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동향
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의 현재와 미래
서울공대지 2020 Spring No.116
곽정훈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TV와 스마트기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장치는 국내 산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도 기준 디스플레이 제품의
수출액은 248억 달러를 넘어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에 이어 수출품목 순위 4번째에 이름을 올렸다(관세청, 2019). 그러나 최근 수년간 중국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인해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어려운 시장환경 때문인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에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국내 양대 TV 제조사인
삼성–LG의 싸움(?)이 2019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이 논쟁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퀀텀닷(quantum dot (QD), 양자점)이라는 단어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본 글에서는 퀀텀닷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원리로 TV에 사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퀀텀닷에 대해 알아보자. 쉽게 설명하면 퀀텀닷은 크기가 아주 작은 반도체 물질을 말한다. 여기서
‘작다’의 정도는 물질의 화학 조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가시광선 영역의 발광을 위해 사용되는 퀀텀닷은 약 2~10 nm 정도
범위에 있다.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거시 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퀀텀닷은 무심결에 찍은 점 하나 정도에
비교되는 매우 작은 크기이므로 ‘dot’ 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반도체 물질의 크기가 특정 수준 이하로 작아지게 되면 물질 내 전자의 움직임이 제한되며 반도체의 에너지준위가 불연속적으로 바뀌기 시작하는데, 이를 양자구속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라고
부른다. 즉, 양자구속효과가 나타나는 정도로 작은 점 형태의
반도체 물질이 퀀텀닷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 1. 퀀텀닷의 크기에 따른 밴드갭, 발광
파장의 변화
퀀텀닷은 양자구속효과로 인해
기존의 벌크 반도체와 매우 다른 몇 가지 특성들을 나타내게 된다. 발광 소재로 사용할 때 가장 큰 장점은
퀀텀닷의 크기, 즉 양자구속효과가 일어나는 정도에 따라 반도체의 에너지준위가 변하여 밴드 갭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그림 1>과 같이 퀀텀닷의 크기를 조절하여 발광 파장(빛의 색)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원하는 대부분의 색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또
다른 특징은 앞서 언급한대로 반도체의 에너지준위가 불연속적으로 바뀌며 에너지밴드의 폭도 좁아지고, 이로
인해 발광 스펙트럼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이다. 발광 스펙트럼의 폭이 좁아지면 색 순도(채도)가 높아지게 된다. 높은
색 순도는 현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추구하는 큰 흐름 가운데 하나로, 디스플레이 장치가 보다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퀀텀닷의 이러한 특성들은 디스플레이에 활용되었을 때 보다 생동감 있는 영상을
전달할 수 있게 한다. 특히 UHDTV 표준(ITU-R Recommendation BT. 2020)에서는 디스플레이 장치가 기존에 비해 훨씬 넓은 색 공간을
표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몇 가지 기술 가운데 현재로서는 퀀텀닷을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짧은 기간에 많은 연구개발이 이루어진 만큼, 퀀텀닷을 디스플레이에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본 글에서는 이
가운데 3가지 형태의 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현재 사용되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당장 가전제품 파는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QD-LCD이다. 광고 때문에 QLED 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QD-LCD가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LCD에서, 백라이트로
사용되는 백색 LED만 청색(B) LED와 녹색(G), 적색(R) 퀀텀닷을 사용하여 백색을 내는 방식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허청은 삼성전자가 청구한 ‘QLED TV’라는 상표권 등록을 거절하였다.) 그렇다면 단순히 백라이트
광원을 바꾸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비록 LCD라는
한계는 있지만, 색 공간 표현에 있어서는 큰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
LCD의 경우 백색 백라이트 광원을 컬러필터를 통해 빛의 3원색인 R/G/B로 분리해 색을 표현한다. 그런데 백색 LED는 <그림 2>에
나타난 것과 같이 발광 스펙트럼의 폭이 매우 넓고, 이로 인해 컬러필터를 통과한 녹색, 적색의 스펙트럼 역시 그 폭이 넓다. 다시 말하면 색 순도가 낮고, 표현 가능한 색 공간이 좁다. 이와 반대로 퀀텀닷을 사용한 백색
광원은 3원색의 발광 스펙트럼의 폭이 좁기 때문에 <그림 2>처럼 컬러필터를 통과했을 때에도 우수한 색 순도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QD-LCD는 기존의 LCD에 비해 채도가 향상된 적색과 녹색을 보여준다. (따라서 광고에서도 이 두 가지 색이 조금 더 잘 드러나도록 하는 편이다.)
