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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서 20일(월)부터 내달 8일(토)까지 열려 |
[미술여행=김예은 기자]전선을 재료로 기억, 자아, 시간, 잔상, 감정, 존재의 흔적을 표현한 장수익 작가의 개인전 '잔상의 자화상'이 대구에서 열린다. '잔상의 자화상'은 인간의 기억과 시간이 남긴 흔적을 '잔상(Afterimage)'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 개인전이다.
2026 EAC 작가 지원 프로젝트 장수익 개인전... 전선으로 그려낸 기억의 파편 '잔상의 자화상' 전시알림 포스터
장수익은 눈으로 보이는 외형보다 시간이 축적된 기억과 감정, 그리고 삶의 흔적을 화면 위에 중첩시키며 자아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지역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2026 EAC 작가 지원 프로젝트'의 두 번째 프로그램이다.
장수익은 자화상을 단순히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작업으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자화상이란 ①살아온 시간, ②축적된 기억, ③관계 속에서 형성된 정체성, ④사라져가는 감정의 흔적까지 포함하는 정신적인 초상이다. '잔상'은 어떤 대상이 사라진 뒤에도 눈과 기억 속에 남는 이미지처럼 인간이 살아오면서 남긴 수많은 흔적을 의미한다.
장수익의 작품은 사실적인 재현보다 심리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화면 속에는 흐려지는 얼굴, 겹쳐지는 형상, 반복되는 붓질, 지워지고 다시 그려진 흔적들이 공존한다. 이러한 표현은 기억이 명확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사진: 장수익, landscape01, 50X50cm, 판넬 위 전선, 클리어, 2026
작품에는 물감 대신 다양한 색상의 전선이 사용된다. 화면 위에 전선을 배열해 픽셀화된 이미지를 만들고 작업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에도 작가만의 표현 방식을 더한다. 작품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주요 키워드는 잔상(Afterimage)이나 기억(Memory), 시간(Time), 자아(Self), 존재(Existence), 흔적(Trace), 중첩(Layer), 소멸과 생성, 심리적 풍경, 내면의 초상들이다.
구체적으로 ①중첩된 이미지는 여러 층의 색과 선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기억의 축적을 표현한다. ②흐릿한 얼굴은 명확하지 않은 얼굴은 변화하는 자아를 의미한다. ③시간성은 화면 속 여러 층은 지나간 시간을 시각화하고, ④흔적의 미학은 완성보다 남겨진 흔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⑤절제된 색채로는 회색, 흰색, 검정, 갈색 계열을 중심으로 감정을 차분하게 표현한다.
사진: 장수익, 글리치(glitch), 50X50cm, 판넬 위 전선, 클리어, 2026
장수익의 자화상은 실제 자신의 얼굴이라기보다 인간 모두의 초상에 가깝다. 관람자는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작품에 투영하게 되며, 작품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이야기한다. 자화상은 '나'를 그리지만 결국 '우리 모두'를 이야기하는 장치가 된다. 그래서 장수익의 작업은 표현주의와 추상표현주의, 신표현주의, 개념미술, 심리적 회화와 같은 현대미술의 흐름과 연결된다.
특히 기억과 존재를 탐구하는 현대 회화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감상자들은 장수익의 작품을 대할때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펴볼 때 더 마음에 다가올 수 있다. 얼굴이 왜 흐릿한가, 반복되는 선의 의미는 무엇인가, 왜 여러 번 덧칠했는가, 화면 속 빈 공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의 기억은 어떻게 남아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전시가 던지는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와 기억은 얼마나 진실한가?이다. 또 시간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사라진 것은 정말 사라졌는가?, 우리는 무엇으로 존재를 기억하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사진: 2026_종이상자, 옷걸이, 행거_228X105cm(7ea)
결국 장수익의 '잔상의 자화상'전시는 초상을 그리는 전시가 아니라 기억을 그리는 전시이다. 작가는 물리적인 얼굴보다 시간이 남긴 흔적을 통해 존재를 이야기하며, 관람자는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작품에 비추어 보게 된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체성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제안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현대 회화가 지닌 철학적·심리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한편 장수익은 안동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2021년 이랜드문화재단 작가와 2024년 화랑미술제 줌인 에디션 작가 등에 선정됐다.
