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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네르보의 마음챙김(강태진: 대가대 스페인과 교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멕시코에서는 소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어려운 국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스페인의 유산인 가톨릭교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영입하기 위해 고대문명의 발생지인 그리스와 인도를 선택하여 연구하였다. 인도를 공부한 지식인들은 고대 인도문화를 연구하며 그 근간인 불교에 심취하게 된다. 이 지식인들 중의 한 사람인 아마도 네르보는 불교에 빠져 들며 중국과 인도 등의 동양 관련 서적을 섭렵하게 된다. 또한 아마도 네르보는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종교에 관심이 많았었다. 어렸을 때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모친의 영향으로 신부의 길을 걷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낭만적 열정으로 그 길을 계속 걷지 못했다. 십대 후반에 경험한 첫사랑으로 결국 그는 글쓰기를 생업으로 하면서 작가와 기자 역할을 하며 생활하다가 나중에는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던 중 프랑스 출신의 한 여인과 동거하며 생활하다가 그 여인의 사망으로 엄청난 심적 충격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불교 관련 글들을 많이 쏟아 낸다. 그 중의 한 작품이 『충만함』이다. 가톨릭교와 불교가 사이좋게 어우러진 산문시 형태의 이 작품에서 저자는 마음 챙김이라는 내용의 글을 담뿍 담아내고 있다. 약 100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이 책을 읽을 때 시간적 오차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책은 마음 챙김의 의미와 가치, 필요성 등 현대인에게 필요한 마음 관련 사항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나아가 이 작품에서 작가는 마음 챙김의 목적을 우리 조상들이 걸어왔던 하느님[군자]의 길과 연결시키고 있다. 즉 마음 챙김을 올바르게 하는 것은 곧바로 군자의 길이나 부처의 길이요 선비들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주요어: 멕시코, 아마도, 네르보, 충만함, 마음챙김
I. 서론
오늘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분화되고 세부화되며 전문화된 환경 속에서 편안한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그 환경 속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사례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잡하고 예상치 못하는 일들이 들어 닥쳤을 때 우리는 이 일들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많은 경우 우리를 불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21세기에 들어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동서고금에서 있어왔던 일이다. 그리하여 동서양의 현인들은 미지의 일에 대처하는 방법에 골몰하며 자신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처방을 제시해왔다. 이들 현인 중에서 이탈리아의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을, 프랑스의 몽테뉴는 『수상록』 등을 남기고 있다. 동양에서는 『논어』를 저술한 중국의 공자를 비롯하여 맹자, 노자, 장자 등이 유명하고 『명심보감』과 『채근담』 등은 대표적인 수신서이다.
20세기에 들어와 우리는 마음 챙김과 관련된 서적으로 레바논 출신인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이 쓴 산문시 『예언자 The Prophet』를 접할 수 있었다. 이어서 최근에는 소위 ‘힐링(Healing)’이라는 말로 미화된 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는 종교인들이 쓴 책도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범주의 책을 찾아 시선을 20세기 초 멕시코로 돌리면 아마도 네르보(Amado Nervo: 1870-1919)라는 작가가 저술한 『충만함 Plenitud』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네르보는 신학과 법학을 조금씩 공부한 작가로 신문기자와 외교관으로도 활동한 바가 있다. 그는 시작품을 비롯하여 많은 소설과 단편소설, 수필 등을 남겼다. 낭만주의에 기반하여 모데르니스모(Modernismo)에 속한 작품을 많이 남긴 그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에 멕시코에서 비밀스럽게 풍미했던 불교를 중심으로 한 동양사상에 심취하기도 하였다. 이리하여 작가가 발표한 시와 소설에는 불교 요소가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그에 대한 학구적인 연구는 거의 사라졌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심도 있는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고 한다. 이러한 지적과 함께 호세 마리아 마르티네스(José María Martínez)는 형식주의와 사료연구, 사회학, 기호학 분야의 연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마누엘 두란(Manuel Durán)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네르보의 시는 내면적인 평화를 도모했기 때문에 당대에 단지 들어서 알 따름이지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연구 부족의 사유를 밝힌다. 이해하지 못한 하나의 예로 우리는 불교요소가 상당히 많이 스며 있는 아마도 네르보의 단편소설을 환상소설이라고 지칭한 오류를 제시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판단해보면, 아마도 네르보의 작품은 서양인보다 불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서양에 대한 지식이 적당한 우리들을 위한 책일 지도 모른다.
작가가 작고하기 1년 전인 1918년에 출판한 산문인 『충만함』은 불교와 가톨릭교가 잘 조합된 잠언집이다. 이 책은 출판사에 따라 내용 구성이 약간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60개의 잠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 마음 다스리기 관련 서적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교와 가톨릭교를 잘 아우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아마도 네르보의 『충만함』에 담겨 있는 마음 챙김 관련 사항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 글의 목적은 아마도 네르보가 서술한 마음 챙김의 내용을 살펴보며 그 마음 챙김의 길이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삶임을 추출하고자 한다. 단, 『충만함』이라는 작품의 내용을 소개하는 데 한정하고자 한다.
