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블랙 마운틴을 하이킹하던 50세 베트남 여성이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영국 BBC가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샌디에이고 경찰은 전날 블랙 마운틴 트레일에서 400m 떨어진 곳에서 디엠 리 응우옌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녀가 동료 하이커에게 낙담해 "지독하게 덥고 물이 필요하다"고 전화 통화한 지 몇 시간 만이었다.
미국의 유명 트레일들은 섭씨 46도까지 치솟은 무더위가 덮쳐 이달 콜로라도와 애리조나주에서 여러 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콜로라도 내셔널 모뉴먼트로 가는 하이킹 트레일을 걷던 아이오와주 여성 마샤 쿡이 지난 10일 실신해 목숨을 잃었다. 나흘 뒤 애리조나주 세도나에서는 남편, 두 딸과 함께 하이킹하던 44세 펜실베이니아 여성이 쓰러져 열사병으로 숨졌다.
지난 16일 41세 남성이 그랜드 캐넌의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에서 목숨을 잃었다. 관리들은 그의 죽음이 폭염과 관련 있다고 확인하지 않았지만, 국립공원 서비스는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그랜드 캐넌의 림(rim) 아래 협곡으로 내려가 하이킹하면 안된다고 권고했다.
경험 많다고 장담할 수 없다
열흘 만에 무사히 구조된 남성도 있었다. 루카스 맥클리시(34)는 샌타 크루즈 근처에서 최근 일어난 산불 때문에 달라진 지형에서 길을 못 찾아 실종됐는데 산딸기를 따먹고 신발로 받아 물을 마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국립공원 서비스에 따르면 폭염 속의 하이킹은 열사병, 심장마비, 저체온증, 이상고열, 저나트륨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모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2년 미국에서 폭염과 연관돼 숨진 이들은 1700명 이상이었다.
전문가들은 가장 숙련된 하이커들도 실수를 범할 수 있고 폭염에 쓰러지면 재빨리 구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리들은 응우옌이 섭씨 35도에도 가족과 친구 등 100명가량과 함께 하이킹에 나섰다가 길을 잃었다고 전했다. 오전 8시쯤 돌아가겠다고 했으며 2시간 뒤 가족에게 열이 나 힘들다며 물이 간절하다고 전화 통화로 호소했다.
샌디에이고 경찰인 댄 메이어는 응우옌이 들머리로 돌아오기 전 쓰러져 변을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날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에 "인구 밀집지, 도로로부터 4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면서 "그녀는 거의 해냈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철 하이킹은 위험한데 특히 아주 더울 때 그렇다”면서 “가능한 예방 조치를 다 취했더라도 여전히 원치 않는 그런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협곡으로 내려가면 더 서늘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낮은 지역이 높은 지역보다 온도가 더 높아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갤런의 물 가져오는 걸 보고파"
캘리포니아 삼림 및 화재 예방청(CalFire)의 아이삭 산체스는 B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샌디에이고 지역의 직원들에게 폭염과 관련한 응급 출동하는 일은 "아주 아주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커들에 가장 흔하고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충분한 물을 가져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게가 나가더라도 "우리는 사람들이 몇 갤런의 물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1갤런은 3.75리터다. 사실 여느 하이커라도 감당하기 버거운 무게다.
그런데도 산체스는 "1온스의 예방책은 그만큼의 치료제다. 그렇지? 우리는 충분치 않은 것보다 너무 많은 물을 가져오길 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에서는 "지나치게 준비하는 일이 좋은 일"이다.
CalFire는 하이커라면 구조를 요청하는 일을 당혹스럽게 여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길을 더 잃거나 더 아플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명심할 것은 딱 이거다. 얼마나 숙련됐느냐, 얼마나 준비됐느냐와 상관 없이 때때로 우리는 도움을 받지 않고선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로 스스로를 밀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