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본 모르는 풀꽃이여, 이름을 받고 싶겠구나
내 마음 어디에 자리하고 싶은가
이름 부르며 마음과 교미하는 기간,
나는 또 하품을 한다
모르는 풀꽃이여, 내 마음은 너무 빨리
식은 돌이 된다, 그대 이름에 내가 걸려 자빠지고
흔들리는 풀꽃은 냉동된 돌 속에서도 흔들린다
나는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는 짐승이다
흔들리는 풀꽃이여, 유명해졌구나
그대가 사람을 만났구나
돌 속에 추억에 의해 부는 바람,
흔들리는 풀꽃이 마음을 흔든다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그대가 있다
불을 기억하고 있는 까마득한 석기 시대,
돌을 깨뜨려 불을 꺼내듯
내 마음 깨뜨려 이름을 빼내가라
2
게 눈 속에 연꽃은 없었다
普光(보광)의 거품인 양
눈꼽낀 눈으로
게가 뻐끔뻐끔 담배연기를 피워올렸다
눈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연꽃을
게는, 그러나, 볼 수 있었다
3
투구를 쓴 게가
바다로 가네
포크레인 같은 발로
걸어온 뻘밭
들고 나고 들고 나고
죽고 낳고 죽고 낳고
바다 한가운데에는
바다가 없네
사다리를 타는 게,
게座(좌)에 앉네
- 시집『게 눈 속의 연꽃』문학과지성사/1991 -
글라스 캣피시 / 사진 〈Bing Images〉
물고기 그림자
황 지 우
맑은 물 아래
물고기는 간데없고
물고기 그림자들만 모래 바닥에 가라앉아 있네
잡아묵세, 잡아묵세,
마음이 잠깐 움직이는 사이에
물고기 그림자도 간데없네
눈 들어 대밭 속을 보니
초록 햇살을 걸러 받는 저 깊은 곳,
뭐랄까, 말하자면 어떤
神性같은 것이 거주한다 할까
바람은 댓잎새 몇 떨어뜨려
맑은 모래 바닥 위
물고기 그림자들 다시 겹쳐놓고,
고기야, 너도 나타나거라
안 잡아묵을 텡께, 고기야
너 쪼까 보자
맑은 물가 풀잎들이 心亂하게 흔들리고
풀잎들 위 풀잎들 그림자, 흔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