II. 생애 및 작품 세계
아마도 네르보는 1870년 8월 27일, 멕시코 나야릿(Nayarit)주의 조그만 도시인 테픽(Tepic)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으나 나야릿주는 인디오 문화 전통에 만연해 있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그가 성숙했을 때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1883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계가 기울어 가족은 미초아칸(Michoacán)주의 사모라(Zamora)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 아마도 네르보는 신학교에 다녔으나 신학 공부에 전념하지는 않았다. 법학을 공부하다가 그는 1891년에는 또 다시 신학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1년 후에 이것조차도 중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안 경제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었고 또한 격렬한 첫 사랑으로 종교적 소명감에 대한 의구심이 일어났던 것이다. 악화되어 가던 집안 재정 상태로 그는 일반인이 해내기가 어려운 신문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테픽에서 근무하다가 1892년에는 마사틀란(Mazatlán)으로 옮겨 법률사무소와 신문사에서 일하며 주로 사회기사를 다루었다. 1894년에는 수도인 멕시코시티로 이사했다. 처음 그는 미천한 직장에서 얻은 수입으로 겨우 연명하며 가족도 도왔다. 그러나 곧 그는 단편소설들을 발표하며 드라마 비평가와 에세이 작가, 사회면 기사 기자 등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1895년, 아마도 네르보는 「학생 El Bachiller」이라는 단편소설로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어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 이 소설은 신학생의 성문제를 세밀하게 다루었다. 그리고 그는 모데르니스모 운동의 산실이며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에서 대표적인 잡지 중의 하나인 『현대잡지 Revista moderna』를 공동으로 창간했다. 동시에 아마도 네르보는 『검은 진주 Perlas negras』(1898)와 『신비로운 시 Místicas』(1898)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1900년에 그는 일간지 <공평 El Imparcial>의 특파원으로 파리로 간다. 파리에서 그는 세기 말의 보헤미안 생활을 맛보고 모데르니스모의 지도자인 니카라과 시인 루벤 다리오(Rubén Darío)와 프랑스의 많은 시인들을 만난다. 프랑스에서 그는 당시 유행했던 동양사상에 큰 관심을 보인다. 신문사에서 재정적 지원을 중단하자 그는 번역으로 생활비를 벌어 파리에 머물면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을 여행한다. 1903년에 멕시코로 돌아온 그는 일정 기간 교사로 근무하다가 1905년에는 외교관으로 생활한다. 그 해에 마드리드로 건너간 그는 1918년까지 머물면서 많은 시집을 발간한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서 특명대사로 임명받아 근무하던 중 1919년 5월 24일에 사망한다. 지식인과 독자들의 요청으로 그의 시신은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우루과이, 미국 해군의 에스코트를 받아 고국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네르보는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작가 중의 하나이다. 그가 사망한 이후 멕시코에서 독자들의 반응은 굉장했다. 또한 스페인에서도 명성이 대단했었다. 1914년 멕시코 혁명으로 외교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끊기자 스페인 작가들은 스페인 정부로부터 연금을 받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그는 이 제의를 거부하고 글쓰기 작업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아마도 네르보의 생애에서 획기적인 일 중의 하나는 1901년 아나 세실리아 루이사 데이예(Ana Cecilia Luisa Dailliez)와의 만남이다. 그녀와의 사랑은 격렬했으나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그들은 그녀가 죽은 1912년까지 함께 살았으나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죽음으로 그는 충격을 받았고 그 흔적은 작품에 많이 남아 있다. 시인과 외교관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으나 아마도 네르보는 아나 세실리아를 단지 친구로만 소개하고 숨겨 두었던 것이다.
아마도 네르보의 초기 시작품은 낭만주의의 영향이 크다. 대부분의 시작품이, 구태의연한 낭만주의를 부인하는 모데르니스모에 해당하지만, 감정적인 면을 묘사할 때 낭만적 요소를 벗어나지 못한다. 독재자 포르피리오 디아스(Porfirio Díaz)의 통치 아래에서 멕시코는 괄목할만한 진보와 현대화를 달성하였으나 그 혜택이 소수의 부재지주와 기업체 소유주에게만 돌아갔었다. 경제적 혜택이나 문학상의 유행은 국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와 시골의 원주민과 혼혈인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이러한 커다란 격차로 인해 멕시코는 1910년에 혁명에 휩싸이게 되고 멕시코 사회와 문학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하지만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아마도 네르보의 시작품에는 혁명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모데르니스모에 속했던 대부분의 시인들은 자신들의 시작품에 정치ㆍ사회 문제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피력했으나 아마도 네르보는 예외였다. 대신 그는 신문 기사를 통해 그를 둘러싼 세계와 부르주아 생활상에 대한 비판을 피력하였다.
