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 석부
풍란(Vanda falcata): 참다운 매력, 신념
*풍란영문 이름 Neofinetia falcata에서 Vanda falcata로 변경됨.
우리나라에는 두 종류의 풍란이 있는데 풍란과 나도풍란이다. 나도풍란을 대엽풍란 또는 나비난초라고도 하고 일반 풍란을 소엽 풍란 또는 꼬리 난초라고도 한다. 이것은 잎의 모양을 보고 잎이 둥글고 큰 대엽풍란과 잎이 가늘고 작은 소엽 풍란으로 구별하고, 꽃의 모양이 나비를 닮아서 나비난초라 불리는 나도풍란과 꽃 모양에 새의 꼬리 같은 거(距꼬리)라는 특이한 형태 때문에 꼬리 난초라 불리는데 둘 모두 비슷한 자생지 환경을 갖고 있어서 키우는 방법은 거의 비숫하지만 식물학적으로는 다른 속(屬)에 속하는 관계가 별무한 난과 식물이다. 소엽 풍란은 우리나라 남부인 제주도와 전라도 남해안 지방(흑산도, 추자도 등)과 거문도 등 한려수도 일대에 도서지방의 바위나 나무에 붙어사는 상록 다년생 초본식물에 속한 착생란이며 바람이 잘 통하며 공중습도가 높고 햇빛이 잘 들거나 반그늘인 곳 바위나 나무의 이끼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즉 해풍과 해무가 풍부하며 습도가 높고 바람이 살랑거리는 그런 환경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풍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그 이외의 이름으로는 향이 그윽하다 하여 계란(桂蘭)이라 하기도 하며 높은 바위 위나 나무 위 깨끗한 곳에서 그윽한 향을 풍기며 고고하게 살아간다고 해서 선초(仙草), 처마 끝에 매달아 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해서 헌란(軒蘭), 또 그 자태가 단정하고 귀하다 하여 부귀란(富貴蘭)이라 부르기도 한다. 원래 고온다습한 아열대 식물로 나무껍질이나 바닷가의 높은 절벽 등에 착생하고 대기 중에서 영양소와 습기를 취하며 살아간다. 풍란은 뿌리 잎 꽃이 모두 관상의 대상으로 다른 난보다 감상의 폭이 넓다. 풍란의 뿌리는 몸체에 비해 매우 긴데 이는 대부분의 착생란이 그렇듯이 오래된 나무나 바위 위에 붙어서 양분으로 공기와 습기를 받아들여 성장하기 때문이다. 난의 뿌리는 한해에 보통 두 차례 신장하는데 4~6월이 첫 번째 성장기다. 이때 그 해 성장 길이의 대부분이 자라고 9~10월경에 맞는 두 번째 성장기에는 겨울을 나기 위한 양분의 축적을 목적으로 미약한 신장을 한다. 잎은 보통 일 년에 2장의 잎이 나오기 때문에 잎의 붙음 매를 보면 풍란의 성장 햇수를 알 수 있다. 가장 아래 잎은 5년 정도가 지나 십여 매가 되었을 때 떨어지게 되는데 이 떨어진 잎의 축에서 새로운 싹이 트게 된다. 뿌리의 성장 상태가 좋으면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꽃은 주로 6월에서 7월경에 개화하며, 거의 유백색으로 3~5송이가 진한 향기를 풍기며 핀다. 순백의 꽃만을 보여주던 소엽풍란에 붉은색이나 황색 또는 자색, 녹색 등이 들어가는 꽃을 피우는 경우 특별히 이를 원예화 하였다. 풍란은 여러 가지 나쁜 여건에서도 잘 자라지만 낮은 온도는 좀처럼 이겨내지 못한다. 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착생란이기 때문에 공중습도는 70%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 이하로 떨어지면 인위적으로 공중습도를 높여줘야 하며 12~2월을 제외하고는 차광을 해주는 것이 좋다. 풍란은 기생 란에 속하기 때문에 심을 때도 전혀 흙을 쓰지 않고 헤고나 수목껍질 수태 및 암석에 붙여서 즐길 수 있다. 분에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인데 관리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원래 기생 난은 나무 위나 암벽 등 전혀 영양소가 없는 곳에 있어도 튼튼하게 자라는 것을 볼 때 비료의 필요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대신 배양토인 물이끼의 질이나 배수의 장치 등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뿌리가 썩지 않도록 잘 뻗게 해주면 된다. 물주기는 여름철에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많은량의 물을 주며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거의 물을 주지 않거나 적은 양의 물을 분무 해주는 것이 좋다. 풍란은 햇빛이 부족하면 번식이 잘 안 되므로 품종에 따라 광량을 조절하여야 한다. 강건한 것은 햇빛을 많이 쪼이고 성질이 약한 것은 햇빛을 적게 쪼인다. 풍란은 흙에서 살지 않기 때문에 병해와는 거의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거의 병에 걸리는 일이 없으나 고온 다습할 경우 동화 작용에 장해가 생겨 잎에 흰가루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한다.
