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편 ] 막 나가는 그들 #6

[어둠속양초_]

<6>






넓은 연극부서실이 혼잡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냉정함과 침착함을 잃어 본 적이 없을 것



같이 생겨먹은 박시후가 그 주인공이었다. 한참이나 넓은 부서실에서 방황하던 박시후는 아까 있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



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책이 아니라고 반박하려다가 써진 이름에 당황하며 뒤로 숨겼지만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본 상태였다. 나



의 표정은 ‘다 봤어.’라고 진솔하게 박시후에게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전 로맨스를 보지 않아요!! 제가 로맨스를 볼 이유가 없잖아요!! 새로 나온 추리소설이에요!!”



“요즘 추리 소설 제목은 ‘마누라vs남편’ 이라고 짓니?”



“...................”



“내가 알기로는 그 출판사는 로맨스 소설만 출판하기로 유명한 출판사 아니야? 거기다가 마누라vs남편 이라는 책은 얼마 전에



영화로 제작된다고 제작 발표회까지 마친 상태인 걸로 아는데?”





박시후는 세상 종말을 맞이한 사람처럼 허무한 표정으로 허공을 보고 앉아있었다. 적막에 쌓인 연극부서실에서 시후는 정신을



놔 버렸다. 괜히 그 모습에 내가 자라나는 새싹을 담배로 지진 기분이 들어 시후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괜찮아. 남자가 로맨스 보는 게 무슨 흠이야? 남의 취향에 대해 내가 반감을 가질 이유도 없고, 상관없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낮은 시후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응. 그렇게 생각해.”





시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니, 듣고 있는 건지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건지 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냥



나의 생각에는 듣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럼 너도 쉬어라. 나도 쉬련다. 오늘 자습은 귀찮다.”





뒤로 휙 돌아 의자가 있는 쪽으로 가려는 데 손목에서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시후가 나의 손목을 잡은 채 올려다보고 있었



다. 시후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리고는 반쯤 걸쳐있던 넥타이를 확 하고 잡아당겨 풀었다.





얘, 내 앞에서 뭐하니?





“안 웃어요?”





시후는 검은 눈동자로 나의 표정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뭐가?”



“뒤돌아서서 안 웃냐 고요.”





나의 무표정을 보더니 시후는 진심으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박시후가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이 내겐 웃긴 일이 되야 하



는가? 시후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생각할 무렵, 시후가 자신의 옆자리를 앉으라는 듯 탁탁하고 내리쳤다.





“그렇게 서있지 말고 앉아요. 목 아파요.”





시후는 방금 전만 해도 자신이 누워있던 4개로 이어붙인 의자에서 한 자리를 내어주었다. 다른 자리에서 쉬고 싶었지만 시후의



빛나는 두 눈을 거부할 용기가 없어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안 웃겨요?”





시후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 내가 액션물 좋아하면 웃을 거니?”



“아니요.”



“나는 여자애들이 웨딩피치의 웨딩드레스를 보면서 감탄할 때 나는 드래곤볼의 슈퍼 싸이어인을 보며 감탄했어. 애들이 세일



러 문 변신에 흥분해서 소리 질러 댈 때 나는 슬램덩크를 보면서 울고 있었어. 거기다가 요 근래에는 원피스에 빠져서 헤어 나



오질 못하고 있어. 그런 내가 널 비웃을 처지는 아닌 거 같은데.”





나는 무표정을 한 채 시후에게 말해주었다. 시후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피식하고 웃으며 크고 예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는 한참 만에 고개를 들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시후는 추리소설 작가라는 타이틀을 떼어놓고 봐도 멋진 남자였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체격에 젖을 먹지 않



았는지 젖살도 없어 날카롭게 뻗은 턱 선하며 사람을 설레게 하는 부드러운 눈동자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놀라긴 했어. 니가 로맨스 소설을 읽다니.”



“싫어요?”



“아니. 니가 읽는 건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 아까도 길게 말해줬잖아. 아무 신경 안 쓴다고.”





시후는 피식하고 웃었다. 이내 올라간 입꼬리를 커다란 손으로 가려버렸지만.





“신기하네요. 뭔가. 계속. 웃지 않고 싶은데 자꾸만 웃음이 나요.”



“왜?”



“모르겠어요. 뭐가 이렇게 웃긴 건지. 명색이 작가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뚜렷하게 표현해내지 못하겠어요. 하지만



그거 하나는 확실해요.”



“..............”



“시원하다는 거. 더 이상 답답하지 않다는 거요.”