아마도 네르보는 주로 시작품을 발표하였다. 넓은 의미로 그리고 형이상학적인 면에서 볼 때 그는 종교적인 성향이 강한 시인이다. 그의 작품은 완전함을 추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젊은이의 절규로 시작하여 육신의 욕구와 투쟁하는 끊임없는 종교적 문제에 몰두하고 있다. 초기 작품부터 나타나는 주제는 세속성과 종교성 사이를 방황하는 감정이다. 초기에는 모데르니스모의 영향으로 다양한 형식의 시를 즐겨 썼으나 그의 주 관심사는 정신에 관한 것이었다. 그의 주요 주제는 아나 세실리아의 죽음으로 인한 삶의 한계와 존재의 미스터리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시는 차츰차츰 모데르니스모의 화려함에서 벗어나 단순해져갔다. 말기 작품들은 일상 언어나 비밀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중적인 문장들을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네르보는 말년에 유심론에 심취하게 된다. 가톨릭교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였고 가톨릭교 관련 서적을 광범위하게 꾸준히 읽었지만 그는 신지학과 윤회설, 환생, 그리고 그 외의 동양 사상에 심취해 있었다. 그가 선호한 작가들은 독일 낭만주의 시인과 상징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선각자 노발리스(Novalis)였다. 또 다른 차원에서 아마도 네르보는 과학을 통한 발전을 강조한 실증주의와 비합리주의라는 상호 모순적인 철학적 흐름을 좋아했었다. 시 작품 속에 비합리적인 성향을 강조하기를 즐겨했던 그는 동시에 과학과 발전을 위한 관념에 빠져있었다. 그는 자기 생각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기보다 표면적으로 상호 모순되는 주제들을 조합해서 표현하곤 했다. 이러한 요소는 동양 관련 시 작품에서 많이 나타난다. 네르보의 전 생애와 작품을 통해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육신의 요청에 대한 비관적인 자포자기와 희망적인 믿음의 투쟁이다.
아마도 네르보에 대한 심미적인 평가는 서로 상이하여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의 통찰력은 기품이 있는 듯 하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비참하리만큼 모호한 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네르보는 시에 비해 산문을 더 많이 발표했었다. 그의 산문은 신문 기사와 수필, 소설 등이다. 시 작품에 대한 명성으로 산문 작품은 유명세를 타지 못했으나 그래도 상당히 많이 읽혔었다. 그가 발표한 기사와 수필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 산문들은, 비록 젊었을 때의 일이지만, 그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썼다는 아이러니한 면도 없지 않다. 네르보의 산문 주제는 운문과 약간 다른 면을 보여준다. 그는 과학과 사회, 그리고 일반 서적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산문을 통해 우리는 아마도 네르보의 다양한 관심과 지적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동양 서적에 대한 그의 관심은 지대하다. 작가가 직접 소개한 동양관련 서적은 다음과 같다.
“얘야, 나는 신과 인간에 대한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단다. 동양의 성스러운 서적들을 빠짐없이 읽고 곰곰이 생각하기도 했지. 중국서적을 말하자면 『역경』과 찬미가에 관한 서적인 『시경』, 역사서인 『사기』, 의례에 관한 책인 『서경』, 공자가 쓴 열 두 선비에 관한 이야기인 『춘추』, 공자와 맹자가 쓴 도덕서인 사서(四書), 이성을 다룬 『도덕경』, 형벌과 보상에 대한 『감응편(感應篇)』 등이지. 페르시아의 거룩한 작품들은 『젠드-아베스타』와 『보운-데헤츠스』다. 인도에 관한 책들은 베다들이다. 『리그베다』는 수 만 개의 연으로 구성된 신들에 대한 찬양이나 찬사에 관한 작품이다. 『야주르베다』는 제사의례에 관한 내용을 다룬 책으로 공물을 바칠 때의 의식에 대해 여든 여섯 장으로 구성된 산문이다. 『사마베다』는 서정적인 가사의 모음으로 모든 베다 중에서 가장 성스러운 책이다. 이 작품은 인도인들을 찬양하는 노래를 가득 담고 있다. 성직자들의 지혜를 다룬 서적인 『아타르바베다』에는 칠 백여 개의 주문이 수집되어 있다. 그리고 베다 중에서 신학을 다룬 책인 『우파니샤드』와 『마누법전』도 읽었다. 그 외에도 나는 이슬람교의 법전인 『코란』도 읽었단다.”
III. 마음 챙김
1. 마음의 중요성
마음의 중요성에 대해 작가는 마음과 얼굴, 정신, 영혼 등의 어휘를 사용하며 마음의 중요성을 작품에서 여러 차례 제시하고 있다.
(1)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마음속에서 찾으십시오. 당신이 판단할 때 지나치게 물질적이고 얼토당토 않는 일이라도 말입니다. 비밀은 항상 당신 마음속에 존재합니다. 모든 비밀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0) 만약 당신이 영혼을 매우 신중하게 다룰 줄 안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극히 훌륭한 경험들만 수확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노동을 재촉하지도 않을 것이고, 당신의 기름으로 그들의 등잔불 심지를 올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당신은 창고 속에 유등(油燈)을 그냥 내버려 두게 될 것입니다.