풍란의 매력
풍란은 바위나 나무 등에 붙어사는 착생 난으로 오래 전부터 재배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 사랑을 받아온 풍란은 오늘날에도 그 인기를 더해 더욱 대중화 되어 재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풍란의 매력은 한마디로 말하면 바람이 불어도 끄떡하지 않고 작아도 우뚝 솟은 산과 같이 당당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이점이 풍란이 인기를 더해만 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또 자세히 보면 잎 모습이 품종에 따라 각각 다르고 무늬도 모습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한 품종에서 나온 새 촉이 특별한 무늬로 변화해 고급 종으로 되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 풍란에는 뿌리도 관상의 대상으로 되고 있는데 품종에 따라 뿌리의 색이 변해 봄, 가을 생장기에 관상을 할 수 있다. 더욱이 도시에서처럼 정원이 없는 경우라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충분히 재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형이기 때문에 좁은 장소에서도 여러 그루를 재배할 수 있는 것 또한 풍란만의 장점이다. 또 풍란의 꽃에는 바닐라 향과 같은 달콤하고 청초한 감향(甘香)이 있으며 화색에 있어서도 보통은 백색이지만 요즈음은 엷은 홍색 황색 녹색 등도 볼 수 있다. 그 외 기형화가 나타나는 등도 꽃의 변화가 풍부한 것도, 사랑 받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풍란 감상
풍란의 감상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그 품종이 지니고 있는 본예(本藝)가 무엇이며 가장 이상적인 무늬가 무엇인지를 알아두어야 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녹이 많고 무늬가 희미하거나 반대로 녹이 거의 없고 노란 색깔만 많이 들어가 있다거나 밑의 잎들은 무늬가 가장 이상적인데 위로 갈수록 녹이 점점 없어진다든가 반대로 녹만 차 들어온다든가 새 촉이 유령으로 자꾸 나온다든가 하는 품종은 감상면에서나 재배면에서 그 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화려하게 보이더라도 피해야 한다. 그리고 잎의 길이가 지나치게 길게 웃자랐다든가 아니면 한 촉에서 잎들이 일정하지 않고 길고 짧고 들쭉날쭉하다든가 하는 것은 재배시 환경 차이가 너무 극심하여 난이 무척 많은 몸살을 앓았다는 것을 뜻하며 역시 감상면에서 가치가 몹시 떨어진다. 그 외에도 뿌리가 곧게, 보기 좋게 뻗어 내리지 못하고 구불구불하다든가 여러 가닥으로 갈라졌다든가 말라비틀어졌다든가 또 축이 촘촘하지 못하고 엉성하다든가 꽃이 한 대에 대여섯 송이씩 피지 않았다든가 화예품의 경우 제 색깔이 나타나지 않았다든가 하는 것들 역시 감상 가치가 몹시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1. 잎의 특징
풍란의 잎은 두텁고 단단하며 짧고 잎 끝이 뭉툭하면서도 비교적 좁은 형태의 잎이 좌우 대칭을 형성하고 있는 바 일반 난과 식물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아울러 그 잎의 모양과 무늬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1)무늬의 종류
(1) 복륜(覆輪)
부귀란의 무늬 중 가장 많은 개체를 지니고 있으며, 부귀전, 만월 등 부귀란 최고의 명품이 대부분 복륜 중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동출도와 같은 저렴하고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그 기품이 뛰어나고 강건한 품종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 초보자에서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복륜은 다른 무늬종과는 달리 항상 고정돼 있고 무지나 유령으로 갈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 꾸준한 인기의 비결이다. 간혹 중투 형태나 유령, 무지로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복륜으로 돌아간다는 게 특징이다. 복륜은 동출도나 부귀전 처럼 백색으로 나타나는 것도 있고 자신전처럼 황색으로 나타나는 것도 있으며 준하복륜 처럼 심대복륜으로도 나타나고 서출도처럼 호복륜으로 나타나는 품종도 있다. 또 들고 햇빛에 비춰보면 별빛처럼 작은 투명한 무늬를 보여 주는 수정복륜 같은 특이한 품종도 있다. 풍란은 또한 복륜에서 중투나 호 엽변이종 등으로 변하기도 한다.
(2) 호(縞)
호의 무늬는 풍란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 호는 크게 나누자면 황호, 백호(유백색 포함)로 나눌 수 있다. 호의 성질별로는 금루 같은 일반적인 호와 부악, 직희, 팔중의, 경하, 청광묵 같은 산반호, 그리고 운룡롱, 유금곡 같은 호와 호피가 혼재하는 품종들이 있다. 풍란 호의 가장 이상적인 무늬는 잎 장마다 일정하게 똑같은 형태의 호 무늬가 들어가 있어야 하며 넓은 면적의 호가 편호로 한 두 줄 들어가 있는 것보다 가는 줄무늬가 여러 줄 골고루 들어가 있어 녹은 부위와 호의 부위가 일정한 규칙성을 형성하고 있을 때가 최고이다. 상하를 따지자면 단연 잎 전체에 실호가 산재한 것을 상급으로 한다. 흔히 말하는 화려한 상급(파수 최상급)인지, 수수한 상급(지미 최상급)인지는 전면에 산재하는 호의 굵기에 의해 결정된다. 산재하는 호가 가늘다면 수수하게 보이고 굵다면 밝게 보이는 것의 차이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호는 점점 발전한다고 생각하면 수수한 최상급이 더 오래 감상의 즐거움이 있다. 호가 발전한다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편호 쪽에서 붙는 신아들이 유령으로 갈 확률이 많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항상 예외의 경우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실호→굵은호→유령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호물의 경우 실생이 되기는 하지만 호로 발현되는 개체가 적어서 경제성이 없어 실생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3) 산반(散斑)
