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도 가족 24-5 ④할아버지의 49재 : 옥천 고향 길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49재 시작이 11시라서 적어도 10시 30분까지는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다.
국도 씨도 마음이 바쁜지 오늘 입고 갈 옷을 어제 미리 봐 두었고 전담직원이 새벽에 출근하니 언제 출발하느냐고 성화다.
국도 씨의 연간지원계획서와 지금까지의 기록물을 챙겨 출발했다. 가족들에게 잘 설명하고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다.
10시 30분
제시간에 맞춰 잘 도착했다.
마당에는 사촌들이 몇몇 보이고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작은아버지들께서는 49재를 준비하는 음식 장만에 한창이다.
집에 들어가며 인사를 나눴다.
국도 씨는 집 곳곳을 다니며 가족들과 친척들에게 인사를 했다.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도 와 계셨다.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는데 할머니의 동생이라고 하신다.
할머니는 직원도 몇 번 면회 가서 뵌 적이 있다. 할머니는 직원을 보며 반갑다고 인사를 하셨다.
며칠 전부터 다시 정리했던 연간지원계획서를 말할 분위기가 아니다. 기록물을 꺼낼 타이밍도 없다.
그저 11시에 시작할 49재에 가족들이 잘 준비하길 바라며 기다렸다.
"자 이제 출발합시다. 어머니는? 함께 가실 수 있을까? 거동하기 어려우시면 집에 계시지?"
둘째 작은아버지께서 가족들을 준비시켜 할아버지 계신 산으로 가셨다.
직원은 동행하지 않고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있었다.
"여기로 들어와요. 재 끝나려면 한참이야"
"네 알겠습니다"
"항상 기사양반이 고생이네. 요양원에도 오고 집에도 오고"
"별말씀을요. 제가 하는 일인데요 뭘. 괜찮습니다"
할머니는 직원을 항상 기사양반이라고 불렀다.
한 시간이 넘은 시간.
가족들이 산에서 하나둘 내려오는 게 보였다.
"바지 찢어졌어 바지. 아! 어떡하지?"
"국도 씨 바지 찢어졌어요? 어쩌다가?"
"아니 저기 산에 가서 찢어졌어. 어떡하지?"
국도 씨의 걱정이 목소리에 느껴졌다.
"하하 뭘 어째요 집에 가서 세탁소에 맡겨야죠"
"지금 갈까?"
"아뇨. 가족들과 점심식사 하고 집에서 가요"
"응"
바지 찢어진 걸 어머니도 아시는 모양이다.
"국도 이리 와"
"왜?"
"엄마가 꿰매줄게"
엄마는 바늘 꾸러미를 챙겼다.
아들은 엄마 손에 이끌려 방으로 갔고 잠시 뒤 아들은 만족스럽게 방에서 나왔다.
"꿰맸어"
"하하 다행이에요"
왜 바지가 찢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이럴 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
엄마를 곁에다 두고 세탁소를 먼저 떠올린 직원이 민망했다.
# 생일 식사 약속
가족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사람이 많으니 어수선했고 이렇게 있다가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고 돌아갈 것 같다.
어머니 국도 길남 씨 이렇게 세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 6월 05일에 아들들 생일인 것 아시죠?"
"알아요. 지난번에 왔을 때 6월 05일 날 온다고 했어요"
"아! 그랬어요? 그렇게 약속을 하셨구나. 국도 씨도 알고 있었어요?"
"응. 생일에 온다고 했어"
"아 그랬어요?"
"네. 언제 와요? 몇 시에"
"6월 05일 날 올게요. 여기 집으로 11시까지 올게요. 어머니랑 아버지는 집에서 기다리시면 우리가 여기로 올게요"
"식당에 말해 뒀어요. 그날 시간 뺐어요"
"네 알겠습니다."
길남 씨의 전담직원에게도 카톡으로 약속날짜와 시간을 보냈다.
# 누나와의 대화
지난 장례식장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누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마당 한편에 앉아 있기에 자연스럽게 인사와 상의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입주 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 합니다. 혹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네. 아버지는 글을 잘 모르시고 어머니는 대화정도만 가능하니 작은아버지들이 하면 안 될까요?"