(11) 당신의 수많은 가면들은 사진 속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왔었습니다. 주어진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존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가면들이 당신의 ‘나’를 정확하게 표현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 사실은 당신에게 사람들에게서 내면의 얼굴, 숨겨진 모습을 찾으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언젠가 당신은, “이곳에 천사가 머물러 있었지만 난 그 사실을 몰랐어”라고 말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19) 신뢰로 정신의 모든 수용력을 활짝 여십시오. 복을 받기 이전에 말씀입니다. 당신 내부의 문을 회의주의라는 열쇠로 꽁꽁 걸어 잠그고 있으면, 운 좋게, 최고의 행운이 당신의 문 앞에 도착하여 그 문을 두드린다 하더라도, 행운은 들어오지 못하고……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23) 당신의 영혼은 삼라만상 가운데 위치합니다. 더 나아가 당신의 영혼은 모든 사물들의 핵심 그 자체입니다. 당신의 생각은 육신이나 빛 없이도 초속 삼십만 킬로미터로 달리는 효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잘 들여다보면 모든 것은 바로 당신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2. 마음 챙김 관련 사항
아마도 네르보는 60개의 짤막한 잠언을 통해 마음 챙김과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먼저 마음 챙김의 필요성이 나타나고, 그 다음은 마음 챙김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마음 챙김이 필요한 시기가 등장한다. 이런 바탕 아래 저자는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마음 챙김에 대해 열변하고 고통이나 죽음 등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통 주제에 대한 마음 챙김을 언급한다. 끝으로 작가는 마음 챙김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를 하느님과 연결시킨다.
1) 마음 챙김의 필요성
아마도 네르보는 마음 챙김의 필요성을 정신적인 굶주림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는 굶주림으로 하찮은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여 믿으려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믿는 것이 최고라는 듯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느님을 믿는 것이 왜 필요한 지를 여기에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으나 마음 챙김의 궁극적 목표와 연결될 것이다.
(9) 빵에 대한 굶주림을 제외한, 깊숙이 숨어 있는 모든 굶주림들에 대한 상념 속에서, 당신에게 말을 거는 굶주림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도록 애를 쓰십시오. 그 굶주림이 크면 클수록 그것은 더 깊숙한 곳에 숨어 있습니다.
(35) 사람은 뭔가를 믿도록 특별히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하느님을 믿을 수가 없으면, 사람은 다른 것을 믿게 됩니다. 예를 들면, 타부, 수(數), 징조, 점술용 커피의 찌꺼기 등을 말입니다. (...) 친구여, 당황해 하지 말고 하느님을 믿으십시오. 비록 믿음에서 오는 축복의 양이 적다할 지라도, 그리고 사람들이 당신을 속일지라도 말입니다. 당신이 굳게 믿으면 믿을수록, 그 신앙심은 아무도 조롱할 수 없는 방탄조끼가 될 것입니다.
2) 마음 챙김의 의미와 가치
마음 챙김의 의미를 황금열쇠와 비유하여 설명한 작가는 그 가치를 마치 자신이 경험 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22) 의미- 황금열쇠가 하나 있어 그것으로 유령들이 사는 성곽의 문을 조심스럽게 여닫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 열쇠를 사용할 줄 안다면, 만약 당신의 문 안쪽에서 슬픔과 두려움, 근심걱정, 그리고 강렬한 열정의 용솟음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억지로 이 문을 열려고 한다 할지라도, 이 문이 특정한 순간에는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면, 당신의 평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당신의 기쁨은 영원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문을 닫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 연습을 통해 우리는 일을 차츰차츰 더 쉽고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능숙함도 얻게 됩니다.
(26) 가치- 일단 당신 자신을 한 번만이라도 완전하게 다스릴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원하는 것이 없게 될 것이고 나아가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3) 마음 챙김이 필요한 시기
마음 챙김이 필요한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한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그 상황들을 하나씩 나열하여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운 상황을 간접적으로 직면할 수 있다.
(37) 동료들과 크게 부딪히고 그 마찰로 가슴이 아파, 참혹함으로 마음이 크게 동요할 때, 너무나 난감하고 가혹한 업무를 취급해야 했을 때, 울화통이 터질 정도로 극도의 난관에 부딪혀 괴로워했을 때, 얼굴에 아무런 흔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려고 자신을 잘 통제하고자 무던히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안쪽에서 분노의 바늘이 콕콕 찌름을 느꼈을 때, 삶의 여정에서 온갖 가시들이 단지 당신에게만 꽂혀 있다고 여겨지는 그런 때에는, 당신의 고통을 하나하나 헤아려 보고난 후, 땅거미 질 무렵의 조용한 시간에 한 번쯤 자문해 보십시오.
“수치스럽게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죄를 많이 짓지는 않았던가?” 하고 말씀입니다.
4) 자신 챙김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음 챙김을 우리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상황이 불리할 때 준비해야 할 대처 방안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가. 자기 이해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 마음 챙김을 제대로 할 수 있음을 작가는 지적한다. 이 분야에서 소원 알고 있기와 믿음, 자신의 장점 알고 있기, 가진 것 즐기기 등으로 구분하여 그 예를 들기로 한다.
(7) 소원알기- 만약 지금 이 순간에 하얀 옷을 차려입고 엄청난 빛을 발하며 기적을 행하시는 하느님이 나타나셔서 당신에게, “소원을 말해 보거라!,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하신다면, 당신은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최상의 일들을 부탁하십시오. (...) 당신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고 난 후에, 조금도 의심치 말고, 그것을 내부에 계시는 하느님께 청해야 할 것입니다.