시후의 표정은 말처럼 개운해보였다. 좀처럼 보기 힘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다가 아까의 경직된 태도와는 달리 행동이 자



유로워 보였다. 갑자기 저렇게 편해 보이는 까닭은 모르겠지만, 넥타이를 확하고 풀어 젖힌 후부터 묘하게 시후의 표정이 변해



있었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로맨스를 읽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이해되어지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것이 사실임



을 이어지는 시후의 말을 듣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해받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여태껏 단 한 번도 이해받지 못 했고요.”



“왜? 부모님이 싫어하셔?”



“매우 싫어하시죠. 아버지도 추리소설 작가세요. 추리 소설 부자 작가를 원하시지, 추리소설 작가 아버지에 로맨스 작가 아들



을 원하지 않으세요. 아버지가 경멸하는 장르가 로맨스거든요.”



“어째서.....?”



“사랑을 안 믿으시거든요.”





시후는 칼같이 감정이 전혀 베이지 않은 딱 부러진 말투로 대답했다. 무슨 말을 꺼내야할 지 몰라 시후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차마 왜냐고도 묻지 못했다.





“아버지에게도 그리고 친척들에게조차 이해받을 수 없었어요. 남자가 로맨스라는 낯간지러운 장르에 손을 담그는 것조차 경멸



스러워하셨고, 제가 로맨스를 보는 것조차 혐오하셨어요. 저희 집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제 로맨스 책이 불타오른다고 생각하



시면 되요.”





시후는 가볍게 웃어보였지만, 나는 안면 근육이 굳어버린 사람처럼 따라 웃지 못하고 입으로만 어색하게 하하 하고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렇다고 추리소설을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우선순위가 로맨스가 우위일 뿐이죠. 추리소설도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유



일하게 글로 바이킹 다는 기분을 낼 수 있는 장르라 추리라고 생각하거든요. 끊임없는 긴장감으로 말이죠. 하지만 로맨스가 쓰



고 싶고 로맨스를 보고 싶어요.”



“로맨스가..... 그렇게 좋아?”



“사랑 이야기잖아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서로의 삶에 베여가는 모습. 그냥 그 모습이 좋아요. 예쁘잖아요. 가장



사람 마음을 예쁘게 보듬을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구나.”





사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가슴 벅찰 만큼 사랑해본 기억도 없고, 아예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



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타공인 감정분실 인간형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디론가 감정을 반쯤 보내버린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남들이 100을 느낄 감정을 나는 무난하게 50으로만 느끼는 것이었다. 사랑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낯설어하고 있을 때, 시후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선배에게 이해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시후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내게 동생이 없지만 만약 동생을 가진다면 이런 기분일 것 같았다. 손을 들어 시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시후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나의 손을 내버려두었다. 천천히 눈을 나의 눈동자로 옮기며 따뜻하게 웃어 보였다. 순간 봄바



람이 스치는 것처럼 따뜻해졌다.시후에게 이런 느낌이 있었나 내심 놀랐다. 언제나 경호원 후드 티 바꿔 입히는 아시아 추리소



설 작가로 유명한 미친놈인 줄 알았더니. 제정신이구나.





“왠지 행복하네요. 그런 기념으로 제가 아끼는 책인데 가지세요. 저는 이미 10번이나 읽어서 대사를 모두 외워버릴 지경이거든



요.”



“어라? 저기!”



“선물이에요!”





시후는 나의 반응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마누라vs남편 이라는 생소한 로맨스 책을 나의 품에 안겨주고는 부서실 밖으로 걸



음을 옮겼다. 나는 얼떨결에 다소 처리 곤란한 책을 얻게 되었다. 시후가 나간 후 불이 환한 부서실 아래에 앉아 있었다. 적막이



머리끝까지 차올랐고, 귀가 멀어버린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가 나왔음에도 누워 자지 않았다. 무릎을 웅크리고 그 위에



턱을 괴고 앉았다.





“하아.”





쉬려고 들어왔다가 왠지 감당하지 못할 짐을 어깨에 멘 기분이었다. 하지만 썩 나뿐 기분은 아니었다.







**







강은재라고 했던가. 이름이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사내가 학교를 뒤집어 놨다. 은세혁이 교무실로 불려갔고, 강은재는 깁



스를 한 채 교무실로 불려갔다. 그리고 강은재의 학부모라는 사람은 교무실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은세혁의 걸작, 강은재 구타



사건이 이제야 불거진 것이었다.그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대체 그 것이 몇 주 전의 일이던가. 모두



가 잊어갈 무렵에 와서 발칵 뒤집는 뒤늦음에 당혹스러웠다.





“리나야. 너 담임이 오라는데?!”





