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국산은 1960년대, 70년대 인천시 동구 송현동 달동네가 있던 산이에요.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잣집이 헐리면서 달동네박물관이 생겼다는 말에 전,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 가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실제로 수도국산에 6~7년 정도 살았던 남편은 감회가 깊은 모양이었어요.
오밀조밀 그 시절 달동네를 재현해 놓은 모습에 감동이 쏴~ 하고 밀려왔어요.
그 당시 삼성 포크레인이 판잣집을 부숴버리는 사진을 보았어요.
부서져 그냥 묻혀 버렸다면 쓰레기였을 것을 고이고이 모아 이렇게 박물관으로 탄생시키다니...
평소 인천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데, 이 박물관을 보고는 잘했다고 칭찬의 박수를 힘껏 보내주고 싶었어요.
박물관이 있는 건물 위는 커다란 배 모양을 하고 있어요.
입장료는 어른은 500원, 어린이는 200원...참 싸지요?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지만 이 박물관엔 전혀 맞지 않는 말이에요.
구경하고 나면 싼 게 미안할 정도라니까요.
달동네 골목길 풍경.
뻥튀기 장사가 있고, 폐지를 모으는 아저씨가 있어요.
물동이가 죽 늘어서 있어요. 돈을 받는 아줌마가 손을 내밀고 있어요. 물값을 내라고.
저는 이 풍경은 낯설어요.
벽에 붙어 있는 사글세 광고....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는 그 당시 정치상황을 말해주고 있어요.
혁명공약, 혁명정신...모두가 낯선 낱말들이지요.
혁명에 참여했던 사람들 명단인가 봐요.
자, 이제는 우리 달동네 사람들이 살았던 곳을 구경해 보기로 하죠.
우선 부엌부터 살짝 들여다 보았어요.
달동네인 관계로 물동이는 필수죠.
쑥 들어간 부엌에 옹기종기 놓인 살림도구들이 정겨워 보입니다.
마루에는 가족 사진들이 붙어 있어요.
제비집 보이시죠? 제비도 한 가족이었던 따뜻한 달동네....
마루에는 뽀얗게 닦아놓은 고무신과 밤에만 쓰는 요강이 놓여 있어요.
달동네에 있는 가게를 들여다 보았더니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여러가지 색색깔 과자와 강냉이, 그리고 사탕들...쫄쫄이, 쫀듸기....
어려워도 따뜻했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 시절 읽었던 만화들..
저도 동네 만화방에서 만화를 빌려다 잔뜩 쌓아놓고 읽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국민들을 계도하기 위해 포스터를 가장 많이 이용했나 봐요.
골목마다, 벽 마다, 전봇대마다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포스터를 보면 그 시절의 문화환경, 사회환경 등을 모두 엿볼 수 있어서 참 재미있어요.
그 시절에는 쌀밥 먹기가 참 어려웠어요. 명절 때나 생일 때나 먹을 수 있었던 하얀 쌀밥.
요즘 아이들은 아마 이해못할 거예요.
간첩교육이 철저했던 시대였지요.
삐라를 주워 학교에 갖다 냈던 시절....
간첩을 신고하면 상금을 주던 시절...
캬라멜 선전하는 포스터예요.
쥐가 엄청 많았나 봐요.
전국적으로 쥐약을 놓았지요.
남기지 말자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네요.
전봇대에 붙어 있는 포스터....
남편은 자신이 살던 곳이 모두 없어지고, 이렇게 박물관이 들어선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청소년기를 지냈던 수도국산...
수도국산을 뒷배경으로 찰칵~
박물관 해설사가 묻더군요.
"그때랑 똑같이 그려졌나요?"
남편 왈, "예, 똑같습니다."
저는 원기소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어요.
아버지는 원기소를 가끔 우리에게 나눠주셨어요.
고소한 원기소를 자꾸만 먹고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른쪽 길쭉한 병은 활명수를 담던 병이랍니다.
인천의 자랑-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구경 잘 하셨나요?
언제, 인천에 오신다면 꼭 달동네박물관에 구경 오세요.
안내해 드릴게요....
자랑할 게 있어서 신나네요....
첫댓글 산모퉁이도 가봐야 하고 이 박물관에도 가봐야겠군요!
감회가 새롭군요. 좋은 자료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천에 오시면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어머어머...난 꼭 가볼래요.
꼭 오세요. 정말 멋지게 잘 해놨어요. 바다도 보여요...
보기만해도 재밌네요.^&*
따뜻한 봄날, 구경하러 오세요. 중국인 거리에 가서 짜장면 먹고, 달동네박물관 구경하면 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