작가는 전시를 앞두고 "전선을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는 정보와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한 기억이 아닌 잔상으로 남는다"며 "관람객들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되돌아보고 내면에 남은 흔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수익 개인전 '잔상의 자화상'은 오는 20일(월)부터 내달 8일(토)까지 북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명봉에서 개최된다.
사진: 장수익 개인전 전시장 풍경
사진: 장수익 개인전 전시장 풍경(1)
사진: 장수익 개인전 전시장 풍경(2)
사진: 장수익 개인전 전시장 풍경(3)
<작가노트>
"마치 화살처럼 나를 꿰뚫어 다가온다"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전선은 전기 에너지를 이동 시키는 매체이며, 동시에 정보와 메시지의 전달을 상징한다. 이 통로를 통해 나에게 끊임없이 도달하는 정보들은 새로운 영감을 자극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렇게 유입된 감정들은 이내 잔상처럼 희미하고 불분명한 이미지로 남아 머릿속을 떠다닌다.때로는 왜곡되고, 때로는 재창조되는 기억의 파편들, 나는 이처럼 머릿속을 부유하는 불완전한 잔상들을 '픽셀화'하는 작업을 통해 화면 위에 새롭게 구현한다. -장수익
사진: 장수익, 글리치(glitch), 50X50cm, 판넬 위 전선, 클리어, 2026
물질화된 기억의 시그널(Signal)
조각을 전공한 장수익 작가는 사각의 평면 패널 위에 저마다의 색을 지닌 전선들을 잘라 붙여 하나의 이미지를 직조해 낸다. 처음 그의 작업을 마주할 때 정면에서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면 한 편의 회화로 보이지만, 작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전선 특유의 재료감과 두께를 확인하는 순간 관객은 '이것은 조각인가?'하는 의문을 품게된다. 전선이라는 특정 오브제를 사용하여 3차원의 볼륨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이를 조각의 범주에 둘 수 있겠지만, 그의 작업은 마치 빛바랜 소중한 사진처럼 어딘가 모르게 따스한 서정적 울림이 느껴지는 짙은 '회화성'을 품고 있다.
1,물질로 구현된 회화성과 개인적 서사
장수익은 전통적인 회화와 도구인 물감과 붓 대신 '전선(Wire)'이라는 산업적 물질을 선택해 본인만의 회화성을 구현한다. 전류를 흐르게 하기 위한 도체를 감싸고 있는 절연 피복(PVC)들은 산업적 목적에 따라 고유한 색으로 존재하는데, 작가는 이러한 전선의 색을 선택함으로써 물감의 컬러 조합을 대신한다. 또한 붓질(Stroke)을 대신하여 전선을 짧고 길게 재단해 화면 위에 붙여 나간다.
이러한 재료·기법적 특징뿐 아니라, 화면 위에 형상을 만들고 이미지를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또한 지극히 회화적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정방향이거나 과거 TV 모니터를 연상케 하는 4:3 비율을 취한다. 또한 그의 글리치(Glitch) 연작 제목에서도 강조되듯, 의도적으로 연출된 화면 효과와 이미지의 형상은 관객으로 하여금 어린 시절 만화를 즐겨보던 때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기준으로 이미지를 선택할까?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기법적 효과와 더불어 화면 위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사고방식 역시 작가 개인의 서사에 기반한다. 일 나간 부모님을 기다리며 채널을 돌린다. 멍하니 바라보았던 어린 시절 TV속 만화처럼, 비디오테이프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시작을 설레어하던 영화들처럼, 작가의 기억과 감각으로 구성된 잔상들이 화면 위에 시각화되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장수익이 전선을 '시간의 회로'로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전선의 색과 길이의 조합, 그 선들이 맺는 관계망, 그리고 그것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화면을 이루는 과정은 작가가 기억을 재구성하는 일과 닮아있다. 기상 케릭터들을 선택하거나 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시키는 일련의 행위들은 그가 선택해 온 미학적 결과물이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작가가 '형상의 이미지를 경험하는 방식' 그 자체에 있다. 그의 작업은 어린 시절을 단순히 박제된 과거로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의 감각이 지금까지 어떻게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증명해 보인다.
