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등 15곳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교육부, 비수도권 대학혁신 주도할
10곳 선정해 5년간 1000억 지원
전공 칸막이 없애기 등 혁신 눈길
강원-경북 3곳씩 뽑혀… 대구 등 빈손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는 비(非)수도권 대학에 한 곳당 ‘5년간 총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교육부 ‘글로컬(Global+Local)대학’ 사업에 포스텍, 부산대·부산교대 등 15곳이 예비 지정됐다. 최종 선정 대학 10곳은 세부 실행 계획을 심사해 10월에 결정된다. 정부는 2026년까지 향후 3년간 총 30개 안팎의 지방대를 글로컬대로 지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 전공 칸막이 없애고 한국형 ‘실리콘밸리’ 구축
20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경상국립대, 순천대,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울산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포스텍, 한동대, 한림대 등 11곳(이상 단독 신청)이 예비 지정됐다. 통합을 전제로 한 대학 중에는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 등 4곳(이상 공동 신청)이 예비 지정됐다. 국립 8곳, 사립 7곳이다.
대학들이 제출한 ‘5쪽 혁신기획서’도 이날 공개됐는데, 가장 두드러진 혁신안은 학과나 전공 등 대학 안팎의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었다. 한동대는 전공과 학부 구분 없이 입학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전공을 설계하도록 지원할 계획이고, 순천향대는 기존 10개 단과대 대신 15명 이하로 운영되는 소전공을 운영하며 학제를 3∼5년제로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 및 방위산업이 밀집한 이점을 살려 ‘우주항공방산 허브 대학’을 추진한다. 부산대-부산교대는 사범대와 교대를 통합해 유아교육부터 평생교육까지 생애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교원양성대학 모델을 제시했다. 안동대-경북도립대는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K인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구중심 대학인 포스텍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착안해 바이오·헬스케어, 친환경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창업을 지원하는 ‘퍼시픽밸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울산대는 미래 신산업 대학원 신설을 전제로 학부 정원을 15% 감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 강원 ‘3곳’ 선전… 대구 대전 제주 ‘빈손’
강원과 경북 지역 대학은 3곳씩 선정된 반면, 대구 대전 제주는 한 곳도 선정되지 못해 희비가 엇갈렸다. 경남에서는 2곳이 뽑혔고, 나머지 지역은 1곳씩 선정됐다. 강원은 신청한 6곳 중 3곳이나 선정돼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일각에선 김중수 글로컬대학위원장이 한림대 총장이었던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히려 지역 안배 없이 철저히 혁신기획서에 기반해 공정하게 평가했다는 방증”이라고 반박했다.
대학가에서는 내년부터 ‘혁신 눈높이’가 더 높아질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글로컬대에 지원한 94곳 중 58곳이 혁신기획서 공개에 동의했다. 광주의 한 사립대 총장은 “글로컬대에 뽑힐 수 있는 우수 답안지부터 탈락 예시까지 공개된 셈”이라며 “2년 차부터는 차별화된 혁신안을 만들기 위한 눈치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