QD-LCD는 뒤에서 소개할 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들에 비해 기술적인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대량생산도
용이하여 가장 먼저 시장에 나왔고, 현재 전세계 QD-LCD 시장은
삼성전자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렇지만 LCD 시장은 중국
후발업체의 견제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OLED의 경우 그나마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제법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퀀텀닷이 더해지는 모양새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기술이 바로 QD-OLED이다. OLED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R/G/B 화소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LCD에 비해 색 순도도 높다. 또한 플라스틱 기판에 제작하면 우수한
유연성을 갖기 때문에 접거나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 다만 대형 디스플레이로 제작하기에는
마스크 정렬 등의 공정상 어려움이 있으며,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만 생산 중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R/G/B 화소가 아닌 백색 OLED 화소에 컬러필터를 사용하는 방식이며, 컬러필터를 사용하는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밝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QD-OLED는 현존 기술들의 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지난 해 삼성디스플레이가 13조원이 넘는 금액의 투자를 발표하며,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림 2. 백색 LED와 퀀텀닷을 적용한 백색 광원의 컬러필터 통과 후 스펙트럼 비교
그림 3. QD-OLED 기술의 개념도
<그림 3>과 같이 QD-OLED는 청색 OLED로 전체 화소를 형성하되, 녹색, 적색 화소는 청색 OLED
위에 녹색, 적색 퀀텀닷 층을 각각 형성하여 청색을 녹색이나 적색으로 변환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대형 OLED 공정의 마스크 정렬 이슈를 회피할 수
있고 컬러필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우수한 밝기와 화질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OLED 위에 퀀텀닷 층을 형성하는 양산 공정은 아직 시도된 바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강국의 명성을 이어나가게 해줄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해결해야 될 기술적 이슈들은 존재하지만, 빠르면 2021년 하반기~2022년 초에
QD-OLED를 볼 수도 있을 듯 하니 기대해보자.
그림 4. QLED 기술의 개념도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술은 퀀텀닷 자발광 기술인 QLED이다. QLED는 OLED에
대응되는 기술로, <그림 4>와 같이 OLED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지만 발광층이 퀀텀닷으로 이루어진 소자이다. 따라서 OLED가 가질 수 있는 모든 특징과 장점들을 다 가지며, OLED에
비해 소재의 가격, 공정 단가, 색 순도 등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기술이다. 그러나 QLED 기술은 공정기술뿐만
아니라 성능, 안정성 등에서 아직 해결해야 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2018년, 삼성디스플레이가 본교 전기•정보공학부의 이창희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와 크게 관련되어 있다. 국내 QLED 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이며 산학연에서 모두 소재 및 소자, 공정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인화인듐(InP)계 퀀텀닷을 이용하여 외부양자효율이 20%를 넘고 안정성이 우수한 세계최고 성능의 적색 QLED를 개발하여 2019년 12월, Nature지에
보고하기도 하였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QLED의 안정성
향상, QLED 공정기술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아직은 QLED가 언제 상용화될 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수 년 안에
그 가능성은 충분히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이 OLED로
바뀐 지금도, 디스플레이 화면은 ‘액정’이라고 불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변화 주기가 짧아지고 종류도 많아지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기술의 차이를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글에 퀀텀닷, 그리고 이와 관련된 디스플레이 기술을 설명하기엔 본 글도 부족함이 상당히 많이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의 독자들이 퀀텀닷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디스플레이 기술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