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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정박碇泊하지 않는다
(입력: 2021.06.15,14:20 / 월간현대경영 2021년 6월호 Cover Story)
What can I contribute?
Knowledge workers who do not ask themselves, “What can I contribute?” are not only likely to aim
too low, they are likely to aim at the wrong things. – Peter Drucker
내가 이 조직에 “무엇을 공헌할 것인가”라고 묻지 않는 지식근로자는 분명코 자신의 목표를 낮게 설정하거나
아니면 잘못된 목표를 설정하게 될 것이다. – 피터 드러커
“What can I contribute?” 어쩌면 드러커 박사가 이처럼 꼭 집어냈을까. 윤훈수 대표이사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내가 이 조직에 무엇을 공헌할 것인가”를 늘 생각하며 일했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이여! 이 말을 꼭 기억하시라!
CEO가 되고자 희망한다면 “이 조직에 무엇을 공헌할 것인가”를 늘 생각하면서 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Hoonsoo Yoon 尹勳洙 윤훈수
삼일회계법인 CEO
경축! 삼일회계법인이 50주년을 맞이했다. 50년간 ‘Best in All’ 정신으로 대한민국 1등 회계법인으로 성장해온 삼일은 50주년 기념 슬로건으로 ‘Beyond the Best’를 채택하고 ‘1등을 넘어 위대한 100년 기업으로 가자’고 선언했다. 삼일회계법인엔 미국의 건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같은 위대한 창업자가 있다. 50년 전(1971년) 삼일회계법인의 전신인 라이부란회계법인을 설립한 서태식 명예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서 회장은 만 65세가 되던 2003년에 자신의 모든 지분을 회사에 무상으로 넘김으로써 ‘공공(public) 삼일회계법인’의 기틀을 세웠다. 창업자가 과감하게 오너의 길을 양보하고 파트너 중심 거버넌스를 채택한 것이다. 서태식 회장에 이어 오세광(1기), 안경태(2기), 김영식(3기) 회장이 삼일의 중흥을 이끌었고 현재는 지난 해 7월 새 CEO로 선임된 윤훈수 대표이사가 품질우선, 디지털, 글로벌을 앞세워 삼일의 100년 기틀을 다지고 있다. 오늘은 ‘삼일 50년사’의 4기 계승자인 윤훈수 대표이사를 인터뷰하는 날이다. 인터뷰 자리에는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출신으로 한국여기자협회장을 지낸 채경옥 삼일회계법인 전문위원까지 합석하면서 오늘의 인터뷰 품격을 더욱 높여주었다. 이 기사를 끝까지 읽은 독자들은 삼일 50년의 일등정신의 핵심인 헤리티지·굿거버넌스·인재·품질에서, 삼일 100년을 향하는 ‘윤훈수 표’의 다양성·포용·자율·창의·수평조직 등의 신경영을 공부할 수 있으리라!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일찍이“문명은 정박(碇泊)하지 않는다”고 갈파했다. 이 말은 바로 지금 삼일에 유효하지 않을까. 문명이라는 역사의 강은 도도히 미래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내가 있음으로써 조직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바라면서 일해 왔다” – 윤훈수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내가 있음으로써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똑같다. “삼일회계법인의 CEO로 뽑힌 비결이 무엇이냐”는 돌발질문에 윤훈수 대표이사는 “1987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후 오늘까지 34년간 항상 나 자신보다 조직발전을 우선했던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시 ‘준비된 CEO’, ‘성공한 CEO’였다. 기업경영에 도약이란 없다. 꾸준함, 성실함, 일관성이 비결이다.
윤훈수 CEO의 좌우명이기도 한 “탁월함은 습관에서 나온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오늘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천박한 출세주의에 경종(警鐘)을 울린다.
“We are what we repeatedly do. Excellence, than, is not an act, but a habit.” – Aristoteles
경축! 삼일회계법인 50년
박동순 현대경영 편집인 삼일회계법인(SAMIL PwC) 50년을 거듭 축하드립니다.
