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 세계 600여개 도시서
여성인권 위한 세계여성공동행진 열려
한국은 ‘강남역 10번 출구’서 개최
여성 2000여명 2시간 동안 행진
“다시 강남역 10번 출구다”
▲ 21일 오후 2시 강남역 10번출구에서 한국여성인권행진(Women's March on Seoul) 열렸다. 2000여명의 여성들은 이날 “My body my choice!” “여성혐오 뿌셔뿌셔” “페미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등의 구호를 외치며 여성 권리를 지지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다!” 전 세계 600여개 도시의 여성들이 여성권리를 지지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21일,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도 한국여성인권행진(Women's March on Seoul)이 열렸다. 굵은 눈발이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행진 참가자 2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My body my choice!” “여성혐오 뿌셔뿌셔” “페미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세계여성공동행진(Women's March Global)은 여성 인권을 지지하는 각국의 ‘자매들’이 벌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행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21일 그의 당선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워싱턴 D.C.에서 거리 시위를 벌이기로 한 후 미국 전역과 각국의 호응에 힘입어 판이 커졌다.
취지에 공감한 한국 여성들도 이날 오후 2시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행진을 열었다. 지난해 ‘5·17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살해)를 계기로 수많은 여성들이 모여 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와 젠더 차별을 성토했던 그 장소다.
▲ ‘찍는페미’에서 활동 중인 김꽃비 배우도 이날 행진에 참가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 많은 여성들이 여성권리를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날 행진의 주요 참가자는 여성이었지만 남성과 외국인의 참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외국인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가부장제 깨부수자” “임신중단 권리 여성에게 있습니다” “여성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여성 권리는 곧 인권”(Women's right is human right) 등의 피켓을 들고 여성권리를 지지했다.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고발 운동 이후 만들어졌다는 ‘여성예술가연대 AWA’(Association of Women Artists)는 “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이 고발되기 이전에는 젠더폭력 사건을 개인의 일로 축소해 공적인 발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성에게 벌어지는 폭력들이 좀 더 수면위로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진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AWA는 “강남역 살인사건은 우리나라에 만연한 젠더 불평등 문제와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축적돼서 터진 사건”이라며 “예술계 내 성폭력 고발도 가부장적 문화를 토대로 쌓인 것들이 곪아 뒤늦게야 터진 것이다. 그래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과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 예술계 내 성폭력은 결국 다 하나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 많은 여성들이 ‘여성권리는 곧 인권’ 등의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 21일 오후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열린 한국여성인권행진에는 2000여명의 여성들이 참가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인도에서 왔다는 박수연(19)씨는 “친구들에게 미국, 런던에서 여성행진(Women's March)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하는지 궁금해 직접 검색을 해보고 행진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과 함께 페미니즘을 위해 행진했다는 자체가 뜻 깊고 좋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박씨는 “인도에서 성매매 피해자 구출 봉사활동을 하면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많은 이들이 한국을 발전된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차별(sexism) 등 젠더 관련 문제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여성 인권을 위해 목소리 내는 여성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시작된 행진은 2시간여에 걸쳐 이어졌다. 신논현역과 국기원 입구 교차로, 우성아파트 앞 사거리를 거쳐 다시 강남역 10번출구로 돌아오는 경로로 진행됐다. 행진 기획단은 당초 사전 신청자가 개인 및 단체를 포함해 450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 신청을 하지 않은 여성들이 행사 당일 대거 참가하고, 행진 도중 시민들이 대열에 참여하면서 참가자는 2000여명으로 늘었다.
▲ 한 외국인 여성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 굵은 눈발이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행진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이정실 사진기자
▲ 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에 눈뜬 여성들은 ‘말하기’를 통해 각종 젠더 차별·폭력과 여성권리를 이야기해왔다. 여성들의 목소리는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퍼져나갔다. 신촌 광장에서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가 열렸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해왔던 각종 폭력의 경험들이 쏟아졌다. 지난해 10월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 시위’가 열렸으며, SNS를 중심으론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고발이 촉발됐다. 여성들은 촛불집회에서 벌어진 성희롱·성추행과 여성혐오 발언에도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그들의 문제제기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반성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의 말하기와 각종 운동 및 시위는 한국 내 여성인권이 여전히 바닥임을 방증했다. 특히 최근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출산지도’는 행정 당국이 여성을 출산도구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에 여성들은 “No rights no sex” “여자는 임신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가임거부 시위와 임신중단 합법화 시위를 열었다.
여성의 권리찾기를 향한 움직임은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진을 주도한 단체 중 하나인 전국디바협회 소속 김지영씨는 “현재 한국 여성들의 현실은 시궁창, 인권 수준은 쓰레기”라며 “취업 등 일자리 문제에서 여성청년으로 겪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씨는 “임신이나 출산, 육아 등을 생각하면 정말 암담하지만 지금 당장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시위나 행진을 통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행사를 통해 여성들은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며 힘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라는 말처럼 일상에서 용기를 얻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행진과 시위가 앞으로도 계속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첫댓글 외국인 분들이 많이 참가하셨대요 비록 전 참가하지 못했지만 정말 멋있어요!ㅠㅠ
멋있어요!!
멋져요!
멋지세요 이 추운날에ㅠㅠ 응원합니다~!!
와....전 가보지도 못했네요. 진심 응원합니다!!!!
추운데 너무 고생 많으셨네요 ㅜ ㅜ
멋져요..추운데 고생 많으시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