"그건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계시는데 작은아버지들이 하시는 건 좀..."
"예전엔 할아버지가 하셨거든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제가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요"
"다음 달 5일이 동생들 생일이에요. 그때 입주계약서를 가지고 올게요. 부모님들께 설명드리고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렇게 하시겠어요 그럼"
"네. 다만 누나가 계시니 설명을 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립니다"
대화가 이어지며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길남 국도 형제가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어디 학교를 다녔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물었다.
누나는 두 동생이 살았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평안보다는 불안을 희망보다는 걱정을 안고 살았던 것을 이야기했다.
직원은 준비해 간 연간지원계획서와 기록물을 꺼낼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되어 설명으로 국도 씨의 삶을 이야기했다.
새증평교회를 다니고 며칠 뒤 함께 생일파티를 할 것이며 작년 10월에 춘천마라톤대회에 나가 완주한 이야기와 별가살이 그리고 직장을 다닌 것과 지금은 구직활동을 계획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듣는 내내 누나는 아! 그래요? 그런 것도 해요? 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지금 순간이 누나에게 부탁을 해야 할 순간이라고 판단됐다.
"누나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좋아요. 길남 국도 형제가 군산에 놀러 가듯 갈게요. 딱 두 시간만 시간 내주세요. 동생들이 누나를 항상 그리워하는데 그때 잠시라도 만나서 차 한잔 마실 시간만 있으면 좋겠어요. 식사도 좋고요. 비용은 동생들이 냅니다."
"식사를 해도 차를 마셔도 누나인 제가 내야죠"
"비용 걱정 없이 청주 올 시간 걱정 없이 부담 가질 일 없이 누나가 시간을 잠시라도 내주면 두 형제에게 참 좋겠습니다. 누나가 동생들 만날 부담이 적어질수록 자주 볼 수 있고 그렇게 몇 년 지내다 보면 얼마나 가까이 지내며 살 수 있겠어요"
"그렇죠. 지금 당장은 뭐라 약속하긴 어렵지만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옆에 누나의 장성한 아들이 있다. 그 아들과도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이름은 우 주 외자로 주.
나이는 24세 군대를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밑으로 20살짜리 군대를 다녀오지 않는 동생이 있다고 했다. 동생이름은 우승민.
요즘 관심사가 뭔지 물었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핸드폰으로 자신의 옛날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고민도 이야기를 했다. 처음 서먹서먹한 대화를 이어갔지만 한참을 이야기 나누다 보니 "삼촌들이 군산에 오면 저도 엄마 따라 나갈게요. 함께 식사하면 좋겠어요"라고 말을 해줬다.
# 3대가 모인 점심식사
모든 가족이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49재에 쓰였을 고기와 전과 쌈과 국으로 상다리가 휠 것 같았다.
식사하는 내내 많이 먹어 많이 먹어 소리가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기사양반도 많이 먹어. 아들 많이 먹어. 천천히 많이 먹어.
늘 많이 먹어서 배가 남산만큼 나온 그래서 허리띠가 간신히 허리에 걸쳐 있는 두 아들의 모습이 부모의 눈에는 누나의 눈에는 그저 홀쭉한 사람으로 보이는가 보다.
두 형제는 밥 한 공기씩 뚝딱 해치우고 두 번째 밥그릇을 앞으로 가져갔다.
"이제 슬슬 출발할 시간입니다"
"아 그래요?"
"엄마 또 올게"
"길남 국도 조심히 가. 선생님 조심히 가세요"
"선생님 군산에서 만날 약속은 따로 연락드릴게요"
"기사 양반 수고했어. 조심히 가"
2024년 5월 28일 화요일 남궁인호
할아버지 49재에 국도, 길남 씨가 가족들과 함께하니 참 보기 좋습니다. 누나와도 살아온 이야기 나누며 군산에서의 만남도 제안하셨네요. 조카들도 함께 한다니 더 좋습니다. -다온빌
김국도 가족 24-1 할아버지의 장례식장
김국도 가족 24-2 ①할아버지의 49재 : "49재 날에 봐요"
김국도 가족 24-3 ②할아버지의 49재 : "다른 날 오시면 안 될까요?"
김국도 가족 24-4 ③할아버지의 49재 : "49재는 28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