윤훈수 삼일회계법인 CEO 감사합니다. 지난 4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습니다. 1971년 출범한 삼일회계법인은 우리나라 회계법인 가운데 최초로 단 한 번의 합병 없이 단일 브랜드, 단일 조직으로 50년을 이어왔고,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유튜브로 진행된 이번 50주년 기념식장에서 파트너중심ㆍ굿거버넌스ㆍ인재중심ㆍ품질제일 등의 좋은 전통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다양성ㆍ포용ㆍ자율ㆍ창의의 수평적조직으로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함으로써 ‘100년 가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나가자고 당부했지요. 삼일은 회계업계에서 ‘인재사관학교’로 명망이 높은데 앞으로는 확실한 보상,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등을 통해 ‘임직원들이 행복한 삼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3년 만 65세를 끝으로 자신의 지분을 회사에 넘기고 후배들을 위해 용퇴(勇退)하면서 삼일의 굿거버넌스를 선도한 창업자(서태식 명예회장ㆍ삼일미래재단 이사장)의 창업 정신인 ‘최고를 지향하는 삼일의 DNA’를 계승시켜나가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삼일의 위대한 유산-굿거버넌스
박 편집인 삼일은 우리나라 회계법인 가운데 50년 연속 1등이요, 또한 서태식 창업자가 세운 ‘굿거버넌스’로 한국의 어떤 기업에서도 보기 힘든 파트너중심 지배구조를 갖고 있고 지속가능 성장 측면에서도 1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삼일 50년뿐만 아니라 삼일 100년을 기약하는 위대한 유산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윤 CEO 좋은 말씀입니다. 기업이 지속가능 성장하려면 후계구도가 제일 중요합니다. 로마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5현제시대’의 첫 황제인 네르바 황제는 자기 아들이 아니라 가장 우수한 젊은이를 양자로 들여 황제 자리를 물려주는 전통을 세웠습니다. ‘적자(嫡子)가 아니라 적임자(適任者)에게 물려준다’는 전통이 로마를 위대한 제국으로 만든 것입니다. 현자(賢者)로 칭송받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정작 자신의 아들인 코모두스가 자질도 떨어지고 성격도 포악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줌으로써 로마 쇠락의 길을 열었습니다.이처럼 자기 욕심을 버리고 국가와 조직을 위한 적임자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선진국에선 훌륭한 CEO의 역할을 평가할 때 그 70% 이상을 “얼마나 적합한 후계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느냐”에 둔다고도 하지 않습니까? 삼일은 그런 측면에서 한국기업에서 보기 힘든 훌륭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창업자인 서태식 명예회장님의 통 큰 결단 덕분이었습니다. 통상 창업자가 자식이나 측근에게 지분을 물려주는 관행을 과감하게 끊고 본인이 만 65세가 되던 2003년에 지분을 모두 회사에 무상으로 양도해서 가장 유능하고 인정받는 후계자가 회사를 이끌어가도록 기틀을 만드셨습니다. CEO 추천 위원회에서 CEO 후보를 추천하고 파트너들의 투표에 의해 새로운 CEO를 선출하는 구조인데 미국 등 선진국의 로펌, 회계법인, 컨설팅펌에서는 흔한 구조이지만 한국에선 사실상 찾아보기 힘든 굿거버넌스의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탁월함은 반복에서 나온다
박 편집인 대표님께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We are what we repeatedly do. Excellence, then, is not an act, but a habit)이 너무 좋아서 좌우명으로 삼게 되었다면서요?
윤 CEO “탁월함은 반복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년 전에 PwC파트너 교육과정으로 싱가포르 인시아드(INSEAD) 경영전략과정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대기업 CEO들이 주로 참가했는데 그때 한 스피커(speaker)로부터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명언을 들었습니다. 확 머리에 꽂혀서 힘든 일을 할 때마다 되새겨보곤 합니다.
박 편집인 삼일은 3천300명 임직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어떻게 TOP에 오르셨습니까.
