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산소 언제 갈 건데~”
가족과의 성묘가 다음으로 미뤄진 아저씨께서 요즘 직원에게 자주 하시는 질문이다. 요즘 특히 어머님께 인사가 드리고 싶으신 것 같았다.
“아저씨 어머님께 인사드리러 가시겠어요? 이번에는 가족 분들과 함께 가시진 못하지만 제가 가시는 길은 도울 수 있어요.”
“응 좋아 가자 엄마 산소, 형아는?”
“아마 이번에는 어려우시지 않을까 싶어요 아저씨”
아저씨가 어머님 산소에 인사하실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아저씨 근데 혹시 어머님 산소가 어디에 있는지 제가 잘 몰라서요.. 누구한테 여쭤보면 될까요?”
“형아”
“형님은 연락을 잘 안 받으셔서요”
“동생!”
“네 그럼 동생 분께 물어보시겠어요?”
동생 분께 전화를 드렸다. 아저씨께서 동생 분에게 산소가 어디에 있는지 물으셨지만 동생 분은 큰 형님이 정확히 아시기에 잘 설명 드리기 어렵다고 하셨다.
“잘 모르신다고 하시네요.. 그럼 조카 분에게 물어볼까요?”
“응 조카한테 물어보자”
조카 분에게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드리니 곧바로 답장이 왔다.
‘아버지(박*동 님 큰 형님)께서 전화 하실 겁니다.’
메시지가 도착한 후, 곧 바로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박*동 님의 형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형님께서는 5월에는 시간이 마침 되신다며 찾아가기에는 어려운 곳이니 함께 가자고 하셨다. 사실 형님께선 연락은 잘 안되시지만 일주일 전 주말에 아저씨 댁으로 함께 식사를 하러 오시기도 하셨다.
형님과 약속을 잡고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조카 분께서는 상세한 내용과 사진을 함께 보내주시며 산소가 있는 곳을 알려주셨다.
감사하다고 답장을 드리니 조카 분께선 ‘저희 삼촌을 잘 도와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뭐든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부담 없이 연락주세요.’ 하고 답장을 주셨다. 너무나도 감사했다.
“아저씨! 저번 주에 형님께서 아저씨 맛있는 거 사주셨는데 이번에는 아저씨께서 형님께 식사 한 번 사드리시는 게 어떠세요? 매 번 형님께서 사셨는데 이번에는 아저씨가요!”
“좋아! 내가 살게 형한테”
“그럼 내일 어머님 산소 가시기 전에 형님과 식사 하시고 가시는 게 어떠실까요?‘
아저씨께서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형님께서도 좋다고 하시며 점심 쯤 만나자고 하셨다.
아저씨가 어머님 산소에 가시는 날이 되었다. 가는 길에 아저씨께서는 마트에 들러 사과와 배, 술과 포를 구입하셨다. ‘엄마 갖다 줄겨’ 하시며 고르시는 아저씨의 눈에 힘이 가득했다.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충주, 아저씨의 고향이기도 하다. 먼저 도착해 계신 형님과 인사를 나누는 아저씨, 형님께서도 아저씨를 반겨주셨다.
식사를 하러 형님이 자주 가시는 소머리 국밥 가게에 갔다. 아저씨께선 요즘 식사를 잘 드시려고 하지 않으신데, 형님이 옆에서 이야기 해주시고 식사를 잘 해야 한다고 하시니 한 그릇을 전부 다 드셨다. ‘아 맛있다~!’ 하시는 말씀을 들은 건 참 오랜만이었다.
아저씨께선 식사를 하시며 요 근래 있었던 일들을 형님에게 다 이야기 하셨다. 형님께서는 껄껄 웃으시며 아저씨의 식사를 챙기셨다.
“맥주 안 먹어?”
“형도 안 먹는데 무슨 맥주여! 이따가 산소 가려면 술 마시면 안돼!”
“안 먹을랴”
형님의 말씀에 아저씨께선 좋아하시는 맥주도 금세 포기하셨다.
식사를 마친 뒤에 형님 차를 타고 어머님의 산소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경사가 많이 높았고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올라가시는 길이 짧은 것도 아니었기에 아저씨께서 올라가시는 게 힘들진 않으실까 걱정됐다.
형님께서는 앞장서서 앞에 있는 풀을 쳐주시며 길을 터주셨고 아저씨는 그 뒤를 따라가셨다.
아저씨께서는 직원이 뒤에서 받쳐드렸음에도 몇 번을 넘어지시며 힘겨워하셨지만 중간 중간 ‘엄마 산소 가야지’, ‘엄마한테 가야지’ 하시며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서 올라가셨다.
어머님의 산소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아저씨께선 이미 몸이 흙과, 풀 그리고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셨다. 그럼에도 어머님 산소를 보시자마자 절을 먼저 하려 하셨다.
“이거 차려놓고 해야지”
형님께서는 아저씨께서 준비하신 음식과 술을 꺼내셨고, 아저씨께 술을 따라주시며 어머님께 인사드릴 준비를 함께하셨다.
“이제 절하자”
두 분은 함께 어머님 산소를 향해 절을 올리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신 뒤에 형님께선 슬슬 내려가자고 하셨다. 가파른 경사의 산길을 내려가시는 아저씨께선 몇 번 넘어지셨고, 다 내려오시니 다리에 힘이 풀리셨는지 부축을 해드렸어야 했다. 그럼에도 아저씨께선 ‘안 힘들어’ 라고 하시며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으셨다.
형님께서는 직원과 아저씨를 차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셨다. 인사를 나눈 뒤에 형님께서는 먼저 댁으로 가셨다.
“아저씨 오늘 오랜만에 어머님께 인사드리니 어떠셨나요?”
“좋았어”
“안 힘드셨어요? 넘어지시고 그러셨는데”
“괜찮어 안 힘들어”
분명 많이 힘들고 아프셨을 텐데 그렇지 않다고 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2024년 5월 24일 금요일 최승호
아저씨께서 산소에 오르내리시는 일이 힘겨우셨을텐데 잘 다녀오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아저씨 건강이 잘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