산반의 경우 전면 산반이 단연 상급이고, 예가 반전될 경우 즉 일반적인 산반이 녹 바탕에 황이나 백의 산반이라고 할 때, 황이나 백 바탕에 녹산반이 되는 경우가 최상급이다. 산반은 호보다 더 발전 경향이 많아서 무지를 키우더라도 자촉에서 산반이 발현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인지 경하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며 실생 또한 잘되어 요즘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품종이 되었다. 농장에 가서 농채를 할 때 산반인 개체가 있다면 청축청근백산반→직희, 니축니근백산반→팔중의→니축니근황산반→부악,청축청근황산반→청축부악 이 아닌지 제일 먼저 의심해 보면 낭패 보는 경우가 적다. 이런 분류에 속하지 않는 개체라고 확신한다면 구입을 해도 좋으나 가격을 많이 주지는 마라. 산반은 그냥 산반일 뿐이고 청축부악전면산반이라도 값이 얼마 하지 않으니 이보다 더 주고 살 필요는 없다. 단 루비근이라면 예외다. 운룡롱, 유금금과 같은 품종은 흔히 호가 파괴되면서 호피가 발현(운이 뜬다)되는 개체인데 아주 매력적인 품종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호가 전면에 잘 든 것이 역시 상예품이다. 농장에 가면 가끔 호+호피반의 변이종들을 만날 수 있다. 제대로 유금곡이나 운룡롱의 예를 따라올 수 있는 개체는 아직 보지를 못했지만 수년간 배양하다보면 비슷한 개체도 나올 수 있다. 농장에서 가끔 호피반 품종의 유묘를 농채 할 기회가 있는데 이런 것들의 대부분은 호피반이 화려해서 호가 재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뚜렷이 대비가 되는 개체라면 재미는 있겠지만 금두각 같은 후발호피반의 경우 호가 있더라도 후발로 들어오는 호피반에 묻혀서 호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호피반이 발현되더라도 호가 분명히 보이는 개체를 구하는 것이 좋다. 부귀란의 경우 호의 최종 목적지는 복륜이다.
금두→금갑복륜,보금→보복륜,금광금→국휘전,청왕금→청왕복륜
어떤 형태의 호에서 복륜이 나온다더라 하는 것은 100% 신뢰할 것이 못되는 것 같고 누구도 장담을 할 수가 없다. 좋은 모촉에서 좋은 신아가 나올 확률이 많다는 것만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말인 것 같고 오래 키우다 보면 복륜이 하나쯤은 터지는 것이 호물의 매력이다. 최상의 호를 사지 못할 바에는 차선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 줄보다는 두 줄, 잎 가장자리 보다는 안쪽으로, 편호더라도 실호가 몇 개로 나누어진 편호(굵은 편호보다는 실호인 편호가 상급)를 구하고, 배양할 때 가급적 호가 있는 부분을 전면으로 해서 빛을 많이 받게 해서 그 쪽으로 신아를 유도하면 신아에서 더 좋은 무늬를 기대할 수 있다.
(4) 호피반(虎皮斑)
풍란의 호피반은 춘란이나 혜란의 경우와는 달리 상당히 다양하다.
선천성: 설산, 고외, 여고외, 호박, 기주설호, 기주백설, 서운, 금모란, 봉황전, 천지천, 일월광, 대성광, 대운해, 대성해 등등
후천성: 금루각, 금성, 화의, 금공작, 금유황, 황금금, 남해설호, 당, 백봉 등등 일부 호피반으로 구분되는 것들 중에 중반의 형태인 천지천, 일월광, 대성광 등과 서반의 형태인 금모단 계열, 백운각, 서운, 화영 등은 따로 정의를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천성 호반의 경우 백색 계열의 무늬가 많으며 후암성인 경우가 많다. 무늬가 화려한 개체를 원한다면 설산이나 가주설호의 실생종이 모종 보다 더 화려한 경우가 많다. 설산의 실생인 잔설, 대잔설은 아랫잎까지 호반이 남아 있어 화려하며, 기주설호의 실생인 기주백설도 아주 화려하다. 이런 품종의 문제는 대잔설을 제외하고는 세엽이라는 데 있다. 선천성 호피반이면서 청근인 호박이나, 청근여고외 정도면 충분히 예를 즐길 수 있다. 후암인 개체는 서반으로 구분해야 하겠지만 풍란에서는 서반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지라 호피반으로 편입된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금모란을 따라갈 난은 많지 않다. 화려한 천엽, 심심치 않게 발현되는 호, 墨 그리고 최상의루비근.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예로 따진다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난이다. 국내 변이종인 고궁(세엽 소형)과 화영(광엽 대형)의 경우 예로서는 화영이 훨씬 위다. 중반의 형태인 천지천 형태의 난이라면 저렴한 천지천으로 만족하는 것도 방법이다. 천지천은 실생이 잘 되기 때문에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국내 변이종 중 중반의 루비근인 홍화장(소형 세엽)과 구화(광엽)의 경우 예로 따지자면 구화가 훨씬 위다. 구화가 풍명전 정도의 사이즈가 된다면 풍명전을 능가하는 난이 될 것은 분명하다. 후발 호피반의 최상이라면 아직 까지는 금유황을 꼽을 것이다. 황금금의 단엽 형태인 황금환이 더 고가이긴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고정된 개체를 보지는 못했다. 니축은 광엽의 금두각도 좋고, 절반이 분명한 당금도 좋고(난이 좀 작음), 육변화로 피는 금성도 좋고, 입엽에 화려한 화의도 좋다. 니축의 경우 루비근에 가까운 적근을 내는 경우가 많다. 루비근과 절대로 혼동하지 마라. 여기서도 모든 난을 고르는데 공통적인 한 가지 규칙은 있다.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대형의 난이 더 가치가 있다.