(18) 믿음- 괴로운 상황에서 낙관적인 말 한 마디를 내뱉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운명이 당신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십시오. 운명은 그 운명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절대로 뿌리치지 않고, 항상 자기 이름을 걸고 굳게 말한 약속을 꼭 지킵니다. (...) 믿음은 당신이 머무를 보금자리의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의심은 수습할 수 없는 가시덤불로 뒤덮인 황폐한 땅입니다. 좋은 정령들은 그 황폐한 땅 사이로 헤쳐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낫을 집어서 덤불을 힘차게 잘라내십시오. 나는 당신의 믿음이라는 낫을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길이 다시금 훤하게 트이는 것을 보고서 그 길을 달리기 위해 온갖 모험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48) 믿음- 실패를 경험한다 하더라도 의심하기보다는 믿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만약 당신이 모든 것을 의심한다면, 모든 일에서 고통의 가시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만약 당신이 모든 것에 믿음을 가진다면, 모든 환멸은, 비록 당신이 그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일어나지 않았다는 추억을 선사하며, 즐거운 일로 아로새겨 질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행복은 장미가 한창 꽃피우는 제철을 지나서도 완전한 장미가 되어 영원히 활짝 피어 있을 것입니다.
(26) 장점 찾기- 만약 당신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 눈을 돌려 자세히 살펴보며 곰곰이 생각할 줄 안다면, 당신은 그것이 인생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장점은 바로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입니다.
(33) 가진 것 즐기기- 예를 들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영리한 젊은이가 불치의 병에 걸렸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는 이 몹쓸 병에 걸렸어. 이 고질 병 때문에 아프지 않을 때가 없어.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못하고…….” 대신에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합니다. “나는 젊어, 내 두뇌는 명석하고 많은 사람들은 나를 사랑해. 나는 이것저것을 비롯해 가진 것이 많아. 그리고 나는 이런저런 풍광을 다 즐길 수 있으며 자연의 감미롭고 심오한 뜻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그러면 그 환자는 자신을 괴롭히는 병이 바다에 떨어지는 잉크 한 방울처럼 아무런 흔적 없이 희석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
나. 대처방안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당황하기 쉽다. 그러나 작가는 이 책에서 상황에 따른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예들은 비교하지 않기와 과시하지 않기, 기대하지 않기, 악을 선으로 갚기, 불안이나 두려움에 대처하기, 자위하기, 기뻐하기 등으로 구분하여 그 예를 제시할 수 있겠다.
(16) 비교하지 않기- 당신은 “아무개는 그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많은 재주를 가지고 있어” 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아이고 세상은 참 불공평하구나!” 하며 당신은 절대로 한탄하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검열관은 없다는 사실과, 정밀함에 있어 분배정의보다 더 섬세하고 완전한 저울은 없다는 사실을. (...)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은 당신에게 일어나야만 하는 유일한 것입니다. 그리고 온전한 우주는 제아무리 하찮은 개미라 할지라도, 아무런 이유 없이 막무가내로 납작하게 뭉개 죽이지는 않습니다.
(17) 과시하지 않기- 당신은 왜 당신이 지닌 지성을 과시하려 합니까? (...) 우리들의 재능을 과시하는 것은, 말하자면, 한계를 짓는 우리 자신들의 무기력함을 과시하는 것일 뿐입니다.
(20) 기대하지 않기- 아무 것도 청하지 말고 주어지는 대로 모든 것을 기다리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매일 일어날 때마다 삶에서 어떠한 은혜도 청하지 않는다면 하루하루는 아름다운 놀라움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삶은 항상 당신에게 어떤 선물을 주기 때문입니다. (...) 혹시나 어떤 복이 굴러오나 싶어 당신은 주위를 살피거나 감시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 아무 것도 청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받게 되는 당신은 당신의 일에 열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30) 악을 선으로 갚기- “저 사물들과 저 존재들, 그리고 저 현상들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돼. 하지만 나는 잘 받아 들여야지. 만약 추위가 나를 얼게 하고 더위가 나를 태우더라도 나는 참고 견딜 거야. 먼지가 나를 성가시게 하고 곤충들이 내 피부를 물어뜯고 가시가 나를 콕콕 찌르더라도.” 이 세상 모든 것이 나를 괴롭히려고 서로 음모를 꾸민다 할지라도 나는 미소를 지으며 선물을 마련하고 언제나 부드러운 성품으로 항상 사랑이 가득한 행동을 보이겠습니다.
(31) 불안에 대한 대처 방안- 의구심과 공포, 걱정 등이 영혼의 유리창을 혼란스럽게 뒤흔들려고 하면, 곧 바로, “그래, 그럼 어때!” 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읊조리십시오. 이 문장을 영혼에 뚜렷이 아로 새겨 넣고 있으면 감미로운 평화가 충만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어때!” 라는 말의 심연으로 내려가 보면, 당신은 그 말이 갖는 엄청난 진정 효과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49) 두려움에 대한 대처방안- 아직 일어나지 않은 뭔가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입니다. 그 일이 일어날지 또 어떻게 일어날지를 모르면서 말입니다.
(34) 자기 안아주기- 그칠 줄 모르는 적의감에 홀로 노출되어 있지만 의지할 곳이나 피난처가 없다고 느껴질 때는 다음과 같이 훌륭한 생각을 하십시오. (...) “하느님은 저를 지극히 사랑하고 계십니다. 나에게 외견상으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것이 필연적으로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라면, 그것은 나에게 축복을 내리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위안을 받을 것입니다.
