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해군의 앤잭급 호위함[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거침없는 하이킥'을 구가해온 한국 수상함 수출에 잠시나마 비상등이 커졌다.
호주가 향후 10년 간 110억 호주달러(10조원)을 투입, 노후화된 구축함과 호위함 전력을 11척의 신형 호위함으로 대체하는 사업인 'SEA3000'에 한국이 스페인과 함께 후보군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일본과 독일이 수주 후보로 압축됐다. 애초 함정 등 특수선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한국과 일본이 각각 1곳씩 선정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국 호주가 일본과 독일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호주는 내년에 최종사업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 韓, '오션 4300'과 충남급 호위함으로 도전장
호주 정부는 이 사업과 관련해 11척 중 1차분 세 척은 최종 선정국 조선업체에서, 나머지 8척은 호주 국내업체 조선소에서 각각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첫 호위함을 취역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호주 정부는 지난 5월 한국, 일본, 독일, 스페인 등 4개국 조선소에 정보제공요청서(RFI)를 요청했다.
호주가 해당국 조선소에 후보로 지정한 호위함 모델로는 한국(HD현대중공업 '충남급 FFX 배치-3'와 한화오션 '대구급 FFX 배치-2'), 일본(미쓰비시 '모가미 30 FFM'), 독일(TMS의 'MEKO-A200), 스페인('나반티아 '알파(ALFA) 3000')로 알려졌다.
2023년 10월에 해군에 인도된 2800t급 신형 호위함 '춘천함'[HD현대중공업 제공]
이 가운데 충남급 호위함은 만재배수량 4300t(경하배수량 3597t), 전장 129m, 전폭 14.8m, 디젤-전기 및 가스(CODLOG) 추진 모델이다. 다기능 4면 위상배열레이더(AESA)체계와 한국형 수직미사일발사체계(KVLS, 32셀)를 갖췄다.
대구급 호위함은 만재배수량 3600t(경하배수량 3100t), 전장 122m, 전폭 14.2m로 CODLOG 추진 모델이다. 대구급 건조비용은 3000억대로 '가성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2019년에 열린 대구급 신형 호위함 포항함 진수식 장면[연합뉴스]
◇ 모가미, 차세대 다목적 호위함으로 강력한 공격력 구비 ... 스텔스 설계 적용
모가미급은 도입된지 각각 40년과 30년이 넘은 아부쿠마급(2000t) 호위함과 아사기리급(5000t) 호위함을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다목적 호위함(FMF)이다.
2019년부터 건조 중인 모가미급은 기준배수량 3900t(만재배수량 5500t)으로 지금까지 7척이 취역했다. 일본은 내년까지 12척을 건조한 후 이 사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2030년까지 방공호위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성능개량형(FMN) 모가미 호위함 12척도 건조해 취역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교도=연합뉴스]
모가미급 호위함의 특징은 강력한 공격력과 생존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도록 통합마스트를 설치하는 한편 함정 측면에 스텔스 설계를 적용했다.
모가미급은 전장 132.5m, 전폭 16.3m에 30노트(55.56km/h) 이상의 속력을 보유했다. 동력원으로는 디젤엔진과 가스터빈엔진을 탑재하는 CODAG 추진방식을 채택했다. ASEA레이더와 전자전용 패시브레이더 등을 갖췄다.
무장도 만만찮다. 최대 사거리 400km인 '12식' 대함미사일(8기), 근거리 함대공 '시램'(SeaRAM) 발사대, 함대공 미사일 '시스패로' 개량형인 ESSM(4기)이 각각 장전된 발사관 16셀을 갖춘 수직발사체계(VLS) MK51이 설치됐다.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육상자위대 주둔지에 배치된 12식 지대함 유도탄[교도=연합뉴스 자료 사진]
잠수함을 상대로는 12식 어뢰발사관(3연장 2기)와 초계용 헬기 SH-60L(1대)도 탑재됐다. 함미에는 기뢰를 매설할 수 있는 장비와 함께 기뢰제거용 무인 수상정(USV), 무인 수중정(UUV)도 운용한다. 또 기뢰 탐색을 위해 함수 하단에 소나를 장착했다. 함미에 대잠수함 작전을 위한 QQQ-25 가변심도소나, 예인소나(TAS)도 갖췄다. 또 함미에는 UAV, UUV, USV 장비가 설치되며, 모가미급은 이들의 모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ZZ-5 UUV는 길이 4m, 너비 50cm, 무게 950kg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로 작동한다. 이 UUV는 일본 NEC의 저주파 SAS와 프랑스 탈레스사제 고주파 SAS로 장비해 여러 가지 환경에서 기뢰를 탐색, 분류할 수 있는 능력도 구비했다. 이런 자동화 시스템 덕에 승조원 수는 여성(10명)을 포함해 90명에 불과하다.