윤 CEO 저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저 자신을 위하기보다 삼일이라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 모습들이 30년 가까이 쌓여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기보단 조직에 헌신하는 모습이 선후배님들에게 인정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5년 정도 미국 실리콘밸리(PwC US)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미국인들과 같이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감각을 익혔습니다. 이런 점도 CEO로 선출되는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그때 이른바 실리콘밸리식 벤처문화랄까요, 한국과는 굉장히 다른 일하는 방식, 소통방식, 조직문화, 기업운영 방식 등을 체감했습니다. 한국 기업의 경우 대부분 수출과 해외사업에서 돈을 벌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데 회계산업 역시 이런 한국기업들을 자문하려면 국제감각,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전문성이 필수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 편집인 지금 국내에서 가장 핫(hot)한 쿠팡(Coupang)의 미국 증시 상장작업을 삼일이 담당했다고 하던데요. 쿠팡의 초기 창업멤버들은 주로 미국 하버드 유학파와 아이비리그 출신들이기 때문에 속칭 ‘금수저’들이 아닌가 하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젊은 세대들을 위해 쿠팡의 상장 이야기도 들려주시죠.
윤 CEO 아무래도 김범석 쿠팡 의장이 하버드대 출신이다 보니, 처음 창업했을 때는 벤처를 같이 해보겠다고 모였던 멤버들이 비슷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금수저’였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상장과정에서 지켜보니 초기 투자지분을 가진 분들이나 그동안 대규모 적자를 버티며 묵묵히 일해온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특별할 것 없는,성실하고 근면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누가 어떻게 설립했든 간에 쿠팡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고용을 창출하고 소비자 편익을 높인 것이 사실입니다. 기업가정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결국 100조원 짜리 글로벌 혁신기업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럽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삼일 ESG PLATFORM
자율ㆍ창의ㆍ집단지성ㆍ수평조직으로 혁신
박 편집인 대표님은 지난 4월, 삼일 50주년 기념식장에서 수직적, 상명하복 조직에서 앞으로는 수평적 조직문화로 대폭 혁신하겠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윤 CEO 과거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30대 중반에 실리콘밸리 근무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한국의 기업문화는 상명하복, 군대식 지시와 복종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회계법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한국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던 당시엔 빠른 추격자(패스트팔로워: Fast Follower)의 시대였기 때문에 그 같은 일사불란한 군대식 문화가 적합하고 또한 경쟁력을 발휘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누군가를 따라잡기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고 시장을 창출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가 돼야 하는 시기입니다. CEO 한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알고 혼자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해야 하기 때문에 저는 자율과 창의, 열린 토론, 집단지성, 수평조직과 같은 문화가 꼭 필요하고 정착돼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박 편집인 CEO 재임 중 꼭 하시고 싶은 일은?
윤 CEO 삼일은 이미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서 1등 회계법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대한민국 회계산업의 선진화, 대형화, 국제화를 이끌었다고 자부합니다. 지난 50년간 삼일을 이끈 것이 엄격한 위계질서에 기초한 탄탄한 팀워크였다면, 앞으로 50년의 경쟁력은 자율과 창의, 집단지성, 다양성, 포용성 등 글로벌 가치들을 공유하는 수평적 조직문화일 것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제가 CEO로 있는 동안 기업문화가 바뀌어서 “삼일은 성과로도 1등이지만 기업문화도 탁월하고 멋지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이런 변화가 신세대에게도 어필(appeal)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꼰대’라는 말이 요즘 유행인데 옛날 방식이나 사고를 그대로 고수하면 젊은 세대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오고 싶어하고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기업도 지배구조 대전환 시기
박 편집인 후학들을 위하여 대표님의 좌우명이랄까 경영철학을 들려주시면요.
윤 CEO 미국의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보면 “성공이란 자신이 한때 이곳에 있음으로써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제가 CEO로 있기 전보다 우리 삼일이 더 나은 조직이 되고 구성원들의 삶이 더 윤택해지고 행복해진다면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성공입니다.
박 편집인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가 중요한 화두(話頭)인데요. 회계법인 가운데 가장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춘 삼일회계법인의 ESG 사업도 설명해주십시오.