(41) 서두르지 않기- 당신은 진득하게 기다리지 않고 왜 그렇게 서두르십니까? (...) 만약 마음의 저 깊숙한 곳에 조바심을 잠재우고, 차분하고 감미로우며 열망하는 희망이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한다면,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빨리 꿈꾸던 것이 미소 지으며 달려와 “저 여기 있어요” 하며 속삭일 것입니다.
(60) 기뻐하기- 만약 키가 작다면 기뻐하십시오. 만약 당신의 키가 크다면 기뻐하십시오. 만약 당신이 건강하다면 기뻐하십시오. 만약 건강을 잃었다면 기뻐하십시오. 만약 당신이 부유하다면 기뻐하십시오. 만약 가난하다면 기뻐하십시오. 만약 사랑받고 있다면 기뻐하십시오. 만약 당신이 사랑을 하고 있다면 기뻐하십시오. 기뻐하십시오, 항상, 언제나, 변함없이.
5) 상대방 챙김
작품에서 상대방에 대한 마음 챙김은 주로 배려와 자비로 나타나고 있다.
가. 배려
(5) 이야기를 나눌 때는 상대방 수준으로 내려와 상대방이 굴욕을 느끼거나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지는 마십시오. 경박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그들처럼 행동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가끔 원하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겠지만, 몽상의 장미 꽃잎을 경박함의 거품 위나 그 컵에 떨어지도록 내버려둘 줄도 알아야 합니다.
(38)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친절한 행동입니다.
(54)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화내지 마십시오.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사람들의 영혼들은 상호간에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 영혼들 사이에는 언제나 현상적인 우주가 가로 놓여 있습니다. (...) 만약 다른 남자나 여자가 당신을 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 하거나, 또한 만약 당신이 말한 것이 그들의 영혼이나 마음을 움직였다면 당신은 만족해야만 할 것입니다.
나. 자비
(6) 당신을 찾는 모든 사람들은 당신에게 뭔가를 구할 것입니다. 당신과의 대화 속에서 권태로운 부자는 유쾌함을, 가난한 자는 돈을 구하고, 슬픈 자는 위안을, 약한 자는 격려를, 싸우는 자는 정신적 도움을 구할 것입니다. (...) 베푸십시오! 아낌없이 베푸십시오! (...) 하느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다음과 같이 말씀드려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제가 베풀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제 얼굴에 인색한 마음의 그림자가 스쳐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말입니다.
(32) 궁핍함이나 고뇌, 그리고 핍박 등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도록 두 귀와 눈을 열어두고, 그리고 양 손을 쓸 수 있도록 준비하십시오.
6) 공통 주제
아마도 네르보의 『충만함』에서 마음 챙김의 공통 주제로 우리는 사랑과 자유, 예의, 고통, 죽음 등을 찾아볼 수 있다.
가. 사랑
사랑과 관련하여 작가는 인생을 사랑으로 채우라고 충고하며 여인을 사랑하고 자신의 몸도 사랑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듬뿍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 인생에 틈새가 있을 때마다 당신은 그것을 사랑으로 채우십시오.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 인생에 틈새가 생기기만 하면 사랑으로 채우십시오. 쓸모없는 시간이 당신 앞에 버티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사랑을 찾으러 가십시오. (...)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하십시오. 아는 사람들을 사랑하십시오.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항상 사랑하십시오.
(3) 여자 사랑- “장미꽃잎으로도 여자를 아프게 하지 말라”고 하는 페르시아 속담이 있습니다. 나는 감히 말합니다, “여자를 생각으로도 아프게 하지 말라”고. 젊은이든 늙은이든, 잘 생겼건 못 생겼건, 경망스럽든 정숙하든, 성격이 좋든 말든, 여인들은 항상 하느님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28) 만약 모든 사람들이 이기주의와 증오의 교육을 받는 대신 사랑의 교육을 받는다면, 우리들이 사는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그 자체는 정말 놀랄만한 일입니다.
(51) 몸 사랑- 당신은 왜 몸을 소홀히 다루십니까? 무엇보다도 몸은 신이 숨어 있는 경이로운 신전입니다. 동시에, 그것은 미지의 조각가가 혼신의 힘을 기울인 예술품입니다. (...) 몸에게 사랑을 듬뿍 주십시오. 마치 어머니가 자기 아들에게 모든 자비를 베풀듯이 말입니다. 그 사랑은 몸을 해치지 않고 다른 사람도 해치지 않습니다. 절대로 그 몸을 비천하게 더럽히지 마십시오. 그 조각품은 진흙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 진흙탕을 넣지는 마십시오.
(58) 당신에게 남아 있는 모든 애정을 쏟아 부어 서둘러 사랑하십시오. 당신의 진실이 담긴 큼직한 그릇인 그 그릇에 남아 있는 모든 것을 이웃들에게 쏟아 부으십시오. 주저하지 말고 서두르십시오.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아라!”
나. 자유
작가는 자유를 우선 자신 속에서 찾아야 함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자유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이며 지상에서 최고의 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네르보는 완전한 자유를 죽음으로 간주한다. 여기서 죽음은 일반인의 죽임이 아니라 구도인의 열반을 의미하리라.
