한 막걸리 맛이었다. 막걸리는 참 오랜만에 먹는다. 이전에 막걸리 마신 게 2~3년 된 듯싶다. 두 번째 잔은 찹쌀 막걸리다. 하루 이틀 숙성 냉장된 것이다. 멥쌀 생막걸리 보다 더 시원하고 입에 달라붙는다. 단맛도 약간 더하다. 온도차, 냉장 숙성의 영향일까.. 나는 멥쌀 생막걸리가 더 나았다. 아들아이는 찹쌀 막걸리가 더 낫단다. 마지막으로 6개월 숙성주 잔을 들었다. 따르니 요구르트처럼 막걸리가 걸쭉하다. 과연 맛이 어떨까? 마셨다... 아들아이 표정이 변한다.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6개월 숙성 막걸리 맛은 말할 수 없다. 말하지 않겠다. 궁금하면 해남 해창주조장에 와서 맛을 보시라, 직접. 오태진 수석논설위원께서 한점 과장하지 않으셨다. 해창주조장 막걸리 맛은 훌륭했다. 나, 아들, 음식점 주인장 셋이서 해창막걸리 3병을 나눠 마셨다. 음식점 주인장말로는 자기에겐 6개월 숙성주가 특별하단다. 한잔 두잔 세잔 작은 막걸리 잔으로 열잔 정도 마셨다. 오랜만에 공복부터 시작한 술이므로 취기가 빨리 올랐다. 취기가 약간 돌며 마시는 뜰뜰한 숙성 막걸리 맛은 환상이었다. 그 진함! 閑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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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제 산악회 남도 지방으로 산행 가면은 한번 들려보고 싶네요.
위기사는 조선일보 와 조선닷컴에서 나온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