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어느 따스한 봄날,
은 나라의 수도 은영에 위치한 황궁 난향공주의 처소 난향궁에는 쇠 끼리 부딪치는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난향공주 은교는 그녀의 정인이자 지기인 비한이 오랫만에 청해온 시합에 칼을 휘두르며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는 것 같은 홀가분한 기분을 맘껏 맘끽했다.
"하아- 은교, 그대는 하라는 신부수업은 받지 않고 하루종일 검술연마만 한것이오?"
"자- 비한, 일부러 저주는 건 사양이야.
맘껏 공격해 들어오라구. 네 칼솜씨가 은 나라 최고인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인데.
어째서 이 정도 실력만 보이는거야?"
"훗- 그럼 본격적으로 공격해볼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한은 재빠르게 은교의 약점을 공격해 들어왔고, 결국 은교는 또 다시 잔뜩 부운 얼굴로
자신의 쓰라린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쳇! 이건 정말 너무 불공평해!
비한 너는 거의 하루종일 무술수련을 하겠지만, 나는 하루에 한 시간도 수련을 마음 편히 하지 못한다구!
그나마, 아바마마는 여인네들도 자기몸 하나는 지킬 수 있어야 한다며, 무술을 익히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시지 않지만..
어마마마와 황후마마께서는.."
"어이쿠~ 그러셨어요, 난향공주?"
장난스레 그녀의 통통한 볼을 꼬집으며 눈웃음을 치는 비한은 무척이나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은 나라 최고 관직에 있는 아버지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겸손하고도 신중한 태도와 검소한 자세로 수 많은 학생들과 관리들의 지지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 은 나라의 여자들은 물론 심지어 그를 뒤에서 몰래 은애하는 남정네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나 그의 아버지와 그의 집안을 아끼고, 그를 아끼는 은교의 아버지 남해황제는 어렸을 적부터 비한과 친구처럼 지내온
황녀가 귀한 황실에 막내로 태어나 자신의 가장 큰 총애를 받고 있는 은교, 난향공주를 그와 정혼시켰다.
난향공주는 은 나라 백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황손 1순위였다.
그것은 황실에 황녀가 귀하기도 하여서였지만, 그녀가 언니인 화향공주보다 더욱더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그녀의 외모와 총기
때문이었고, 무엇보다도, 예쁜 눈웃음과 활달한 성격이였였다.
어려서부터, 오라버니들에게 둘러쌓여 자라서였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과 태어날 적부터 몸에서 풍기던
신비로운 난향과는 어울리지 않는 칼부림과 활쏘기, 말타기를 그 어떤것보다 좋아했고 그 실력 또한 왠만한 남자 뺨칠 정도였다.
게다가, 쾌할한 성격으로 화향공주처럼 백성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지 않았으며 늘 웃는 얼굴로 그녀 또한 백성들을 아끼고 사랑했다.
이런 황녀와 재상가의 자제의 만남이라. 어찌되었든, 모든 은 나라의 백성들은 비한과 은교를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라 읽컬었다.
"그나저나, 비한.
다음주에 주 나라로 떠나면, 이번 월광 축제는 함께 보낼 수 없는거야? 올해는 유난히 달이 더 밝으꺼라고들 하던데.."
은교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비한을 바라보았다.
그런 은교가 참지못할 만큼이나 귀여워서, 땀을 흘린만큼 그날따라 더 짙게 풍겨오는 난향에 취해 비현은 결국 그 자리에서
은교의 붉은 입술에 슬쩍 입을 맞추고야 말았다.
화들짝 놀란 은교는 그를 밀어냈고, 그는 아쉬운 마음을 억누르며 은교의 작고 고운 손을 꼬옥 잡았다.
"은교.
이번에 주 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오는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면.. 폐하께 이번달안에 너와 혼인하겠다고 말씀드릴꺼야. "
"에? 그, 그렇지만, 우리는 가을에.."
"흐음- 아무래도 그때까지 기다리는 건 나에겐 더 이상 무리야. 이제 어느정도 나이도 찼으니 분명 폐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실꺼야.
그럼, 그때 지금 하던 걸 마저 다 하자구.
푸훗-"
장난 반, 진담 반 은근한 비한의 말에 은교는 잔뜩 빨개진 얼굴로 그에게 빽 소리쳤다.
"어, 어찌 비한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음흉해 지는거야! 어렸을때는 나랑 눈만 마주쳐도 수줍어서 눈을 돌리더니, 이제는.."
"자. 네게 주려고 특별히 장인에게 부탁했어."
은교의 잔소리를 막으며,
비한은 좀처럼 구하기 힘든 청동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아름다운 머리꽃이를 그녀에게 내밀며 다시한번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은교 역시 그런 그가 싫지 않은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웠다.
.
.
.
.
.
.
"벌써 두 달째 나라에서 알아주는 열 명이 넘는 무사와 자객들을 보냈으나 은 나라 국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역시, 사흘후에 열리는 월광제를 노려보는 것이 현명할 듯 합니다."
"월광제라.. 신분을 막론하고 모두 참가하여 즐긴다는 그 은 나라 고유의 축제 말이냐?"
"그렇습니다, 폐하.
그 날은 심지어 은나라 황실의 태자들이나 공주까지 나와서 축제를 즐긴다고 하니, 온 나라 전체가 떠들석하고 시끄러울 것입니다.
국경 방비 또한 평소보다 허술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사흘 후 내가 직접 은 나라에 들어가겠다."
"폐, 폐하께서 직접 가실만큼 큰 일은 아닙니다.
어차피, 은 나라의 병력은 우리 위 나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허니, 잘 훈련된 무사나 자객을 보내시는게.."
"그 동안, 열명도 넘게 보냈다질 않았느냐?
두 달이 넘게 허탕치고 돌아온 것들을 내 어찌 믿겠는가? 내 직접 은 나라로 갈것이니 그리 알고 채비를 하도록 하라."
올해, 스물 세살의 나이로 황위에 올라 단 몇개월만에 주변에 있는 작은 국가들을 삼키고, 대륙 최고의 국가를 떠오르고 있는
위나라의 젊은 황제 사령의 은색 눈동자가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위나라 황실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은색 눈동자는 시리도록 차가웠다.
그리고, 그 피를 이어받은 사령 또한 시리도록 차가운 사람이었다.
그는 그 어떤 것이라도 자신이 손에 넣고싶은 것에 대해서는 단 한치의 양보도 없었고, 일말의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
바늘이 아닌 칼로 찔러도 피 한방을 흘리지 않을 것 같은 인간.
'남해황제,
그리 발악해봤자 소용 없는 짓이다. 한달안에, 은 나라는 내 손안에 들어온다.'
첫댓글 재밌네요 ! 흐흐허허 건필하세요!
많이 뵌 닉네임이네요.^^ 절 아실는지...ㅡㅡ 전 이 기타장르 방에서 별바비 님을 뵌 기억이...아니라면 죄송.
아 그런가요 ! 제가 여러군데 돌아다니기는해요 ㅋㅋ 특히 전 장르방을 사랑해요 > <! 반가워요 흐흐흐 닉네임 기억완료 ㅇㅅㅇ~
오~~재밌어요. 열심히 쓰세요.^^
재밌어영~!!! 꼭 끝까지 완결 기대할게요 ㅎㅎ 쥔공들이 정말 맘에 들어요~
재미있습니다 >< 늦게봣지만 리플달아야죠 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