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협력업체 사장님과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분인데, 이 분이 참 재밌는 이력을 가지셨어요...
한국에서 직장생활 하시다가 미국으로 가셔서 IT관련된 사업을 하셔서 큰 돈을 버셨습니다.
미국에서 사시던 집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는 Colonial 양식인지 뭔지 스페인풍의 2층짜리 저택 있죠?
현관 앞에 조그만 분수대 같은 것이 있는, 우리 기준으로 봐서 연건평이 300평이 족히 넘어보이는 주택.. 집에 딸린 정원(?)이 4에이커라던데(약 5,000평) 상상이 잘 되질 않더군요.
아무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요즘의 집값에 대해 얘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이 사장님이 당연히 집이 몇채는 되리라 짐작했으므로..) 그동안 갈고닦은 논리로, 한국의 집값은 상당기간 대세하강기일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다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사장님한테서 어떤 반응이 나올까 좀 긴장했는데, 뜻밖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우리나라 집값은 2년 안에 반토막 날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 되구요"
그리고는 계속 하시는 말씀이 본인은 한국에 오면서 집을 안 사셨답니다. 사모님과 단 두분이서 60평대 아파트를 전세 사신다고 하시는 게 상당히 뜻밖이었습니다.
왜 전세를 사시는지? 왜 집값이 크게 하락할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봤습니다.
그 대답 또한 제 예상을 벗어나더군요.
그 분의 말씀인 즉, 우리나라는 아주 건강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사회이기 때문에 반드시 집값은 정상화, 즉 적당한 시세로 하락할 거라고 너무도 쉽고 편하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무래도 미국에 오래 사시다가 한국에 들어오신 지 1년 밖에 안되셔서 뭘 모르시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이 건강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사회라니?????
이제부터 그 분이 하신 말씀을 제가 그대로 옮겨드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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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한국은 분명 잘 짜여진 사회입니다.
워낙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살다보니 가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기준에서 봐도 한국은 선진국에 근접한 사회시스템과 활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막상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열등의식에 빠져 있어서 그렇지, 우리나라보다 모든 면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나라는 10~20개 정도밖에 안 됩니다.
최근 몇년 동안 한국의 집값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것은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미국이나 일본, 홍콩 등 많은 나라들이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회적 병리현상입니다.
하지만 그 사회가 충분한 건강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런 병은 반드시 치료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외형적 성취를 추구하다보니 그 성장통을 지금 앓고 있는 것이지만 그 병은 반드시 고칠 수 있습니다.
만약 고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남미의 아르헨티나처럼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르헨티나가 되기에는 너무나 뛰어난 인적자원과 사회적 활력 그리고 경제적 기본기를 갖춘 나라입니다.
때문에 지금 한국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병을 앓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이것들은 모두 이 사회가 정상적인 자리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일 뿐입니다.
왜 앞으로 짒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느냐에 복잡한 논리는 필요없습니다.
지금의 짒값은 이 사회의 건강한 상식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때문에 우리나라가 말그대로 망할 나라가 아니라면 반드시 원위치를 찾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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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말씀에 전부 다 수긍하긴 힘들었지만 너무나도 쉽고 자신있게 말씀하셔서 제가 감염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볼 때 짒값이 떨어질 것인가는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입니다.
아는 사람은 그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은..... 뭐 어쩌겠습니까?
내년에도 한국경제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제가 볼 때는 지금의 이 상황이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에게는 크게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정도의 인구와 경제력을 가진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보다 실업율이 월등히 낮다거나 GDP성장률이 크게 높은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지난 30~40여년의 시간동안 초압축성장을 해오면서, 우리는 10%내외의 GNP(요즘은 GDP 혹은 GNI를 기준으로 하더군요)성장률과 그 이상의 수출성장률, 일본에 버금가는 저축율 그리고 극히 낮은 실업률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구요.
우리 사회는 이미 저성장, 고비용의 패러다임으로 이미 진입했고, 그것이 결코 비정상적인 발전과정이 아님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다만 여태까지 너무나도 열심히 정신없이 살아온 우리는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혹은 싫은 것이지요.
일종의 문화적충격(Cultural Shock)과 비슷한 정서적 충격이 되겠죠...
생각해 보십시오.
몇년 전만 해도 대학교정원이 대입응시생수를 초과해서 대학들이 세일즈에 나서는 상황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역시 몇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절대 인구 자체가 조만간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거북이가 지구를 정복한다는 얘기만큼이나 현실성이 없는 얘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말도 안되는 기현상이었지만, 코스닥 거품이 한창일 때, 아무도 그것이 거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몇년이 지나서, 지난 2~3년 동안의 짒값폭등현상을 회고할 때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습니까?
그 때 왜 집을 안 샀을까 하면서 땅을 치게 될까요?
아니면, 왜 그때 눈에 뭐가 씌여서 그 돈 주고 아파트를 샀을까 라며 후회하게 될까요?
집값이 정말 떨어질 거라고 믿으세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새로운 대세에 뒤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 우리사회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저성장 체제로 진입한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여태까지 보지 못한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여러분들은 예상할 필요도 없고 믿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정확하게 알고 대비하시면 되는 것입니다.
짒값이 떨어진다는 것을 믿지 마십시오. 그것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인지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정신 바짝 차리고 다가올 회색빛 미래에 대비하십시오.
횡설수설...
(아파트값내리기모임)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