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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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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6월호의 시와 메꽃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107 16.06.08 12: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성숙옥

 

그대 앞에 놓인 줄

음을 고르는 기척이라도 들리면

나도 몰래 허밍을 한다

내 음을 찾는 손가락

속에서만 울리는 소리를 잘도 짚어

떨림을 당긴다

만지는 줄마다

탱탱해지는 소리,

짧고 긴 장단의

호흡으로

공감을 당겨보고 울림을 놓기도 한다

아직 음이 되지 못한 것들의 고백이

끊어짐으로 치환될 때

내 눈동자에 뜨는

그믐달

튕기어 물고이게 한다 해도

매어두고 싶은 소리가 줄을 타면

세상이 보이지 않아도

좋으리  

    

 

분꽃 - 김혜천

 

아따 물 너무 주면 뿌리까정 썩는당께요

 

꺽정 부뜨러 매드라고

내 농업핵교 나왔는디, 다 알아서 할랑께

 

농업학교 졸업한 거 빼고

다 잃어버린 할배

이른 봄 고향집 처마 밑을 그리며

염소 똥만 한 까만 씨 하나

화분에 꾹 눌러 심더니

이내 싹 틔우고

어린 기억 살려내듯 쑥쑥 길러

매미 울음 사라질 무렵 꽃을 피웠다

할배의 꺼진 창가가 환하다

 

삼시 세끼 따순 밥 차려내는

굽은 등 할멈에게

까만 씨마다 색색의 분을 선물하였다

 

저물녘 뽀얗게 분칠을 하고

수줍게 피어나는 할머니

        

 

포항 가는 길 - 김완

 

울릉도 독도 가려고 포항에 간다

지리산 휴게소 근처 눈발 날린다

드문드문 성긴 눈 편지 쌓여 있다

어둠을 헤치고 해가 뜬다 광주에서

대구 거쳐 포항 가는 길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것과 같다

새로 생긴 크고 환한 터널들

빠르게 터널 속을 통과하는 순간이

모호함의 양극단을 사는 인생이다

시간의 속도가 더딜수록 새록새록

지리산을 잘 아는 이치와도 같다

사년 만에 찾아온 이월 이십구일

이월 그녀의 나이는 얼마나 될까

오랜만에 희고 투명한 눈 편지를

구룡포 하늘에 뿌린다 누가 받는 것인지

세찬 풍랑에 날아가지 않도록

그녀의 마지막 문장 잘 새겨야 한다

    

 

 

손가락 낙타 - 김세형

    -안구건조증 · 1

 

두 눈알에 물기가 하루가 다르게 바짝바짝 말라간다

난 스마트 사막을 손가락 다리로 하루 종일 타다다다- 달리는 낙타

하늘엔 불루 라이트* 태양만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우기의 그대 슬픈 두 눈은 내 마른 모래 눈물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 어디에 있는가? 나의 오아시스여!

그대 젖은 두 눈을 바라본 지는 너무 오래,

태양 흑점 같았던 새까만 내 두 눈알은 이카루스의 눈처럼

~~ 불타올라 하얗게 재가 된 지 이미 오래된 과거이고

퇴행성관절염에 걸린 나의 손가락 다리 관절 마디마디는

썩은 나무젓가락 부러지듯 우둑, 우두둑, 허절하게 부러져 난 결국

뜨거운 모래바람 휘부는 사막 위에 짐승의 해골로 나뒹굴 것이다

그렇게 풍장으로 나뒹굴면서도 퀭 뚫린 안구 없는 안구로

나의 오래된 미래*, 그대 슬픈 오아시스를 향해 응답 없는

응답하라! 눈빛 타전을 홀로 쓸쓸히 카톡^카톡^ 보내고 있을 것이다

스마트 사막의 낙타는 슬픔마저도 스마트해서

그대의 오아시스 눈물에도 젖지 않는다


---

*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푸른 빛, 그 빛에 의해 안구건조증 등이 발생.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버려진 것들은 나무가 된다 - 안영희

 

제때 제때 잡초를 매 주거나

가뭄철에 물 한 번 못주다가

뒤늦어 황황히 찾아들면

쑥갓도 들깨도 채소가 아니다

 

허리 나꿔채 뽑으려 하자 벌커덩,

단숨에 내 몸뚱어리를 뒤로 동댕이질 친다

적의를 드러내며

 

더 없이 순하고 보드랍던 것은

기다림과 신뢰의 유효기간이었다,

 

더는 나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을 때

말라 비틀렸으나 노여움 뜨거이 충전된 목숨은

비로소 정면正面이 되었노라고

응석을 떨 아무도 없는 세상을 두고

        

 

낙지를 던지다 - 최호일

 

산 낙지를 자르면서 심장을 찾는다

낙지의 심장은 어디에 있지

 

머리통에 들어 있나 발밑에 있나

다리가 되어 다리의 기원을 찾아 기어갔나

 

구름으로 가다가 구름을 잃어버리고 되돌아오고 있나

 

볼륨을 높이고 음악을 듣는다

분홍이 건너온다

심장이 없으면 노래가 없을 텐데

 

낙지를 던지고 분홍색 구멍을 만들었다

 

심장이 없는 곳으로

노래가 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국화빵의 추억 - 정호승

 

나는 국화빵 천원어치를 달라고 하고는

안경 낀 사내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사내는 추위에 손이 곱았는지

더듬거리는 손으로 빵틀에서

국화빵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종이봉지에 담다가 국화빵 하나를

그만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국화빵이

꼭 사내의 눈물처럼 보였으며

국화빵을 들어낸 빵틀의 빈자리 또한

사내의 눈물자국처럼 보였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나는 이제 거리에서 파는 음식들

강원도 감자떡이나 중국식 호떡이나 붕어빵,

잉어빵, 오뎅, 만두, 호두과자 등을 가끔 사먹는다

그것이 그나마 빈곤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 때문이다

    

 

♧ 與曺南冥成東洲悌元共吟(溪堂遺稿)

    

手?淸波飮, 胸襟冷似?.

平生塵垢累, 洗得十分澄.


  조남명, 성동주 제원과 함께 읊다 - 계당 최홍림

 

맑은 물 한 움큼 마시니

흉금이 얼음처럼 차가워라

평생의 세상 티끌

씻겨 한결 맑아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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