이런 흉흉한 분위기에도 꼭 제 일 하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면 쌍절곤 같은 놈이랄까. 나는 자다만 몰골을 대충 손을 정리하며



교무실로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전해 듣던 바와 같이 교무실은 몹시 시끄러웠다. 거기다가 우리 담임 뒷자리에 난리를 치고



있었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를 연발해서 외치고 있는 교감과 진정하세요를 외치고 있는 체육 선생님, 그리고 이 죽일놈, 썩을



놈을 남발하며 은세혁의 머리채를 쥐려고 하는 아줌마 한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그 소란한 와중에 마치 제 일 아닌 것처럼 짜



증난다는 표정으로 아줌마의 손을 파리 쫓듯 쳐내고 있는 주인공인 은세혁이 보였다. 정말 돈 주고도 못 볼 구경이었다. 간만에



쌍절곤 착한 짓 했는데?





“무슨 일이세요?”





컴퓨터를 투박하게 두들기고 있는 담임에게 다가갔다. 담임은 시끄러운 지 얼굴을 찌푸린 채 나를 쳐다보았다.





“어. 그래. 리나 왔구나. 다름이 아니라 너만 수행평가를 안 냈더구나. 이게 무슨.......”



‘퍽-’





뒤가 시끄럽다 싶더니 등 뒤에서 아줌마 핸드백이 날아다니고 주먹이 날아다니더니 기어코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강도로 무언



가가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아!!!!!!”





나의 비명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확 몰렸다. 뒤로 돌아보니 아줌마가 당혹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러



브 캣의 상표로 보이는 귀여운 핸드백으로 나의 머리를 후리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아줌마는 마치 없었던 일처럼



다시 은세혁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려고 덤비셨다. 지금 얻어맞고 사과도 받지 못한 건가.





“너 따위가 아무런 죄도 없는 우리 아들을 때려??!! 그 것도 깁스할 정도로??!! 이런 거지같은 새끼!!! 어??!! 니가 깡패야? 깡패



새끼야!! 어디 야구 방망이로 머리를 후려??!!!”



“댁의 아들이 야구 방망이로 제 머리 후렸다고요.”





저러다 혈관 다 터져 죽겠다 싶을 정도로 열을 올려서 악다구니를 써대는 아주머니와 이제 슬슬 열 받는 지 얼굴을 구기는 은세



혁이 보였다. 그러나 은세혁의 말을 믿어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교무실에서는 은세혁에게 사과하라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비는 선생님과 기고만장한 아줌마가 있었다.





“사과해! 은세혁!”



“너 정말 정학 먹고 싶어?!”



“사과하라고! 얼른!! 니가 잘못한 거잖아! 어머님께서 너의 진실된 사과와 치료비만 주시면 정학까지는 막아주신다고 하니까



얼른 사과해!”



“야구 방망이가 강은재 꺼였다는 증거가 어디 있어!! 강은재 꺼였다는 증거라도 있으면 내가 인정하마!!”



“그래!! 내 아들 야구 방망이었다는 증거 있어??!! 증거도 없는 게 어디서 거짓말이야!! 이 거지 같은 새끼가!!!”





선생님들의 한 소리, 한 소리가 모여 교무실을 더 시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은세혁의 ‘강은재, 저게 먼저 시작했다고.’ 라는 말



은 수많은 선생님들의 짜증이 섞인 사과를 강요하는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누구도 은세혁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리나야, 리나야!”





선생님의 나를 툭툭 치셨다.





“네?”



“머리 맞은 건 괜찮니? 수행평가 말이다.”



“쌍... 아니, 담임 쌤, 잠시만요. 해야 할 일이 있네요.”





나는 뒤로 휙 하고 돌아 은세혁과 대치중인 아줌마와 선생님들 사이에 불쑥 들어섰다. 그리고 힐끔 돌아 선생님과 두 팔을 번쩍



치켜들다가 선생님들에게 붙들려 마치 포효하기 직전의 고릴라같은 자세를 하고 있는 아줌마를 보며 말했다.





“아줌마, 사과는 제가 먼저 받아야할 거 같은데요?”



“뭐?! 넌 또 뭐야?!!”



“아줌마 핸드백에 머리 맞았거든요. 여기 학생인데....... 무고한 학생이 그 거대한 가방에 머리를 후려 맞았어요.”



“근데 그게 어쨌다는 거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내 아들이 죽어갈 판인데!!!”





뒤로 힐끗 보니 아들이라는 작자는 이런 상황에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 있었다. 나라면 우리 엄마가 교무실에서 날뛰는 걸 본다



면 부끄러워서 기절하려고 할 텐데. 참으로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놈이었다.





“증거는 없고, 증인은 있는데요.”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증인이 어디 있다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비켜!!”





체육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소란스럽게 떠들어대는 아줌마의 앞에 섰다. 얼마나 고함을 질러댔



던지 얼굴에 피가 쏠려 있었다. 이러다가 어머님 죽겠다 싶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잖아요. 증인.”







