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 단과대학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대학이면서 성당을 겸하고 있는 학교다. 대학의 문을 들어서자 정원의 꽃과 나무들이 아름다운 자태로 외객을 맞이한다. 전쟁 추모 가든War Memorial Gawden이라는 표식판이 정원 잔디밭에 조그맣게 세워져 있다. 이 대학은 1525년 헨리 8세 때 울시 추기경이 추기경 양성을 위해 대학겸 성당겸 설립하였다. 옥스퍼드에 있는 대학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유명한 칼리지다. 아직도 귀족적이며 전통을 중시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담한 분수와 수변의 꽃들이 비경이다. 오랜 연륜을 지닌 등꽃나무의 보라색 긴 등꽃 송이들이 줄줄이 흘러내려 고운 풍경이다. 나의 모교 공주사대부고의 정원에 있던 등꽃이 떠오른다. 나는 고2 때 교정의 등꽃과 고목 정경을 [고목]이라는 시로도 써서 공주사대부고 교지 울림에, 나의 첫 시집에, 문단지에 발표하였다. 큰 고목나무를 휘휘 감아 오르던 그 등꽃, 지금은 고목을 없앤 연유로 모교의 운동장에서 사라진 등꽃을, 나는 지금 이곳 옥스포드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 교정에서 학창시절의진한 향수로 만나고 있다. 더 깊숙이 걸어들어 가니 3층의 웅장한 대학 건물이 넓은 자락으로 길게 앉아있다. 건물 외벽에 담쟁이 덩쿨이 타고 오른다. 아치형 창문들과 지붕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건축양식이 중세풍의 향수를 고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건물 앞에는 거대한 목초지가 전개되고 있다. 정원의 잔디밭과 목초지에 둘러싸여 전원 풍경의 대학이다. 목초지는 울을 쳐 놓아 들어가진 못 한다. 목초지 곁으로는 나무들 사이로 긴 산책로가 있다. 최대규모인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에 부속된 예배당은 12∼16세기 경의 건축을 대표하고 있다. 옥스포드에는 그 밖에도 많은 교회가 있다. 교회들의 탑은 시청사와 더불어 아름다운 명소가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무대였던 곳이기도 하여 꼭 와 보고 싶었던 곳이다.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의 식당인 홀은 영화 <해리포터>에서 만찬을 즐기던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식당으로 나온 곳으로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또한 그레이트 홀 스테인드 글라스들 중에는 <이상의 나라의 앨리스>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앨리스의 창'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롤 Lewis Carrol 의 초상화도 있다. 또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도 이곳에서 수학교수로 재직했다. 당시 친구이며 대학 학장이던 헨리 리델의 둘째 딸 앨리스가 소설의 모델이 되었다. 해리포터의 마법학교 식당 장면이 바로 이곳 대학 식당을 모델로 제작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마법의 기운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옥스퍼드 최대의 대학 겸 성당으로 '더 하우스'라고도 불린다. 지금까지 18명의 수상을 비롯한 수많은 시인과 정치인, 학자등을 배출했다. 이 대학 출신의 영국 총리가 13명이나 된다. 영국 총리를 4번 지낸 윌리엄 글래드스턴도 있다. 성당을 겸하고 있는 예배당은 명성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내부가 웅장하고 스테인드 글라스와 천장화가 매우 아름답다. 대성당은 12세기의 노르만 양식 건물에 13세기와 그 이후에 증축한 것이다.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 곁에는 머튼 컬리지가 있다. 넓은 잔디 정원과 약간의 머튼 대학 건물이 보인다. 옥스포드에 38개의 컬리지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서로 다른 대학과 대학이 쇠창살 울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것도 신기한 정경이다. 드넓은 교정에서 우람한 대학 건물과 마주하며 한 동안 지식의 창고를 채우는 간접체험으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