윤 CEO ESG의 80%는 지배구조(G)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도성장기를 지나오면서 한국기업의 지배구조는 매우 독특하게 진화돼 왔습니다. 전문경영인과 이사회가 거의 한 몸처럼 돼 있고 최대주주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도 거의 전권을 행사하는 구조인데 이는 과거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서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적합한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2세대, 3세대로 넘어가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마찰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배구조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환경(E), 사회적 가치(S)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제1의 존재이유는 성장, 부의 창출, 일자리 창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기여입니다.이런 기본적인 가치들이 ESG와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 편집인 지금 코로나 난세(亂世)로 인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요. 현대경영의 주 독자층인 500대기업 CEO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면요.
윤 CEO CEO가 되니 외부의 기업 오너 분들, 최고경영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최고경영자가 되면 조직내에서 달콤한 말이나 덕담을 들으며 즐길 것이 아니라 외부의 훌륭한 인사들과 교류에 힘쓰고, 쓴 소리나 조언 등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삼인행 필유아사언: 三人行 必有我師焉)”고 하지 않습니까? 항상 듣고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대루’ 정신으로 ‘삼일 100년’을 기원하며 | 김중만 작가 ‘만대루’(국가문화유산포털 사진)
‘Good to Great’로 가자
박 편집인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을 만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윤 CEO 미국까지 직접 간 것은 아니고요 코로나 때문에 감독상 시상식이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감독상 시상자인 봉준호 감독에게 수상자 봉투를 전달하는 역할을 제가 했습니다. 사실 아카데미위원회와 PwC간의 인연은 수십년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PwC가 아카데미상 투표 및 계표를 담당하는 파트너입니다.
아카데미상의 권위와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제3자 검증을 PwC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번에 PwC코리아(삼일PwC) 대표 자격으로 본인이 시상식에 참가한 것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아카데미상뿐만 아니라 골든 글로브, 슈퍼볼 게임 및 기타 공공기관 CEO 선임 등 주요 의사결정 시에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 제3자 검증을 맡김으로써 신뢰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습니다. 보통 선진국을 고(高)신뢰사회, 개발도상국을 저(低)신뢰사회라고 하는데 저(低)신뢰사회일수록 자기 핏줄이나 친인척 외에는 잘 안 믿고 사회적 신뢰가 낮습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신뢰자본이 중요한데 신뢰는 그냥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뢰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아카데미상이 잘 보여줍니다. 한국도 이제 명실상부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이 됐기 때문에 신뢰자본 축적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박 편집인 끝으로 우리나라 1등 회계법인 대표 자격으로서, 한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을 꼽아주신다면?
윤 CEO 기업이 지금 잘나간다고 해서 100년, 200년 끄떡없이 승승장구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당장 지난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60년간 대한민국 기업사만 봐도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졌습니까. 한국의 100년 장수기업은 고작 8개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수명은 15년에 불과하고 30년 존속기업은 2%에 그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워낙 격동기를 지나오고 한국의 DNA가 역동적인 점도 작용했겠지만 미국의 경우 100년 장수기업이 1만2천780개, 독일 1만73개에 달한다고 하니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어떻게 하면 “100년, 200년 이어나갈 것인가” 하는 노하우를 찾아야할 때입니다. 경영구루(guru)인 짐 콜린스(Jim Collins)가 말했듯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Good to Great)’으로 가기 위해서는 항상 경각심과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지금의 위치를 고수하기 어렵고 자칫 망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CEO로서 그런 부분을 항상 가슴에 새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한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면 그래도 역시 삼성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도체 투자나 스마트폰 시장 추격 등 핵심분야에서 세계 1등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보면 “삼성이 가장 기민(agile)하고 혁신적(innovative)인 기업이 아닌가” 탄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금은 아무래도 여러 가지 정치사회적 여건상 혁신에 제약이 좀 있다 보니 혁신의 속도가 느려지는 듯해서 안타깝습니다. 모든 문제가 잘 해결돼서 기업 본연의 책무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박 편집인 오늘 좋은 말씀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자세한 내용은 월간현대경영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월간현대경영 2021.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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