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야에
김 난 석
어느 글벗으로부터 양말을 선물 받았다.
설 직전이니 설 선물이라고나 할까보다.
내 어린 시절, 어머니는 이맘때쯤이면 장에 나가
양말 여남은 켤레 사다가 반다지에 넣어두셨다.
설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요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양말은 나에게까지 차례가 오진 않았다.
그런 기억에 따라 나도 연전엔 양말을 사다 서랍에 넣어두곤 했지만
이젠 그런 선물을 좋아할 사람이 없으니
작은 봉투나 준비해둘 뿐이다.
그런데 설 선물로 나에게 양말이라니...
1950년 유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나는 남으로 남으로 피란 내려갔다.
정착한 곳이 충청도 홍성지방인데
서울에서 살 때와는 환경이 많이 달랐다.
양말도 무명실로 뜬 걸 신고 다녔다.
그게 신축성이 없어서 신을 때도 벗을 때도 낑낑거려야만 했고
그러다가 오줌을 지리기도 했다.
불편한 건 그것만이 아니고, 양말을 자주 떠달라 할 형편도 안 되어
아예 신은 걸 다 헤질 때까지 벗지 않고 지내기 일쑤였다.
그러노라면 발가락이 간질거리고
사이사이 시커먼 때가 끼기도 했던 것이다.
설을 앞둔 이맘때쯤이면 어머니는
콩을 물에 불린 다음 맷돌에 갈아 생 콩물을 내셨다.
그걸 가마솥에 붓고 끓인 다음 베 보자기로 걸러내면
비지만 남고 소래기에 익은 콩물이 담긴다.
거기에 간수를 조금 넣고 저으면 콩 단백질이 엉겨
순두부가 만들어지는데,
순두부를 건져내면 마지막으로 따뜻한 맨 콩물이 남는다.
이때 어머니는 부엌으로 나를 부르시는 것이었다.
옷을 하나씩 벗기고 양말도 벗긴 다음
나를 소래기에 들여앉히고 부드득 부드득 때를 벗기시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퉁퉁 불어터진 발가락을 이리저리 쑤셔대며
발을 씻는 것이었다.
때를 씻었으니 부뚜막에 올려놓은 옷을 다시 입고
양말을 신어야 하는데,
옷이야 그냥 뒤집어쓰고 꿰면 되지만
양말은 다시 낑낑거리며 신어야 했으니
목욕 뒤의 개운한 맛이 많이 가시는 것이었다.
이제 설 선물로 받은 부드럽고 신축성 뛰어난 양말이
그때 선물로 들어왔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아마 그랬어도 나는 무명실로 뜬 양말을 신게 되었으리라.
이 고급 진 양말은 손님 차례가 되었을 것이므로.
아, 가난했던 이런 시절이여!
그래도 발가벗은 온몸에 어머니의 손길이 닿았던
그 시절이 그리워라.
첫댓글 엄마손길이 가장 따숩고 좋쵸
저는 유아기때 아부지가
저를 씻겨주셨어요
자식에게
극진하셨어요
참 자애로운 아버지 사랑을 받았군요.
어머니의 손길이 세상 제일이지요...
배고파도 아파도 어머니만 있으면 참을수 있었으니....
위대한 여성 어머니....
명절엔 무지 생각납니다......ㅎ
사랑합니다.....어머니......부디 편안하소서...
그건 누구나의 마음일 겁니다
명절오면
늘 어머니생각
딸부잣집 셋째딸
난 교복도 언니옷 물려입었다.
설빔도 내 차례는 오기 힘들고
양말정도는 꽃신과
두언니가 부럽기도 했다
되물림으로
우린 그렇게 과거는 흘렀지만
어머님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한구석 허전합니다.
딸들이 많았지만
무척 딸들을 사랑했던 기억은
잊을수가 없지요
키우는 강아지도 무시하면
남들도 무시한다고
아들 부럽지 않게 기죽지 않게
키워주셨지요.
그럴수록 생각이 나는 거지요.
어린날 설 풍경속에서 저도 추억에
잠시 잠겼습니다 ᆢ 추억여행에
감사합니다
이젠 민정 여사가 그런 어머니가 되어 있겠지요.
제가 아마도 대여섯 살 적, 발씻기를 싫어했어요.
그럴 때 우리 아버지께서는 양은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오셔서
어린 저를 툇마루에 앉혀놓고 제 발을 깨끗이 씻겨 주셨어요.
봐라, 씻으니 얼마나 개운하니, 하시며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시던..
그 아버지의 사랑이 선배님의 글로 인해 기억 속에서 떠오르네요.
늘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습니다.
가는 임인년 잘 배웅하시고 오는 계묘년 기쁘게 잘 맞이하시어요. ^^
참 자애로운 아버지셨군요.
이제 설을 맞자니 하릴없이 나이만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연중행사중 하나였습죠
아들내미 밸가벗기는 가늠선도 재 보구요
그랬지요.
그런데 유무이님이야 대중탕에 가지 않았나요?
아닌가~~?
@난석 여탕에 고모손에 이끌려 갔습니다
식겁했습니다 5살인데 뷜 건 뷔더라구요
@유무이 ㅎㅎ
그 시절 목욕하기 참 힘들었습니다.
부억에서 짚불때어 목욕시켜 주시든
어머님 생각이 무척 나네요.
설명절 잘 보내시고 북 많이 받으세요.
네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클때는 섣달 그믐날
아버지는 할아버지께
묵은새배 드리면서 자손들께
주실 새배돈을 준비해드렸죠.
설날 아침이면 순번대로
6촌까지 줄을서서 새배드리지요.
노란(누런)편지봉투에
새배돈을 넣어서 주시던
할아버지와 아브지 생각이 많이 나네요.
즐거운 설 명절 잘 보내시고
가내에 평안 하십시요.
그랬군요.
아아 지나간 세월들이여~
난석님~
어릴적엔 양말도 귀했지요
가난한 친구들은 겨울에도 양말 안 신고
그냥 고무신만 신고 다녔네요
양말 기워 신기도 했지요
요즘 흔해 빠진게 양말입니다
글벗으로부터 양말을 선물 받으셨군요
기분 좋으시겟습니다
설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세배 드립니다
네에 올해도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요..
어떻게 이런일까지 기억하시고
이런 소재로 감동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합니다.
명절 행사로 목욕탕에 간 기억은 저도 납니다.
더 먼 기억은 군불때서 목욕시켜 주신 것도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