(5) 변이종
실생이 잘 되는 두엽(옥금강,정지송,이세왜계,취화전,록보,공작환 등등), 호반(금두각,화의,설산,기주설호,고외), 산반(팔중의,부악,직희)를 거쳐 이제는 모주의 가격이 부담스러워 하기 어려웠던 천옥보, 몽환, 홍공작 등등의 고가품도 실생이 될 것 같다. 두엽의 가격은 떨어졌으나 실생으로 인해 자연 상태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변이가 많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옥금강의 호, 복륜이 나오고, 다른 두엽들도 호물이 심심치 않게 소개되고 있으며 상당한 고가에 거래가 되고 있다. 변이종을 구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기본의 품종과 달라야 한다. 가령 옥금강 유묘는 원종과는 다른 개체들이 있게 마련이다. 대형, 소형, 입엽, 광엽, 기엽, 부변이, 꽃변이 등등의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것이고 이중에는 분명히 향후에 가치를 인정받을 개체들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호, 호피 등의 무늬종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출신이 분명히 다른 풍란이라 하더라도 성장하여 형태가 같다면 그건 같은 풍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예가 희청해다. 청해는 자연산이고 희청해는 실생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의 난은 구분이 어렵다. 심지어 꽃까지 동이하다. 자연변이로 나타난 청해와 실생 변이로 나타난 희청해의 모촉이 같았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장을 다니다 보면 아마도 실생에서 나온 두엽이라는 것을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자세히 보고 기존의 두엽과 차이가 있으면 사고, 차이가 없는데 키워보고 싶다 할 때에는 기존 두엽의 실생 가격으로 사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호, 호피, 묵, 색화, 기화 등도 같은 개념에서 보면 될 것이다. 농장에서 무지 실생이라는 산반호를 보았다고 하자, 그런데 그 예가 부악과 동일하다고 한다면, 부악 이상의 가치를 평가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모종이 엄미라 한다면 대형으로 성장 가능성 때문에 가치가 높아질 수는 있다. 이런 경우 애매해 진다. 어릴 때 사야 값이 쌀 것인데, 혹시 아마미의 후손이 아니면 아주 비싼 부악을 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성장한 후에 확인을 하고서 사려면 이미 그 값이 하늘을 찌를 만큼 높아진다. 최근 무명호의 두 가지 흐름이 백호계열과 아마미 계열이다. 설백호의 경우 그 희귀성으로 인해 가치가 올라가고 있으며 아마미 호의 경우 대형으로 성장하는 것 때문에 역시 가치가 있다. 어쩌면 아마미 계열은 이미 나올 만큼은 다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본에서 최근 신품종으로 나오는 호물들은 대부분 대형이고 국내에서도 아마미 실생은 그 동안 많았기에 어느 정도의 호는 나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설백호의 경우 황호와 유백의 호보다는 발현 빈도가 낮아서 아직도 그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국내 모 농장에 있던 백호가 일본에서 아주 고가에 거래 되었다는 얘기를 보면 역시 호물의 최상은 설백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루비근의 개체들은 호피반/중반이거나 화려한 산반의 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상 가치가 더 늘어나는 것도 루비근의 개체를 찾게 만드는 것 같다. 화영, 구화, 고궁, 화초장, 홍화장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무명들… 루비근은 그 자체로도 변이종의 가치가 충분할 것 같다. 다만 적근과 루비근의 차이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두엽의 대표종이라면 옥금강, 정지송이다. 두엽은 기본적으로 모두 실생이 된다. 그럼 두엽은 사는 그 순간부터 까먹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옥금강이라 하더라도 엽성이 전혀 다른 개체들이 충분히 출형 할 수 있으며 이런 개체들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여러 가지 이름으로 새로운 두엽들이 소개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기존의 두엽과 차이가 없다면 그런 것들에 대한 가치 부여는 애매해지기 마련이다.
(6) 중투, 중반
풍란에서 중투의 예를 지닌 품종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동출도, 어성복륜, 준하복륜 등의 복륜 품종들 중에서 간혹 새 촉이 중투 무늬를 띠고 나오는 경우가 있으나 고정이 안 되고 또 중투 촉만 분리를 시키면 결국 살지 못하고 죽어 버리기 때문에 중투는 거의 개발이 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중투로 안정된 종류로 대표적인 것으로는 복륜 서출도에서 변이해 나간 진학이 있다. 그러나 진학도 녹이 적기 때문에 번식과 재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며 잎이 위로 갈수록 녹이 점점 약해져 유령으로 빠지다 죽는 확률이 높다. 그 외에 호를 지닌 동양전이 중투로 발전하여 산반 중투 형태를 띤 서와 대강환호에 엷고 희미한 중반 무늬가 들어간 제, 그리고 조일전이 중투로 변한 양명전, 부사금이 중반으로 변한 봉 또는 부사중반이 있다. 대체로 품종이 귀한 편이고 상대적으로 고가이다.
2) 엽변이종
(1) 병엽(竝葉)
가장 표준적인 잎의 모양으로 좌우로 쭉쭉 뻗은 잎의 모양을 뜻한다. 대부분의 풍란이 이에 속한다.
