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술에 취해서
진묵대사(震黙大師)
하늘은 이불이요 땅은 돗자리 산을 배개 삼았네
달은 둥불 구름은 병풍 바다는 술통이네
크게 취해 벌떡 일어나 춤을 추다가
문득 긴 소매 곤륜산에 걸릴까 저어되었네
大醉吟(대취음)
天衾地席山爲枕(천금지석산위침) 月燭雲屛海作樽(월촉운병해작준)
大醉遽然仍起舞(대취거연잉기무) 却嫌長袖掛崑崙(각혐장수괘곤륜)
[어휘풀이]
-遽然(거연) : 급히 갑자기, 遽(거) : 급히, 갑자기
-崑崙(곤륜) : 중국 신화에 나오는 신선들의 땅으로, 이 산의 정상은 북극성과 마주하고 있다고 한다.
[역사이야기]
진묵대사(震黙大師:1563~1633)는 조선 시 유명한 승려로 본명은 일옥(一玉)이고 법호는 진묵(震黙)이다. 휴정(休靜:서산대사)의 법사(法嗣)이며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석가모니불의 소화신(小化身)이라 일컬었다. 신통묘술과 기행, 이적을 많이 행하여 그에 대한 많은 일화가 전해 오고 있다고 한다.
진묵대사의 성씨와 부모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북 김제시 만경읍 화포리에서 조의(調意)씨의 아들로 태어났다. 불거촌에서 태어나 일찍이 부모를 잃고 7세에 출가하여 전주 서방산 봉서사(鳳棲祠)에서 승려가 되었다. 불경을 공부하는데 한 번만 깊은 뜻을 깨달았다고 한다. 유가의 선비들과도 잘 어울렸는데 선비들과의 시회(詩會)에서 지었다고 하는 위의시는 진묵대사의 호탕한 기질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출처 : 한시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