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상속세 폭탄, 백년기업 탄생 막아”… 野 “대안없이 감세 주장”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 연설
金 “과중한 조세는 경제 쇄국정책”… 조세개혁, 총선 공약으로 부각 예고
한중 관계엔 ‘상호주의 원칙’ 내세워
野 “국민 아니라 당 지지자 위한 연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앞)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상속세 폭탄’이 백년 기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 조세 개혁에 빨리 착수하겠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과중한 조세를 계속 고집하면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리는 더 큰 어려움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 한국이 유독 기업에 과중한 세금을 걷고 있어 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여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세 개혁 이슈를 공약으로 띄워 개혁을 완성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세수 부족으로 국가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인 데다 관련 법 개정에 대한 거대 야당의 협조도 어려워 이른 시일 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세 개혁 운 띄운 金
김 대표는 이날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 세율이 무려 26.4%다. 미국, 프랑스, 영국보다 높고 심지어 중국보다도 높다”며 법인세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유럽에서 가장 가난했던 아일랜드가 세계적인 부자 나라가 된 건 법인세 인하로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인 결과”라며 “과중한 조세는 경제 쇄국 정책”이라고 했다.
다만 올해 4월까지 국세가 1년 전보다 33조9000억 원 덜 걷히는 등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이고, 전체 국세 수입의 26%를 차지하는 법인세수는 예산을 짤 때 예상했던 105조 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도 이를 감안해 “세수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긴 하겠다”고 전제를 달았다.
정부와의 시각차도 넘어야 할 산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관훈토론회에서 “법인세, 상속세, 부동산세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는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스탠더드와 경제 성장을 위한 방향상 맞다고 생각해 강조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부와의 조율은 필요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밑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요구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선 “전부 다 빚 얻어서 퍼주자는 것 아니냐”며 “추경 중독을 끊어내야 한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연설 후 논평에서 “경제 위기를 해결할 의지도, 대안도 없이 감세 정책을 받아들이라고 윽박질렀다”고 비판했다.
● “한중 양국 상호주의 원칙 지켜야”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10만 재한 중국인의 참정권 제한 및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 축소를 꺼내들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에 거주 중인 중국인과 중국에 거주 중인 한국인에게 똑같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발언으로 촉발된 ‘참정권 상호주의’ 관련 법안을 발의한 권성동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외국인 투표권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선거는 단 한 표로도 당락이 결정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는 8913표 차로 승부가 났고, 경기 안산시장 선거의 당락을 가른 건 불과 179표였다”고 썼다. 민주당은 관련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중국인 영주권자 대부분이 서울에 거주 중이기 때문에 주요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으로선 양보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론을 등에 업고 당론에 준하는 정책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민주당도 충분히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3.6.20/뉴스1
● 野, 김 대표 연설 혹평
김 대표는 사법부와 공영방송 개혁도 강조하며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부문이 사상적 진지전의 전초기지로 악용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사법부에 대해서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우국민’으로 구성된 사법부가 정의가 아닌 그들만의 출세와 정파적 이익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 왔다”고 했다.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정치화 편향화 사유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연설에 야당은 혹평을 내놨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아니라 당내 지지자들을 위한 연설이 아니냐”며 “집권 여당 대표의 연설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브리핑에서 “오만한 적반하장 그 자체였다”고 비판했다.
김준일 기자, 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