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영주에서 가족모임을 갖고...
2023년 2월 27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초여드렛날
아침 기온을 봐서는 여전히 겨울이다.
어제는 영주 영하 8.2도,
봉평 영하 8.6도, 면온 영하 11도였고
오늘은 영주 영하 6.8도,
봉평 영하 8.5도, 면온 영하 11도이다.
영주는 막바지 추위겠지만
이곳 봉평과 면온은 아직 추위가 물러가려면...
글쎄?
그제 이른 아침,
산골집을 출발하여 영주 막내네 사과농원에 갔다.
지난 1월 1일 이후 오랜만에 처가쪽 가족모임을
막내네에서 갖기로 했다. 가족이래야 단출하다.
네 집에 11명이 전부인데 한꺼번에 다 모이기가
쉽지않다. 이번에는 아들 녀석이 바빠서 빠졌다.
아쉽기는 하였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 이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막내네가 영주 부석에서 사과농원을 시작한 이후
우리는 이따금씩 일을 도와주러 다녀오기도 하고
때때로 그냥 만나서 밥도 먹곤 했지만 처남네 식구
셋은 이런저런 사정이 많아 처음 농원에 간 것이다.
키가 190cm가 넘는 듬직한 모습의 조카 녀석들을
보니 너무나 반갑고 흐뭇했다. 큰조카는 장남답게
책임감이 강하고 위트와 재치까지 겸비하여 좋다.
작은 조카는 공부를 잘하여 명문 Y대를 4년 내내
장학생으로 지냈으며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렇게 기쁜데 이런 날에 몇
해 전 멀리 떠나버린 처남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했을까? 마음 한 켠이 허전하고 짠하기까지 했다.
점심은 막내네에서 식구들이 만두를 빚어 만두국을
먹었다. 다들 만두를 얼마나 예쁘게 빚는지 그 모습
바라보는 마음이 흐뭇했다. 이서방과 처제, 장서방,
조카 딸내미도 잘 빚었지만 특히 처남 막내아들은
요즘 아이들과 달리 사내 녀석이 너무 예쁘게 빚어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이렇게 식구들 모여
웃고 즐기며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한 것임을 새삼
느꼈다. 자주 만나 이런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저녁식사는 풍기읍내 고깃집에서 처남 막내아들의
졸업을 기념하는 것을 겸해 외식을 했다. 아이들 셋
따로, 어른들 따로 자리에 앉았다. 녀석들은 사촌간
이지만 친남매처럼 정답게 서로를 챙겨주는 정겨운
모습이 너무나 보기가 좋아 흐뭇했다. 화기애애하고
정이 철철 넘쳐 흐르는 자리였다. 가족이라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싶었다. 처남 큰아들 녀석이
이다음에는 호텔 뷔페에서 한턱 제대로 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여 모두 웃으며 반겼다. 오래간만에
너무나 맛있게, 너무나 즐겁게 가족모임을 가졌다.
이렇게 가족모임을 가진 다음 처남네 식구는 다시
용인으로 올라가고 둘째네와 우리는 하루 더 묵어
가기로 했다. 사과농원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서...
정말 오래간만에 세 동서가 합을 맞춰 일을 했다.
이미 산골에서 오랜 세월 함께 했던 경험이 있어서
모든 일이 척척 서로 손발이 잘 맞는다. 이번 일은
1,200평 아랫밭 사과농원에 전지를 해놓은 엄청
나게 많은 나뭇가지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과수원
일이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농사와는 달리
농한기가 없는 것이 과수농사가 아닌가 싶다. 정말
일이 많다. 그동안 가을날 사과 수확기에 이따금씩
사과 따는 것을 도와주기는 했지만 다른 일은 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처음으로 전동 전지가위 사용을
해봤다. 전지 해놓은 나뭇가지를 굵은 것과 잔 것을
분류하였다. 밭가운데 잔가지를 모아두고 파세기를
이용해 잘게 부순다고 했다. 전동 전지가위로 굵은
나무의 잔가지를 정리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긴
했지만 워낙 많은 양이라 쉽진 않았다. 뿐만아니라
밭에 사방 흩어져있는 나뭇가지를 주워모아야 하는
일도 허리와 허벅지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틀동안
반나절씩 일을 했다. 세 동서가 힘을 합쳤더니 모두
마칠 수가 있었다. 그동안 일이 지체되어 꽤 걱정을
했는데 우리가 도와주어 다 마쳤다며 고마워 했다.
힘들게 양쪽의 넓은 밭을 둘이서 잘 해나가는 막내
부부가 대견스럽다. 시간이 나면 이따금씩 내려가
도와주어야겠다.
어제 늦은 오후에 일을 더 도와주고 와야하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고 산골집으로 돌아왔다.
막내네가 사과와 사과즙을 잔뜩 자동차에 실어주어
싣고 왔다. 촌부 일기를 매일 보는 처제와 장서방이
우리를 많이 도아주는 "청바지" 모임 회원들인 마을
아우들이 너무 고맙다며 사과즙을 한 박스씩 갖다
주라고 했다. 우리가 없어 이틀동안 심심했었는지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올라왔다. 한시간 가량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내려갔다. 모두들
장서방과 처제가 챙겨준 사과즙을 받아가며 너무나
고마워했고 좋아했다.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막내네
덕분에 이런 정을 나누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영주에서 즐겁게 지내느라 일기를 써놓긴 했지만
못올렸다. 인터넷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이따금씩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싶어 어제 하루 결석을 했다.
촌부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쓴다. 그리고 공개를 해도 좋은 범위내에서
거의 매일 SNS에 올리곤 한다. 조금은 남다른 삶,
혹시라도 촌부와 같은 삶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참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다른 분들에게는
산골의 삶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시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오랜 세월을 공개하고 공유를 하다보니
이제는 하루만 거르게 되면 무슨 일이 있느냐면서
연락이 온다. 그래서 빠짐없이 더 열심히 올리게
된다고 할까? 어찌되었거나 오늘은 이틀치 일기를
쓰다보니 많이 길어졌다. 두서없이 횡설수설 늘어
놓는 촌부의 일상인데 공감하고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첫댓글 참 다복한 가족들이십니다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
모두들 행복해 보여 제게도 많은 에너지를 주네요
멋진 글,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가족의 행복한 일상
정말로 행복한 이 모습이 영원하시길 바랍니다.
과수원 일이 엄청 많다고
들었는데 ㅡ
화기애애한 모습에
훈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