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쓴 글에 누가 호텔쪽 글도 써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마침 그 이후에 몇달간 호텔관련 일을 하게 되면서 나도 새롭게 배운것도 있고, 생각도 정리가 되고 해서... 오늘은 호텔 관련 얘기나 좀 해볼려고 한다.
'호텔 산업' 은 호텔 메니지먼트랑 부동산 분야가 완전히 다르게 나누어지고 각 분야의 지향점, 특징, 전문성 등등 뭐 하나 겹치는게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보통 사람들은 '호텔' 했을떄 이불 갈아주고 밥 만들어서 팔고 손님오면 환하게 웃는걸 생각하데 이런 일에 집중하는건 호텔 메니지먼트 사업이고, 나같은 땅쟁이들은 땅에다가 건물 짓는데 더 집중을 하고 일단 지어놓으면 앞에 일은 누군가가 잘 하겠지 하는게 보통이다.
이 설명이 어려웠으면 좀 더 쉽게 설명해줄까?
신라호텔 주인이 삼성인건 다 알지? 그러면 삼성동에 있는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누구 소유일까? 영국에 있는 인터콘티넨탈 호텔 본사? 정답은 떙. GS 그룹이다 (GS건설 소유였다가 지금은 리테일 소유인가 그럼...)
그러면 그 맞은편 파크하얏트는 미국 하얏트 그룹 소유일까? 땡 현대산업개발이 주인이다.
얼마전에 이세돌이 바둑둬서 확 뜬 광화문 포시즌 호텔도 주인은 미래에셋으로 따로있다.
위에 예시에선 신라호텔만 예외적으로 소유주가 직접 경영을 하는 형태이고 나머지 호텔들은 주인은 따로 있고, (GS, 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 등) 앞에 붙은 인터콘이니 하얏트니 하는 회사들은 그걸 운영만 하는 회사들이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고 매우 비싼 수수료를 때간다 (한 20%?)
그러면 삼성은 혼자 똘똘해서 직접 운영을 하고 GS나 미래에셋은 빙구라서 수수료를 떄이는 걸까? 당연히 아니다. 해외 브랜드 체인에 운영을 위탁하면 그 비용만큼 장점도 있다.
일단은 운영 노하우와 기법등이 있다. 요즘 시내 특급필지에 건물을 지으면 프라임 오피스 아니면 특급호텔 이 두가지 건물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각자 장단점이 있기는 한데, 저울질해 본 결과 일단 호텔로 짓기로 했다면 운영하는게 걱정이다. 프라임 오피스는 B2B로 3년에 한번씩 계약하니까 그렇게 일이 많지 않다. 많이 과장하면 청소/경비 같은 노동 집약적인 인력은 빼고 운영인력만 쳤을때 SFC같은 건물 하나 굴리는데 10명 남짓이랑 전화기 몇개만 같다놓으면 차고 넘친다.
그렇지만 호텔은? 청소/경비/식당 같이 아웃소싱할 수 있는 건 다 아웃소싱 한다고 쳐도 호텔만의 고유 서비스 인력도 필요하고 자체 회계/관리 인력도 필요하고 마케팅도 해야되고...등등 특급호텔 1개를 운영할려면 못해도 중견기업 하나쯤 되는 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일도 그만큼 복잡하고 리스크도 크다. 이건 아무나 맨땅에 해딩한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해본적이 없으면 막막한게 당연하다. 이럴떄 힐튼이니 하얏트니 IHG니 하는 체인에 운영을 몽땅 맡겨 버리면 간편하고 확실하다.
그 다음은 인지도. 우리나라 사람이야 신라호텔그러면 다 알지만 외국인은 어떨까? '시,,,쉴라? 얘네 뭔데 지네가 한쿡에서 제일 좋은 호텔이라 우기고 이렇게 비쌉니까? 난 여기 들어본적 업쑵니다!' 하기 십상이지만 '포시즌이요' 그러면 거기가 좋은 호텔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순 인지도를 넘어서서 '아 콘래드! 그러면 거긴 XX가 있고 XX서비스를 해 주겠군' 하는 식으로 전세계적으로 일관된 시설과 서비스를 기대하게 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체인 호텔들이 끌어오는 자체 고개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이런 호텔 체인들은 저마다 상용고객들한테 일종의 마일리지 프로그렘 같은걸 제공하고 있는데, 평균 10-15박을 하면 1박을 무료로 묵을 수 있게 되 있다. 당연히 힐튼에 포인트를 모으는 사람은 한국에 올 일이 생겼을때 힐튼 계열에 묵고 싶어할테고, 하얏트에서 무료숙박을 모으는 사람은 자연스래 하얏트 먼저 찾게 마련이다. 요즘은 이런 자체 loyalty 고객이 채우는 수요도 무시할 수 없어서, 서울시내 호텔같은 경우 3-40%는 이런 고객들이라고 카더라. 조선호텔같이 짬밤좀 찬 호텔은 스스로 장사해도 할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노하우가 싸였음에도 이 메리트 때문에 여전히 웨스틴 딱지를 달고 있다. 아 물론 이런 경우는 위의 경우처럼 경영을 다 맡기는건 아니고 거의 이름만 빌리는거에 가깝고, 당연히 수수료도 그만큼 더 싸다.