(8) 당신은 자신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다는 것을 가르치십시오.
(12) 당신은 중얼거립니다. “만약 성숙한 철학자인 내가 혼자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재산인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입니다.
(29) 자유는 성격상 아주 상대적이어서, 사람과 사건에 따라 많은 규제를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에서 최고의 선을 구성합니다.
(53) 허황된 일에 대한 무관심, 아무런 가치 없는 일에 대한 깨달음, 영혼 안에서 손이 닿지는 않지만 그 일 자체보다 훨씬 진실한 이상(理想)으로 그 일을 보완하는 능력, 우리가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우리들을 절대로 노예화 할 수 없다는 확신. 바로 이러한 것들이 자유의 시작입니다. 죽음은 완전한 자유입니다.
다. 예의
(13) “예의범절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피하십시오. 그들과 가까이 하면 사람의 품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동물적 근성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예의는 삶에서 가장 고상한 향수이며 우리 모두가 제공할 수 있는 숭고하고 고결한 기품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의의 주인은 이 세상에서 아무 것도 지니고 있지 않은 빈털터리에게까지 예의를 차리게 하는 우아한 특권을 부여합니다.
라. 고통
작가는 고통을 나쁜 것으로 보지 않고 보다 더 나은 길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 고통을 극복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들겠지만 그 일을 마친 이후에 오는 기쁨은 아주 빛난다는 것을 서술한다. 또한 그는 고통을 맞닥뜨렸을 때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고통 관련 이야기는 낮에 하라고 조언한다.
(15) 나는 당신에게 고통이 즐거움보다 더 많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들은 고통을 받은 만큼 성장하고 우주의 극도로 고매한 개념을 전달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고통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지상에서의 어떠한 즐거움과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44) 인생에서 자유로운 길을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형태의 크고 작은 장애가 당신 앞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 우리들의 길을 가로막는 돌, 구덩이, 짐승, 사람 등을 피해 가는 그 과정에서 기민하고 힘찬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45)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아이쿠, 내 팔자야!” 라고 절망적으로 탄식하지 마십시오. 대신, “이것이 내 팔자군” 하며 당당하게 받아들이십시오. (...) 어떤 일이 우리에게 발생했을 때 “신들이 이 일을 일어나게 하셨구나” 하고 말하면 그 말 속에는 최상의 고귀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순간의 빌어먹을 단순한 내 욕심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하고 말하지 맙시다.
(55) 고통으로 인해 우리들은 우주의 정확한 의미를 깨닫고, 성격을 조금 더 원만하게 하고, 점진적인 변화에 있어서 감탄할만한 협력자인 신경조직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조율하게 되었습니다. 그 고통은 우리들의 영혼 안에 신성하고 환한 자비심을 지닌 장미가 꽃피우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결국 우리 인생에서 매우 소중하고 진기한 수확이 되었습니다. (...) 고통은 구름과 같습니다. 우리가 고통 속에 있을 때에는 주변이 모두 회색 빛, 따분하고 불행한 회색빛으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적당한 거리를 두게 되면, 추억의 태양이 그것을 금빛으로 둘러쌉니다. 그것은 이제 영광이요, 거룩함이요, 존엄 그 자체가 됩니다.
(56) 고통스러웠던 추억들은 날이 환히 밝은 대낮에만 들추어내십시오. (...) 밤에는 아름답고 멋있고 즐거운 순간순간을 줄줄이 꿰어 보십시오.
마. 죽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여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작가는 죽음을 불교의 윤회와 연관시키며 편안하게 쉬는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14) 당신은 왜 우주의 수수께끼를 걱정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까? 당신은 머지않아 죽을 것이고 그러면 죽음은 당신에게 모든 수수께끼에 대해 답을 해 줄 텐데.
(43) 당신이 겪은 수많은 죽음으로 인해 비탄에 빠져 울지만, 당신은 영원합니다.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앞서 가신 것”이라 예쁘게도 말하는 영국 격언이 있습니다. (...) 하느님의 품 안에서 그들이 여기저기 쏘다니며 입은 두 발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평화로운 신록의 초원 속에 두 눈을 편안히 쉬도록 그들을 내버려 두십시오.
7) 마음 챙김의 목표
아마도 네르보는 마음 챙김의 궁극적 목표를 하느님의 삶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이유는 (24)에서 마음 챙김을 언급하며 곧바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모시는 것으로 들어가고 있고, 또한 (25)에서 하느님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47)에서 작가는 하느님의 길이 바로 자연의 길이라고 명시하며 어머니의 사랑이 하느님의 사랑과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끝으로 아마도 네르보는 (59)에서 가장 숭고하며 놀라운 일은 자기 자신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일임을 밝히며 결국 마음 챙김의 길은 하느님의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3) 이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을 닮은 것이 있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일 것입니다.
(24) 마음 챙김은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황량한 영혼을 위안으로 흘러넘치게 하는 감탄할만한 일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마음 챙김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합니다. 실지로, 진정으로 하느님을 찾는 사람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자입니다. 또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마음속에 그 분을 모시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하느님을 모시는 것은 동일한 일입니다.
