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한다. 《고려사》〈지리지〉에 딱 한 줄 나와 있는 역사의 한 토막을 드라마틱 하게 재구성한 노고에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 한 줄의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직접 발로 뛰고 문헌을 샅샅이 뒤져 최대한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역사 이야기는 그 시대가 낳은 영웅을 중심으로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잘 아는 몽골 장수 살리타를 화살로 쏴 죽인 김윤후 장군의 이야기는 초등학교 6학년 역사 시간에도 등장한다. 반면 저자가 사건의 스토리로 삼은 철을 제련하고 국가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눈뜨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역사의 변두리라고 할 수 있는 무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려 시대에 철을 만드는 마을이 있었고, 철을 만드는 사람들은 천민 대우를 받았으며 철을 만드는 과정 속에 저마다 맡은 역할이 있었다는 사실과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불매 소리'는 노동요로 전승되어 보관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소위 말해서 대감마님들이 아니라 사람 취급받지 못했던 천민들이다. 그중에 철을 만드는 일에 기술과 힘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노래 '불매 소리'를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주인공 '달래'의 이야기는 약방의 감초 그 이상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국가를 움직여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기술과 노동의 대가를 하대하고 보상을 낮게 해 주는 부분들이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점점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 현대판 계급사회가 다시 된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땀 흘리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대우를 해 주는 사회, 더 나아가 국가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국난의 위기 앞에 철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철소민 부락이 보여주었던 헌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뜨거워진다.
유달리 철을 잘 다루었던 가야국의 후손들이 고려의 충주에 모여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시간이 흘러 그 흔적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없지만 역사의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역사적 사실들을 전승해 갈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출판사의 역사 소설 시리즈 작업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