(2) 입엽(立葉)
잎 끝이 위로 힘차게 뻗어오른 잎 모양새를 뜻하며 대표적인 것이 서출도에서 변한 은세계, 입사전, 어검 등이 이에 속한다.
(3) 두엽(豆葉)
잎의 크기가 3cm내외로 아주 작고 둥근 모양을 지닌 앙증맞은 풍란으로 기린환, 정지송, 녹보, 두환, 십이단, 희달마, 청모란, 흑모란, 홍공작 등이 이에 속한다.
(4) 만곡엽(灣曲葉)
활처럼 크게 곡선을 그리면서 아래로 구부러진 잎을 말한다. 대파청해, 청해, 변경환 등이 이에 속한다.
(5) 희엽(姬葉)
의로 솟구치지 않고 잎이 지면과 거의 수평잉 될 만큼 옆으로 뻗어나간 잎. 금광금이 대표적이다.
(6) 역엽(力葉)
잎 끝이 곧게 뻗어나가다가 갑자기 손가락 끝마디처럼 구부러진 형태의 잎. 금광금이 대표적 역엽을 지니고 있다.
(7) 침엽(針葉)
잎 끝이 뾰족하면서 잎자체가 솔잎처럼 가는 잎. 조선철, 아파침홍, 개통, 복수환, 도취 등이 이에 속한다.
(8) 울두엽
잎이 마치 생리장애를 겪은 듯 가운데 엽맥을 중심으로 벌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 부분이 마치 벌레집이 생겨 있듯 붙어 있는 형태를 말한다. 안마울두, 보울두, 용모 등이 대표적 품종이다.
(9) 사자엽(獅子葉)
마치 숫사자의 갈기털을 연상시키듯 잎이 자유분방하게 뻗어나간 잎의 모양. 청룡사자, 낭화사자, 사자갑룡, 수파사자 등이 대표적이다.
(10) 나사엽(羅絲葉)
잎에 나사지가 들어가 있는 풍란이다. 오모자환, 라사복륜, 금은라사 등이 대표적이다.
(11) 갑용엽(甲龍葉)
보통 잎은 엽맥이 V자형으로 피어 있으나 이는 반대로 엽맥이 위로 솟아 있다. 이에는 호갑용, 사자갑용이 있다.
(12) 투성(透性)
거꾸로 치켜들고 햇빛에 비춰보면 별빛 무늬 같은 투명한 점무늬가 나타나는 풍란, 금광성, 수정복륜이 대표적 품종이다.
♣ 두엽을 길러 보고 싶으면
1. 확실하게 다른 특징이 있는 두엽을 고르는 것이 기본이다. 첨악의 경우 산형의 부와 잎 모양이 옥금강과는 전혀 달라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품종이고 일본에서는 가격이 무학에 비길 정도이다. 꼭 두엽의 호, 묵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신품종으로의 가치가 있다.
2. 두엽은 대주 값이라는 것이 있다. 저렴한 옥금강이라도 대주로 키웠을 때는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다. 한 촉짜리 열분 보다 열 촉짜리 하나가 더 가치가 있다. 배양에 기울인 정성과 세월에 대한 보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두엽은 장기간 키울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3. 무명이라는 것에 현혹되면 안 된다. 소위 아마미 무지 풍란 실생에서 나왔다는 두엽들이 있다. 일반 풍란을 실생해서 두엽이 나왔으니 변이는 맞다. 하지만 이런 두엽들이 기존의 두엽들과 다를 바 없다면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 뚜렷한 특징이 있어야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4. 고가품은 이유가 있다. 엄청난 고가의 두엽들이 있다. 천재, 천옥보, 홍공작, 횡강, 취선, 흑요, 성숙해 등등…숫자가 적고 실생이 안 되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실생이 됨에도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덩치가 큰 풍란이다. 같은 예의 난이라면 덩치가 큰 것이 더 가치가 있다. 천옥보, 횡강 등은 초대형 두엽이다. 둘은 이예품(二藝品)이다. 천재(청축청근 매판화), 홍공작(니축니근, 대형 라사지), 취선(청축청근 색화), 흑요(니축니근 색화 기화), 성숙해(청해의 호) 결국 두엽의 호, 묵도 이예품(二藝品)이라는 견지에서 고가를 유지하는 것이다.
2. 꽃의 특성
꽃 역시 다른 난과 식물들과는 상당히 다르게 작고 앙증맞으며 꽃송이 마다 낚시바늘 처럼 길게 늘어진 수염을 뜻하는 말인 거(距)라는 것이 붙어 있어 그 우아함을 더해준다. 사실 종명(falcata)라는 명칭은 바로 그 낚시바늘 처럼 생긴 거의 모습에서 따운 것이다. 대부분의 꽃은 백색이지만 황화, 도홍화, 녹화, 기화 등이 피기도 한다. 소엽풍란의 꽃은 모두 소심이다.
1) 도화
복숭아색이 꽃잎에 엷게 물든다. 도희, 도원, 비충, 영충, 청해 등이 있다.
2) 홍화
붉은 자홍색으로 피며, 화심 간우데가 붉게 피는 동천홍과 꽃잎 끝에서 붉게 피는 주천왕, 성성 등이 있다.