**







귀찮은 일에 끼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꼴이 하도 가관이다 보니 끼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아줌마의 가방만 나



의 머리를 후려치지만 않았어도 참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사과는 커녕 목에 핏대를 세우는 꼴이라니. 안 그래도 수학공식



안 외워지는 나의 머리통에 죽어간 뇌세포를 생각하면, 아줌마와 파이터를 떠도 시원찮을 판이었다. 내 말이 진실이라는 각서



까지 쓰고서야 할 말이 없어진 선생님과 강은재 모자였다. 처음에는 은재의 방망이로 다른 누군가가 후려쳤을 수도 있다고 말



했지만, 은세혁이 얼굴을 봤다는 말에 다들 할 말이 없어졌다. 강은재 모자는 아랫입술이 찢어져라 질겅질겅 씹어대며 교무실



에서 물러갔다. 한바탕 할 작정으로 왔으면서 하이힐은 무엇이며, 아래, 위로 빼맞춘 여성복은 뭐란 말인가. 허리케인에 머리만



빠트렸는지 엉망인 머리 스타일과 균형도 못 잡는 하이힐로 멀어져가는 아줌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주 쑈를



하고 있다. 강은재는 목발을 짚고서 절뚝절뚝 걸어갔다. 내가 증인이라고 나선 후 단 한 번도 말이 없던 은세혁은 사건이 다 해



결된 후에 교무실을 나서며 강은재에게 딱 한 마디 했다. ‘내일 결석하지 마라.’ 라는 말을 들은 강은재는 목덜미까지 새하얗게



질려보였다. 어쩌자고 죽을 각오로 은세혁에게 덤빈단 말인가.





‘툭-’





머리가 묵직하다 싶어 뒤로 돌아보니 넥타이를 단정하게 메고 있는 가슴팍이 보였다. 위로 고개를 올리니 은세혁이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미안. 별로 끼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 아줌마가 가방으로 내 머리통만 안 후렸어도 나도 복수 안 했어.”





은세혁의 성격이 하도 개차반 같다보니 왜 자신을 도왔냐고 날뛸 것 같아서 미리 선수 쳐 사과했다. 도와주고도 사과하는 나의



꼴이 웃겼지만,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느니 웃기고 말겠다 싶었다. 하지만 은세혁은 아무런 말도 없이 머리에 손을 올린 채 나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손을 내리던지, 말을 해주던지. 둘 중에 하나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은세혁의



닫혔던 입이 열렸다.





“......미안할 건 없고.”



“아, 그런가.”



“소원 있으면 말해라. 내가 가능한 거면 들어 줄 테니까.”





내가 은세혁에게 소원이라. 잠시 은세혁을 쳐다보았다. 은세혁의 키가 커서 목이 아파왔다. 처음에는 여유롭던 은세혁의 표정



이 점점 굳어갔다. 손은 이미 나의 머리에서 떨어진 지 오래였고 어느새 고개를 삐딱하게 꺾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른 말



안 하면 소원이고 뭐고간에 한 대 칠 분위기였다. 은세혁에게 과자를 사달라고 할 건가, 아니면 밥을 사달라고 할 건가.





“얼른 말해라. 3.”





내가 가장 오늘 필요한 게 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재촉하니까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2.”





무엇이 좋을까. 내가 가장 이 순간에 필요한 것.





“1.”





내가 교무실에 왜 왔더라?





“땡.”





은세혁의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 나는 냅다 생각나는 단어를 소리 질렀다.





“수행평가!!!!!!!!!!!”







......................쉣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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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더불어.........



.........후후 이거 개그 소설이 아닙니다.....

순정이에요..........<-...진심?



ㅎ천재임돠님/ 오렌지빛하늘님/ 짱먹어라님/ -뽀애버러뷰-님/ 미니홈피님 /
감사합니당 ㅎㅎ

[구라여친]

1빠다ㅋㅋㅋㅋㅋㅋㅋ낄낄낄=_= 재밌어용ㅋㅋㅋㅋㅋㅋㅋㅋ

[ㅎ천재임돠]

ㅋㅋ 소설 너무 좋아요~~!!!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앗쭈]

ㅎㅎㅎㅎ한편한편진짜너무너무재밌ㅇ ㅓ요! 다음편기대만빵~!!!!!!!!!!?

[오렌지빛하늘]

재미있어요~

[잼나 소설]

꺄악 너무 재미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잘 읽고갑니다!!!>_<

[-뽀애버러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나

[깊은숲속옹달샘]

아 왠지 리나 맘에들어. 수빈이랑 틀리면서도 비슷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