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28년부터 10조원 이상 상장사 ESG 공시 의무화
기후공시 우선 도입…온실가스·탄소가격·물 소비량 공개
소비주 "기업의 비재무적 영역은 시민사회가 감시·검증해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성(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기후 관련 공시를 시작으로 ESG 공시 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정보를 법정 공시체계 안으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ESG 공시 제도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최종안은 지난 2월 발표한 초안보다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거래소 자율공시가 아닌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공시 체계로 전환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시 대상은 2028년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장사부터 시작된다. 이후 2029년에는 5조원 이상, 2030년에는 2조원 이상 상장사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종속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공시 대상이 2028년 291개사, 2029년 3,171개사, 2030년에는 3,749개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제도 시행 첫해에는 연결 기준 자산과 매출이 모두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공시 의무에서 제외된다.
이번 제도는 국제 기준이 비교적 확립된 기후 분야를 우선 의무화한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 위험 및 기회가 자산과 사업활동에 미치는 영향, 내부 탄소가격, 기후 목표 등을 공시해야 한다.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반도체 산업은 물 소비량, 자동차 산업은 차량 평균연비 등 세부 지표도 함께 공개하도록 했다.
또 한 2031년부터는 직접 배출(스코프1)과 간접 배출(스코프2)에 이어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가치사슬 배출량(스코프3)까지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공시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2030년부터는 제3자 인증도 의무화 된다.
그러나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번 제도가 법정공시라는 외형은 갖췄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공적 장치로서는 여전히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종안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재무공시의 연장선에서 설계하고 있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공급망 인권침해와 노동권 훼손, 지역사회 환경오염 등은 즉각적인 재무적 영향이 확인되지 않는 한 공시 대상에서 구조적으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ESG 공시가 투자자를 위한 위험관리 수단에 머물 경우 지속가능성 제도의 본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활동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시민이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ESG 공시는 투자정보 제공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재무정보 검증을 재무감사와 동일한 직역이 수행하는 구조는 이해충돌의 우려가 있다며, 시민사회와 소비자단체가 공시 검증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다 폭넓은 공시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을 통해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해당 이슈가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공시하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원칙을 법제화했다. 2026년부터는 비EU 기업에도 적용 범위가 확대돼 한국의 주요 수출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GRI 기준 역시 이러한 이중 중대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KPMG의 2024년 글로벌 지속가능성보고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매출 상위 250대 기업의 77%가 GRI 기준을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2025년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대부분이 GRI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 최종안은 ISSB 중심의 단일 중대성 체계를 채택함에 따라 EU 규제를 적용받는 국내 기업들은 국내 공시와 유럽 공시를 별도로 작성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율공시에 맡겨진 사회(S)와 거버넌스(G) 분야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정부가 제시한 공시 우수법인 선정 가점과 상장수수료 감면 등의 인센티브만으로는 공급망 인권문제나 산업재해, 환경오염 등 기업에 불리한 정보의 자발적 공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책임성 확보 장치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가치사슬 배출량(스코프3) 공시는 2031년까지 유예되고, 제3자 인증은 2030년에야 의무화된다. 또한 제도 도입 초기에는 공시정보에 대한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형사처벌이 일정 기간 면제되는 만큼 공시의 책임성과 신뢰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에 대해 ▲ESG 공시 목적을 투자정보 중심에서 사회적 영향과 책임 공개 체계로 전환 ▲GRI·ESRS 수준의 이중 중대성 도입 로드맵 마련 ▲인권·노동·공급망 등 사회(S)와 거버넌스(G) 핵심지표의 단계적 의무공시 ▲소비자·노동자·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독립적인 지속가능성 공시체계 구축 ▲공시제도의 설계·운영·검증 과정에 소비자단체와 시민사회의 제도적 참여 등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한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4월 소비자단체 최초로 '2026 대한민국 ESG 10대 기업'을 발표했다. ESG연구소가 국내 100대 상장기업을 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선정됐으며,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전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업들을 선별했다. 소비주는 앞으로 물 소비량과 물 재이용률, 공정별 물 절감 투자, 과불화화합물(PFAS) 등 신물질 저감기술과 투자 수준까지 ESG 평가항목을 확대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ESG 공시 의무화 단계별 일정
| 구분 | 2028년 | 2029년 | 2030년 | 2031년 |
| 적용대상 | 자산10조원이상 | 자산5조원이상 | 자산2조원이상 | 확대시행 |
| 공시범위 | 기후공시 | 확대 | 확대 | 스코프3포함 |
| 제3자 인증 | - | - | 의무화 | 지속 |
| 대상회사(종속) | 291개 | 3,171개 | 3,749개 | - |
정부안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비교
| 정부안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제안 |
| ISSB 중심 단일 중대성 | GRI·ESRS 기반 이중 중대성 |
| 기후공시 우선 | 환경·사회·거버넌스 핵심지표 의무공시 |
| 사회(S)·거버넌스(G) 자율공시 | 사회(S)·거버넌스(G) 단계적 의무공시 |
| 회계 중심 검증 | 시민사회 참여 검증체계 |
| 투자자 중심 정보 | 소비자·노동자·지역사회까지 알 권리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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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장계순 전문기자,정치외교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