3) 황화
개나리색 진한 황화는 아니지만 은은한 황색이 도는 꽃을 피우는 것으로 대팔주가 대표적이고 서운이 황화라 하는데, 꽃잎이 피기 전까지는 아이보리색이고 만개시는 백색으로 변해 핀다. 근래에 교잡 배양종중 개나리색과 같은 황화가 피는데 아직 미등록 상태에 있다.
4)녹화
비취색 은은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난들로서 풍란 중에서도 극히 드물다. 비취, 기주녹풍, 춘급전 등이 이에 속한다.
5) 기화
정상적인 꽃 모양에서 약간의 파격이 곁들인 꽃이 피는 품종으로 꽃대에 여러 송이의 꽃이 계단 형태로 핀다하여, 계단 피기로 불리우는 춘급전, 그리고 약간 독특한 형태로 피는 영충이 대표적이다.
6) 하늘피기
대부분의 꽃이 위로 치켜 든 꽃대에 수줍은 듯 고개를 살포시 떨군 새악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나 당당하게 하늘을 향해 치켜들 듯 피어난 꽃의 모습을 일컫는다. 비충, 옥금강, 청해, 금은라사, 무학, 대파청해 등이 이에 속한다.
7) 기타
대부분의 꽃은 백화로 피지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독특한 색깔이나 형태를 지닌 것 외에 꽃은 백화로 피되 꽃대에 아주 진한 홍색이 곁들여 있어 감상가치가 높은 난들도 있다. 동출도, 동출도에서 황복륜으로 변이된 호동복륜, 서출도, 진학, 은세계, 연성환 등이 이에 속한다.
3. 뿌리의 특성
풍란은 원래 나무나 바위에 뿌리를 드러내 놓고 살던 습성이 있는 난이기 때문에 집에서 분에 심어 기르더라도 그 습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다른 일반 난들은 뿌리가 분 속에 숨어 있어 그 모습을 지켜 볼 수가 없지만 풍란은 뿌리를 공기 중으로 드러내 놓고 자라는데 그 생장점의 색깔이 영롱하고 다양하여 뿌리 자체도 하나의 감상 가치를 지닌 대상이 된다. 그 맑고 투명한 모습은 보는 이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 주기에 충분하다.
1) 청근(靑根)
뿌리의 생장점이 연하고 투명한 연두색을 띠는 종자로서 경하, 청왕금, 유곡금, 직희, 어검, 어성복륜, 월계관, 천혜복륜, 호박, 공작환, 정지송, 대파청해 등 그 개체가 상당히 많다.
2) 니근(泥根)
뿌리 끝이 붉은색을 띤 탁한 갈색 뿌리를 뜻하는 말로서 풍란 중 가장 많은 뿌리의 특성이다. 부귀전, 만원, 동출도, 서출도, 전하복륜 등 거의 대부분이 니근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니근의 특성은 햇빛을 강하게 받을수록 붉은빛이 더 진하고 영롱해져서 더러는 루비근에 가까울 만큼 진한 홍색을 띠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당금, 금루각, 고외, 어기, 부귀전 등이 대표적이다.
3) 루비근
보석 중 하나인 루비처럼 영롱하고 투명하여 진한 홍색 뿌리를 지닌 풍란으로서 대표적인 명품으로는 금모란, 백모란이 있다. 백모란은 잎에 나타나는 호와 분홍빛이 도는 꽃도 환상적이지만 영롱한 색깔의 루비근을 지닌 뿌리야 말로 가장 압권이다.
풍란 석부
풍란은 나무줄기나 바위 등에 착생하여 사는 착생란이기 때문에 돌 헤고 나무껍질 기와 화분 도자기 등 착생시킬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 할 수 있다. 풍란을 돌에 붙여 석부작을 만드는 작업은 풍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갖고 있는 수석 또한 감상할 수 있는 점이 풍란재배의 재미를 더하는 점일지도 모른다. 풍란이 꽃을 피우면 그 달콤한 향기를 수석의 아름다움과 함께 더욱 실감나게 맡을 수 있고, 수석에 붙어 내린 뿌리만으로도 생명의 강인함과 뿌리 끝에 나타난 색깔을 볼 수가 있다. 또한 석부작은 살아 있는 예술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성숙해 진다. 이끼가 생기고 풍란이 번식을 하고, 뿌리는 생동감을 풍기며 자라간다. 자연 경을 연출한 석부 작이나 목부 작을 감상하는 것은 한결 운치가 있을 것이다.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풍기면 그 멋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풍란과 돌의 선택
풍란과 더불어 같은 착생란인 나도 풍란, 석곡, 지네발란, 콩자개란 등은 중요한 석부작의 소재가 되며 수석과 잘 어우러지게 연출 하는데 필요하나, 제일 중요한 것은 우선 수석을 잘 골라야 한다. 풍란이 뿌리를 충분히 내릴 수 있도록 입석(立石)형이거나 암형석(岩形石)이 제격이다. 수석의 재질은 가능한 단단한 경석이 좋고, 수석에 변화와 굴곡이 있으면 더욱 관상하는데 즐거움이 있으며, 풍란을 조화롭게 붙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부착을 시키려는 풍란은 잎이 긴 것 보다 짧은 것이 잘 어울리는데 습도가 낮게 관리된 뿌리가 가늘고 윤기가 약한 것을 골라야 착생이 잘된다. 습도가 높게 관리된 풍란은 대체로 윤기도 좋고 뿌리도 굵으며 건강하게 자란다. 그러나 이러한 풍란은 석부작을 만들 때 착생이 잘되지 않기도 한다. 풍란 석부작에서 석부작의 시기는 그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란 석부의 시기는 풍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뿌리가 한창 뻗어 내리는 4월~6월까지가 적합하다. 