자 대충 이쯤 읽었으면 호텔은 운영하는 회사 따로 / 주인따로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고.... 그래서 요즘 호텔을 새로 짓는 디벨로퍼(혹은 주인)는 자연스레 계획단계에서 부터 어떤 브랜드를 붙일까 염두해 두고 컨택도 하는게 보통이다. 어디 비즈니스급 호텔에도 못미치는 건물을 지어놓고 포시즌같은 최고급 체인에 가서 '내 호텔 맡아줘!' 한다고 씨알이 맥힐리 없고, 반대로 반얀트리 뺨싸다구 갈기는 초특급 호텔급 시설을 지어놓고 윈담 같은데 가서 계약하는것도 웃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호텔은 왜 짓는걸까? 몇가지 이유를 들 수 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게 돈이 좀더 되기 때문이다. 상술했다시피 서울시내 특급 필지에 커다란 건물을 새로 올린다 그러면 용도는 오피스 아니면 호텔일 수 밖에 없다. 각자 장단점이 있는데, 오피스는 비교적 운영이 쉽고 안정적이다 (한번 계약하면 보통 3년씩 간다. 웬 호구 하나만 잘 잡으면 앞으로 3년간은 임대료가 꾸준히 들어온다는 뜻이다)는 장점이 있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는 썩 돈이 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호텔은 머리 터지게 복잡하고 힘든 일이고 리스크도 높다. (당장 내일아침에 정은이가 미사일 날리면 관광객이 훅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움을 꿋꿋히 이겨내면 오피스 보다는 돈이 되는 편이라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오피스 보다는 호텔을 선호한다.
<여기부터는 조금 위험한 이야기>
라고 교과서에는 써 있는데, 우리나라는 약간 다른 경우를 따져봐야 한다. 서울시내에 있는 많은 호텔들은 저런 이유만으로 지어진게 아님. 위에 호텔이 수익성이 좋다는 얘기는 비교적 최근 얘기인데, 서울시내 특1급호텔중에 2000년대 이후에 지어진 호텔들, 그러니까 콘래드, 포시즌, 파크하얏트, 쉐라톤디큐브, 동대문 메리어트 정도에나 해당되는 얘기다. 이들 호텔중 누구나 이름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 주인인 호텔은 파크하얏트랑 포시즌 밖에 없다. 그마나 포시즌은 미래에셋이 주인이기는 하지만 부동산 펀드로 돈 끌어와서 지은거니까 진짜 주인은 펀드에 돈넣은 너,나,우리라고 봐야되고 나머지 호텔들도 마찬가지로 거의 개인기업에 가깝거나 투자의 대상으로 지어진 호텔들이다.
재벌가들이 가지고 있는 유명하고 명망높은 호텔들, 그러니까 신라, 롯데, 인터콘, 리츠칼튼, 르네상스, 그랜드 하얏트, 힐튼, 반포 메리어트등등을 보면 대부분 옛날에 8-90년대 (IMF 직전까지)에 지어졌다는걸 알 수 있는데, 이 시대가 어떤 시대냐? 돈을 은행에만 넣어놔도 연간 수십%씩 이자가 붙던 시절이고, 호텔 말고 재별기업들 주력 계열사에 가보면 훨씬 돈잘버는 사업들이 많던 시절이다. 호텔을 부지매입부터 해서 건물을 올릴려면 꽤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데, 그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 투자대비 10%쯤 수익이 난다 그러면 요즘에야 넙죽하고 땡큐하겠지만, 고도성장기에는? 글썌다 호텔이 그만큼 매력적인 사업이었을까? 호텔은 한번 지어놓으면 사업이 성장하지 않는다. 방이 새끼쳐서 늘어나지 않기 떄문이다. 물가가 순풍순풍 오르면 거기 따라 객실료라도 올릴수 있겠지만 성장률은 높은데 물가상승은 낮은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80-90년대!) 호텔 그거 완전 호구짓 아니냐?
여기서 누가 음모론 좋아하는 나한테 매우 솔깃한 얘기를 해주는데 '그거 다 재벌 비자금 확보용이야!' 라는 거다. 호텔을 하나 지으면 거기 붙어서 기생할 수 있는 사업이 무수히 많다. 당장 관련도가 높은 여행사 같은 사업도 있을 수 있겠고, 청소/경비 같은 인력을 아웃소싱 하는 회사도 있다. 하다못해 호텔에 식자재를 납품하는것도 꽤 액수가 큰 짭짤한 사업이고 각종 소모성 용품을 납품하는 회사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일들을 하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사업을 따오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회장님 아들/딸/처조카/사촌이 출동하면 어떨까? 심지어 이런 회사들은 대부분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비상장이라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착실하게 현금을 벌기도 좋다. 뭐 좀 더 마음쓰면 본업인 호텔은 저자를 볼정도로 팍팍 가격을 잘쳐줘서 그 손실은 다른 호구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들한테 나눠주고 그렇게 번 캐쉬는 모두 자기 주머니에 넣는것도 가능하겠다. 요즘도 이런 관행은 거의 고쳐지지 않았는데, 호텔에서 결혼식 하면 꽃 끼워판다는 얘기 들어봤지? 호텔에서 결혼할라 치면 밥값은 깍아줘도 꽃은 무조건 사야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꽃집이 전부다 웁웁웁웁!!!!
쓰다보니까 완전 변죽만 올렸는데, 호텔 디벨로핑 하는 과정이랑 브랜딩, 나중에 매각하는 얘기는 다음에 다른글에서 쓸게. 그것만 따로 쓸래도 한참 써야 될 것 같다
첫댓글 마지막 부분이 흥미로운데 더 이야기를 안해주네... 밀레니엄 힐튼도 한창 시절에 대우 소유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글 읽고 나니 일리 있는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