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인 중앙관 6층에 나의 연구실이 있고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옥상 정원이 있다.
연구실에서 책을 읽다가, 요새는 주로 컴퓨터모니터를 보지만.
한번씩 이곳으로 나와 바깥 풍경과 멀리 보이는 남산과 가까이는 한강까지 바라볼 수 있다.
여러 번 이곳 사진을 올린 적이 있으나 여기도 벌써 여름이 다가와 꽃과 나무들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스마트 폰 사진이라 밝은 곳에서 나같은 노안에서는 초점을 맞추기 힘들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너무 멀리 보고, 앞만 보고, 뒤돌아 보지 않고 사는게 아닐까?
가까이에, 발아래에 이런 ?들이 피어 있는 것도 보지 못하고서.
산을 오르다가도 나아갈 앞을 보다가 지나온 뒤를 바라보면 아, 많이 왔구나.
줄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면서도 앞의 긴줄만 쳐다보고 짜증낼 것이 아니라
나의 뒤 기다란 뒷줄을 보면 위안이 된다.
저 벤치위에는 등나무를 심으면 햇볕도 가리고 좋을 터인데.
하늘은 뿌여서 연무인가? 황사인가?
이 곳은 교수들만 들어오는 장소인데 어느 몹쓸 교수놈이 이렇게 담배꽁초를 버렸나?
나에게 들켰더라면 혼이 났을 것은 뻔한 이치이다.
나뭇잎들이 점점 푸르게 변하며 개성을 잃고 있다.
구경하는 김에 중앙관 5층의 "하늘 정원"에도 가 보자.
환자들과 보호자가 어울려 잡담도 하고 있고 준비해 온 음식물도 먹고 있다.
이건 모양만은 구철초같은데 뭣?
붉은 장미꽃과 초록잎은 너무나 강력한 보색이다.
어릴 적 집에서 키운 장미가 생각이나 가만히 살펴보니 역시나 꽃잎에 진딧물이 많이 붙어 있다.
저건 담배꽁초를 물에 풀었다가 분무기로 뿌려 주면 되는데.
벗꽃이 지고 난뒤 "버찌"가 열려 있어 하나 따 맛을 본다.
매화도 지고 난 뒤 "매실"을 남겼다.
벗꽃이 필 때, 매화가 필 때 꽃구경만안 하다가 꽃이 지고 난 뒤도 살펴보자.
뒷정원 구경을 하고 작은 앞정원을 가보니.
박하 잎을 따서 박하 냄새를 맡는다.
언뜻 설경구가 주연한 영화 "박하사탕"이 떠 오른다.
이건 수호초이다.
환자들의 "수호천사"가 되었으면.
그래 시간도 많은 오늘은 검눌 안 정원을 다 구경하자.
새로 지은 다정관 10층 옥상정원도 보러 가자.
게으름 피우다 철늦게 핀 영산홍도 보고.
밤에 문을 열어 여기에서 조용히 맥주나 마셨으면 하는 바램.
이런 곳에서 오전부터 술생각을 하는 나는 역시 술꾼이다.
첫댓글 좋은 곳에 연구실이 있어서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