뿌리가 뻗지 않는 시기에 풍란을 입수하였다면 분에다 이끼재배를 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며 다음 해 새 뿌리가 내릴 때를 기다려 석부를 시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석부작에 필요한 재료(풍란, 목공용 순간접착제, 산이끼, 마른이끼, 일엽초, 가위, 이쑤시게, 콩짜개덩굴, 핀셋, 운치 있는 돌)를 준비한다. 석부작에 쓰일 풍란은 엽세가 좋고 뿌리가 굵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대⁃소엽을 막론하고 장엽보다는 잎이 작은 것이 좋다. 왜냐면 수석은 축경(縮景)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착생시킬 풍란의 잎이 너무 길거나 크다면 돌과의 균형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차츰 자라게 되어 잎이 커질 것을 감안하여 석부를 시도한다. 돌의 질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지만 질이 강한 돌은 습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이는 수태로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돌 표면이 거칠면 뿌리가 뻗어가다 돌 주름 사이에서 성장이 멎을 수도 있으니, 이 틈새에 이끼 양생 등으로 뿌리 뻗기를 도와주면 된다. 돌의 색깔은 검은색이 흰색의 뿌리와 조화를 이루어 보기가 좋은데, 돌의 색깔은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흰색의 돌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돌의 형태로 수석에서 말하는 산수경석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축경인 산수경석에 실물인 풍란을 붙이면 그 정경이 수려할지라도 몽돌로 전락해 버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석부작에는 입석이나 바위 형이 적당하다. 가능하면 하늘을 찌르는 기상의 돌로서 굴곡에 힘이 들어 있는 운근석(雲根石)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밋밋한 돌보다는 한군데 풍란을 붙일 포인트가 있는 것이 운치가 있으며 붙일 것을 찾는 것은 각자의 심미안에 맡길 수밖에 없다.
석부작 및 목부작 재료선택
돌의 거칠기: 심하게 표면이 거칠지 않아야 한다. 표면에 심한 요철이 있으면 뿌리가 자라다가 요철 부위에서 장애를 받아 생장이 정지한다.
돌의 크기: 풍란의 크기와 균형이 이루어질 정도의 크기가 좋다.
돌의 모양: 풍란은 해가 거듭될수록 뿌리가 많아지고, 길어지므로 충분히 뿌리가 내릴 수 있도록 길이가 긴 돌이 좋아서 보통 입석으로 고정하기에 적합한 모양이 좋다. 또 기암괴석형이 좋다.
돌의 강도와 종류: 돌이 너무 푸석푸석한 돌은 쉽게 부서지고, 철광석 같은 특수한 성분이 다량 있는 경우에는 습도가 높은 곳에서 변색이나 계속 유해성분이 분해되어 나와서 좋지 않다.
바닷돌: 바닷돌은 염분 등이 많아 민물에 얼마간 담구어 우려낸 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풍란은 얼마간의 염분에는 견딜 수 있으나 뿌리가 잘 착상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나무의 종류: 항상 습한 상태이어야 하므로 이러한 조건에서도 쉽게 썩지 않아야 한다. 보통 단단한 나무 종류가 오랫동안 썩지 않는다. 오랜 풍파에도 썩지 않는 고사목, 주목의 고물, 큰 소나무의 관솔, 열대지방의 헤고 등이 좋다.
나무의 크기: 풍란의 크기와 균형이 이루어질 정도의 크기가 좋다.
나무의 모양: 가지가 비틀어 진 것 등 괴이한 형태의 나무가 좋다. 그러나 화려하거나 복잡한 형상은 작품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 나무는 자연석과 달리 여러 형태로 조각이 가능하여 다양한 형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의 형상을 자연스럽게 변형할 때에 톱으로 절단한 부위나 칼로 조각한 부위는 자연스럽지 못하여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이러한 부분은 나무의 표면을 부탄가스 토치로 충분히 태운 후에 탄 부분을 수세미로 깨끗이 제거하면 매우 자연스러운 표면과 나무의 나이테에 의한 요철 무늬 및 굴곡부를 얻을 수 있다.
* 일엽초: 일엽초는 고란초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다년생 상록 양치류, 근경은 약간 거칠고 크며 옆으로 뻗고 때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선형으로 촘촘히 나며 두꺼운 혁질이고 밑은 좁고 끝은 뾰족하나 약간 뭉뚝하며 길이 10~30cm 나비 5~10cm 정도이다. 잎 앞면은 진한 녹색이다. 습기가 있는 바위위나 나무 위에서 자란다. 줄기는 길게 옆으로 뻗었고 버들잎을 닮은 잎이 하나씩 돋아나기 때문에 일엽초(一葉草)라고 부른다.