2. 조각, 회화, 그리고 영화의 중첩
단순히 회화와 조각이라는 이분법 사이에서 그의 작업을 바라보기엔, 작품에서 느껴지는 잔상과 시간성, 그 속에 내재한 기억의 사유들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을 느낀다. 시간을 거슬러 전해지는 기억과 감각의 상태를 회화적으로 환원시키는 그의 작품은 표면의 이미지를 파고들수록 한층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이를 보충해 필자가 바라본 그의 작업은 '만드는 방식을 조각이지만, 보는 방식은 회화이며, 작동하는 방식은 마치 영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의 독창성이 발현된다.
커다란 전선들을 하나하나 자르고 붙이는 제작 과정은 극도의 수행성과 느린 노동의 시간을 요구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완성된 화면은 마치 애니매이션의 한 장면처럼 순간적인 감각으로 우리에게 지각된다. 촘촘히 배열된 전선들은 브라운관(CRT) 모니터의 '스캔라인(Scanline)을 연상시킨다. 때문에 그의 작품 속 이미지는 단순히 무빙 이미지(Moving Image)의 한순간을 포착한 스틸 이미지(StillImage)가 아니라, 우리의 추억과 기억의 잔상이 스크린 위로 끊임없이 로딩(Loading) 되거나 보건되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영화의 장면, 직접 찍은 풍경, 혹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모습 등 작가에 의해 선택된 것들을 보여주는데, 이는 결코 정지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움직이는 이미지를 잠재적으로 내포한 정지 상태, 즉 '버퍼(Buffer)'의 상태에 가깝다. 영화속 캐릭터가 금방이라도 입을 움직여 다음 대사를 뱉을 것 같은, 다음 동작을 위해 화면 밖으로 움직일 것만 같은 기묘한 긴장감이 프레임 내에 조직되어 있다.
관객은 그의 작품을 통해 하나의 프레임 속에서 앞뒤의 시간과 움직임을 동시에 감지한다. 결국 이러한 영화적 효과와 감각의 사유는 TV 속 영상이 회화로 번역되는 과정으로 기능한다. 그의 작품 속 버퍼 상태는 역설적이게도 관객에게 완전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는 행위를 넘어 기억의 시공간과 완전히 중첩되는 경이로운 사유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3. 신호(Signal)로 구축된 기억의 시공간
작가가 활용하는 전선은 단순한 물질적 '선(Line)'아니라 '신호(Signal)'다. 이는 단순히 작품을 구성하는 독특한 물성을 넘어, 시간의 전류를 전달하는 통로이자 움직임을 강화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장수익의 작품이 강렬한 물질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깊은 회화성을 획득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흘러가는 기억의 감각을 회화적인 정지화면으로, 나아가 움직이는 듯한 잔상의 효과 안에 붙잡아 두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회화는 안료가 아니라 신호들의 흔적으로 쌓아 올려진 결과물이며, 회화와 조각의 경게를 넘어 시간의 밀도를 압축해 놓은 장(場)안에서 '구축된 신호'로 완성된다.
우리의 기억은 언제나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흐려지고 재편집된다. 이러한 기억의 시공간은 그의 화면 위에서 디지털 오류인 '글리치'처럼 지지직거리며 끊임없이 가동한다. 마치 영화라는 시간 예술을 하나의 회화적 평먼으로 변화시키듯이 말이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가 사진의 본질을 두고 "이것은 존재했었다"라고 선언하며 과거의 증거성을 말했듯, 장수익의 화면 역시 작가가 통과해 온 과거의 시간을 증명하는 생생한 표상이다.
무빙 이미지와 스틸 이미지 사이를 자유롭게 왕복하는 그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오가며 심상에 간직해 온 이미지를 재맥락화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간다. 다양한 신호들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은 여전히 '상영 중'이며, 과거 기억의 신호를 부지런히 '재수신'하는 중이다.
장수익은 조각의 물질성,회화의 평면성, 그리고 디지털 스크린의 시간성을 하나의 작업 안에서 유려하게 교차 시킨다. 하나의 정지된 이미지를 통해 기억과 시간의 심연을 경험하게 하는 그의 작업은, 우리를 어린 시절로, 가족에게로, 그리고 새로운 감각들이 보내오는 기억의 시그널 앞으로 인도한다. 이는 무선(Wireless)의 시대에 다시 한번 과거의 따스한 기억들을 감지하고 현재라는 스크린 위에 새로이 출력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을 제공할 것이다. -이혜원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사진: 장수익, 글리치(glitch), 50X50cm, 판넬 위 전선, 클리어,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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