3일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 조선소에서 해상자위대 신형 호위함 1번함인 모가미의 명명식을 겸한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교도=연합뉴스]
일본 방위성은 이번 수주와 관련해 2022년 처음 취역한 모가미형 호위함에 호주 정부가 요구하는 장비와 기능 등을 추가하는 형태로 함정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 獨 호위함 '대표모델' MEKO-A200 모델... 호주, 운용 중인 '앤잭급' 8척도 이 모델
MEKO-A200 모델은 독일을 대표하는 3000t급 호위함 모델이다. MEKO는 'Mehrzweck-Kombination'의 약자로, 다목적으로 조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표준화와 모듈화 덕에 운용국에 따라 무장ㆍ전자체계, 추진기관 등을 교체할 수 있어 건조비를 크게 절감하는 장점을 가진다.
독일의 MEKO-200A 호위함을 기반으로 건조된 호주 해군의 앤잭급 호위함[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현재 독일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그리스, 튀르키예, 포르투갈, 말레이시아, 폴란드, 남아공 등 17개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61척 이상 건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첫 국산 구축함 모델인 광개토왕급(DDH-1)의 설계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는 1985년부터 남태평양에서의 작전능력 향상을 위해 뉴질랜드와 함께 시작한 신형전투수상함(New Surface Combatant, NSC)사업의 결과물로 MEKO-A200를 토대로 앤잭급 호위함 건조에 나섰다. 이에 호주는 1995년 1호함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8번함을 취역했다. 이에 호주는 'SEA3000'사업을 통해 신형 호위함 건조 사업에 나선 것이다.
'시스패로우' 함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호주 해군의 앤잭급 호위함[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MEKO-A200은 만재배수량 3400t, 전장 118m, 전폭 14.8m에 18노트(33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최대항속거리는 1만km 이상이다. 레이더 시스템은 레이시언사의 AN/SPS-49(V) ANZ (C/D-밴드), 사브사의 9LV 453 TIR(G-밴드) 등을 갖췄다. 또 톰슨 신트라 스피리온 B Mod-5 센서 등도 구비했다.
무장으로는 함대공미사일인 ESSM 과 시스페로우가 장전된 수직발사체계(VLS) MK-41(Mod 5/Mod 8), 하푼 함대함미사일(16기)나 RBS-15 함대함/함대공미사일 등을 갖췄다. 또 5인치(127mm) 함포(1문)과 팔랑스 근접무기체계(CIWS), 324mm Mk-32 Mod 5 어뢰 발사관(3기) 등도 장착했다.
◇ MEKO-A200이 가격경쟁력과 선호도에서 우세...韓,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일본과 독일은 이번 사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합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일본 방위성은 이번 수주와 관련해 2022년 처음 취역한 모가미형 호위함에 호주 정부가 요구하는 장비와 기능 등을 추가하는 형태로 함정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인력 특히 함정 승조원 등 전문성이 필요한 병력이 절대 부족한 호주의 현실을 고려, 모가미 호위함이 기존 호위함의 절반가량인 90명으로 운용이 가능하고 소해 능력을 갖춘 점을 내세울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스즈쓰키'[교도=연합뉴스]
이들은 평화헌법에 따라 무기 판매를 자제해온 일본이 지난해 말부터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의 미국 수출, 영국·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의 제3국 수출을 허용하는 등 최근 무기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독일의 우세를 점친다. 이들은 무엇보다 모가미급보다 MEKO-A200이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 모듈형 설계를 원하는 호주로서는 기존의 앤잭급 호위함들이 MEKO-200을 기반으로 설계된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앤잭급을 지휘해본 상당수 호주 해군 고위 지휘관들이 '익숙한' 독일 함정을 선호하는 점도 수주 가능성을 크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일본이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HD현대중공업 제공]
한편 한국은 이번 호주 수주 실패를 교훈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구축함사업 수주를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소송전까지 불사하며 감정싸움을 이어가는 상황이 수주 실패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집안싸움을 하더라도 국익이 걸린 해외수주사업에서는 잠시 이를 멈추고 양보와 협력체계를 마련해 수주에 진력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실패를 교훈삼아 급증하는 함정수주사업에 두 회사가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선한의 Focus 밀리터리] 韓,10조원대 濠 신형호위함사업 수주 실패
첫댓글 안도와주네 됐음 숟가락 얹었을건데 되는게 없구만 현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