석부작 만들기 조언
석부작
소재를 선택하는 방법
첫째: 돌의 높이(기세)가 높을수록 좋다. 그 이유는 석부나 목부는 사계절 감상하는 취미로 봄철 3~5월에는 풍란의 뿌리 내리는 것을 감상하고 5~6월에는 풍란의 꽃과 신비의 향을 감상하며 7~11월까지는 뿌리내림과 신아 및 천엽이 성장하는 것을 감상하게 되는데, 높이가 낮으면 뿌리가 내려서 밑 부분의 수태나 물에 닿으면 빨리 썩어서 문제가 발생한다. 높이가 30cm 이상인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둘째: 돌 표면이 너무 거칠면 좋지 않다. 제주 경석처럼 표면에 2~10mm 정도의 작은 홀이 많은 것들은 뿌리가 내리면서 그 속에 들어가서 다시 나오질 않아 뿌리 성장이 그 속에서 멈추어 버리고 만다. 이렇게 되면 뿌리 감상하는 데는 그 이상 못한다.
셋째: 표면이 너무 매끄러워도 수분 보유가 잘 되질 않아 자주 물을 주어야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예 남한강골과 같이 너무 물 씻김이 좋은 것)
넷째: 밑자리가 수평이 되는 것이 고정하는데 안정감이 든다.
돌의 연출
석부할 돌이 자력으로 서지 못하거나 불안정하여 쓰러지기라도 하면 애써 가꾼 석부작이 망가질 수 있으니 이를 고정시켜야 한다. 고정하는 방법으로는 돌의 밑면을 다이아몬드 커터로 자르는 사람도 있으나 가급적 밑면 절단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밑면을 절단하지 않고 고정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여기서는 두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는 나무로 보조 받침을 만드는 방법이다. 수석 가게에서 조각을 하기 쉬운 목재인 마디카로 돌의 밑자리 구멍만 파고 실톱으로 그 둘레를 자르면 된다.
둘째는 포리에스텔 수지(호마이카), 경화제, 색소, 석분을 준비한다. 경화제는 굳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양이 많으면 빨리 굳지만 잘 깨지므로 폴리에스텔 수지의 1/100 정도로 섞는다. 플라스틱 좌대 용기에 수석을 수지가 잠기는 부분보다 약간 높게 비닐을 둘에 밀착시켜 붙인 다음에 앉히고 나뭇가지 등으로 고정한다. 돌을 고정을 시킨 후 비율에 따라 혼합된 액을 붓는다. 혼합액은 30~40분이 지나면 굳는다. 굳으면 플라스틱 좌대 용기에서 분리 후 날카로운 부분은 갈아준다. 분의 크기 높이와 색깔 등은 돌과의 조화를 고려할 일이다. 여기에 덧붙일 것은 분재분에다 돌을 연출할 경우 분의 표면에 부드러운 이끼를 심으면 이끼가 돌에도 퍼져 자연미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밑면이 반듯하여 맨 수반에 연출이 가능한 돌은 돌 색깔에 어울리는 수석 수반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고태가 나는 돌이라면 녹청처리가 된 동 수반을 사용할 경우 돋보이게 될 것이다.
석부의 요령
풍란을 돌에 고정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순간접착제를 이용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순간접착제를 유리 등에 짜놓은 후에 이쑤시게를 이용하여 묵은 뿌리 뒷면에 조금 칠한 다음 20초 정도 가만히 누르고 있으면 잘 붙는다. 접착제는 목각용이 적합하다. 일반 순간접착제는 뿌리가 상하지만 목각용은 뿌리가 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 뿌리가 묵은 뿌리에서 다시 내리는 경우도 있다. 풍란을 돌 표면 전체에다 붙이는 것보다는 돌 크기에 따라 몇 촉을 포인트 지점에다 다소곳이 부착시키는 것이 격을 더하리라 본다. 풍란을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킨 후 습도 유지를 위하여 마른 이끼를 뿌리사이에 끼워 넣는다. 물이끼와 콩짜개 덩굴을 보기 좋게 끼워서 마지막 손질을 끝내고 물을 흠뻑 주어 이끼가 제자리를 잡도록 한다.
풍란 붙이기
먼저 풍란을 다듬는데 오래된 뿌리나 밑둥의 오래된 부분은 잘라버리고 잘 씻은 다음, 개인의 취향대로 원하는 위치에 뿌리가 내릴 공간을 충분히 고려하여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곳에 목재용 접착제 등을 이용하여 생장점이 상하지 않도록 하여 부착시킨다. 수석과 가위, 목재용 접착제, 초물(콩짜개덩쿨, 지네발란 등), 나무젓가락, 이쑤시게 등을 준비한다. 잎의 기부나 생장점에 접착제가 묻지 않도록 주의하여 접착시킨다. 이끼나 초물 등 부착물의 보기 좋게 붙인다. 다 붙였으면 수반에 앉히고 금사로 덮어준다. 완성된 석부작은 흠뻑 물을 준 다음 활착이 될 동안(3개월 정도) 수시로 분무해준다.
물을 많이 주어도 뿌리가 공기 중에 나와 있기 때문에 뿌리가 상하지 않는다. 얼마 있다 보면 새로 뿌리가 자라게 된다.
석부작 관리
석부작이 완성되면 차광을 많이 하여 서서히 적응시키는 요령으로 관리한다. 물을 자주 주어도 과습의 우려가 없다. 햇빛이 잘 들고 습도가 충분하며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면 신기하리만치 뿌리가 잘 뻗는다. 뿌리가 뻗을 때 하이포넥스를 아주 묵게 희석하여 자주 시비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뿌리의 성장이 중지 되었을 경우에는 시비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 관리는 5도 정도의 저온에서 관리하되 수분과다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겨울에 잎이 쭈글쭈글하다고 안쓰러운 마음에서 가온을 한다든지 난방이 잘된 곳으로 옮기는 것은 위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