(25)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당신은 고통스런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당신 안에 계시면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삶과 죽음을 전혀 다른 것으로 착각하는 번뇌에 빠져들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하느님 속에 있을 것이며, 또한 하느님은 어떠한 변화 속에서도 완전무결한 모습을 지니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32) “당신을 찾아 다녔습니다, 하느님. 하지만 당신은 예상치 못한 곳에 계셨습니다” 하며 당신은 답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어디 있는 것을 보았느냐?” “예, 당신은 고뇌와 궁핍,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핍박 속에 계셨습니다.” 이 모든 답변에 하느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실 것입니다.
(36) 하느님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하더라도, 당신이 모든 사람들과 물체들을 사랑하는 것까지 방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뭘 더 덧붙이겠습니까? 하느님은 당신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47) 하느님은 당신의 가슴과 모든 인간들의 가슴 속에서 자비를 간직하고 계십니다. 자연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잔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자연의 일부로 최상의 작품이고 동정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둔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의 보석인 모든 생명체들은 그지없이 다정다감한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인정이 넘쳐흐르고 매우 부드럽습니다.
(59) 가장 숭고한 놀라운 일은 무엇입니까? 자기 자신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일.
IV. 결론
어린 시절의 주변 여건으로 종교에 관심을 가지고서 성장한 아마도 네르보는 신과의 사랑을 위하여 신학교를 두드렸지만 결국 사제로서의 길을 걷지는 못했다. 대신 인간과의 사랑을 택했던 멕시코 시인은 어머니에 대한 사모와 첫사랑에 대한 실패, 프랑스인으로 아내역을 담당했던 아나 세실리아 루이사 데이예의 죽음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연쇄적인 정신적인 부담으로 작가는 책 속에서 길을 찾으며 철학적인 시인이 되어 내면세계로 침잠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가톨릭 분위기에서 벗어나 정신세계를 강조하는 동양서적에 더 몰두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결과로 나온 산문집인 『충만함』과 시집 『연꽃의 연못 El estanque de los lotos』(1919)은 불교와 가톨릭교가 잘 조합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아마도 네르보의 『충만함』에서 마음 챙김과 관련된 사항들을 살펴보았다. 앞의 내용들을 간략하게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마음의 중요성으로 우리는 (1)장에서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마음속에서 찾으십시오”라는 글귀를 찾아보았다. 둘째, 마음 챙김의 필요성에서 저자는 하찮은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여 믿으려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믿는 것이 최고라며 마음 챙김을 하느님을 이용하여 강조한다. 셋째, 마음 챙김의 가치를 “일단 당신 자신을 한 번만이라도 완전하게 다스릴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원하는 것이 없게 될 것이고 나아가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라고 표현한다. 넷째, 마음 챙김이 필요한 시기는 마음이 불편한 시기이다. 다섯째, 자신과 상대방 챙김에서 저자는 우선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해야 하고 또한 위급상황에서 자신을 잘 방어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언제나 배려와 자비를 베풀라고 조언한다. 여섯째, 일반인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주제로 작가는 사랑과 자유, 예의, 고통, 죽음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끝으로 아마도 네르보는 마음 챙김을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일반인의 공동 주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간주하고 마음 챙김의 궁극적 목표를 하느님의 길로 연결시키고 있다.
동양에서 인격연마와 관련하여 많이 사용되는 어휘로 군자(君子), 부처, 도인(道人), 선비 등이 있다. 군자와 관련된 ‘군자대로(君子大路)’는 신분을 불문하고 나이가 들면 모든 사람들이 가고자 하는 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부처’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남녀 관계없이 이 말을 들으면 아주 기분이 좋을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생활하는 ‘도인’ 역시 일반인이 듣고 싶은 말이다. ‘선비’ 또한 예외가 아니다. ‘마음 챙김’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최근이지만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마음 챙김의 원조어로 군자, 부처, 도인, 선비라는 말을 많이 듣고 또 그들이 되고 싶어해왔다. 이러한 관습이 우리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몽고족과 스페인 사람의 피가 섞인 멕시코 사람들에게도 있었음을 우리는 아마도 네르보의 『충만함』에서 확인해 보았다. 마음 챙김은 바로 하느님[부처]의 길이고 군자의 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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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바스콘셀로스 저. 강태진 역(2010). 『인도연구』. 서울: 지성인.
Nervo, Amado(2000). El Castillo de lo inconsciente, Antología de literatura fantástica. Selección, estudio preliminar y notas. José Ricardo Chaves.
Nervo, Amado(2001). El estanque de los loto. México: Editorial Porrúa.
Nervo, Amado(2001). Plenitud. México: Editorial Porrúa.
Ricardo Chaves, José(2000). ‘Nervo Fantás(ma)tico’, en Amado Nervo, El Castillo de lo inconsciente. México: Dirección General de Publicaciones.
Shimose, Pedro(1989). Historia de la literatura latinoamericana. Madrid: Editorial Playor, S. A.
Solé, Carlos A., et al.(1989). Latin American Writers, Vol. 1. New York: Charles Scribner’s Sons.
Stimson, Frederick S. and Navas-Ruíz, Ricardo(1971). Literatura de la América Hispánica, Tomo II. USA: Dodd, Mead & Company,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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