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부동산얘기 쓸거니까 집 생각하고 온애들은 빠염.
우리나라 집값이 싸다! 같은 소리 하면 어디가서 돌맞기 좋지만 오피스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지 화를 안내더라. 그래서 부담없이 말하건데 우리나라(서울) 오피스 임대료는 세계적으로 싼축에 속한다. 뉴욕/런던/도쿄/홍콩 같은데랑은 비교할 수 도 없고 심지어 상하이/베이징 보다도 낮고, 중국 기타직할시 (청도/선전)이랑 노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한국 시장이 꼬딱지 만하냐? 그러면 그것도 아니고, 따라서 외국계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할때 의외로 '사무실 임대료가 싸다'는 점을 메리트로 인식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임대료'라면 벌벌떠는게 DNA에 각인되어 있는 한국인과는 달리 외국인들은 '그만하면 싼거지!'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대료에 지갑을 보다 잘 여는 경향이 있고, 관리하기도 편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프라임 오피스를 짓는 디벨로퍼들은 외국계 기업을 입주시키는데 사활을 건다. 그래서 당연히 외국인들이 입주하기 좋은 위치가 프라임 오피스의 1차 조건이 된다. '아니 그러면 외국인 입주하기 좋은 동네가 남들 살기도 좋은 입지지, 입지 좋은데 외국인 없는 동네가 어딧음?'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있다. 도쿄가 딱 그렇다. A급지는 전부다 일본계 부동산 회사들과 대기업들이 입주해 있고 외국계 금융사, 전문서비스업 등도 A급지의 임대료가 부담스러워서 B급지로 몰린다.
외국인들이 입주하기 좋은 위치는 서울에서 CBD, YBD (여의도) GBD 딱 세개 밖에 없다. 교통도 교통이고 호텔, 컨밴션등 기반시설도 이들 지역말고는 괜찮은데가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지도다. 시내야 뭐 어느 도시를 가나 믿고가는 CBD고 강남, 여의도는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들어도 '아 거기! 높은 빌딩도 사람 살기 좋은 곳 맞지요?' 라고 생각하는 반면 '마...마포? 거기는 뭐하는 뎹니까? 요..용싼? 삼각지??!?! 버뮤다 트라이앵글?!?!"...인지도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그래서 프라임 오피스가 되는 제 1 조건은 시내, 여의도, 강남 셋 중에 한곳에 위치해야 할 것 이다. 제2 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여기서 문제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제2 롯데월드를 롯데 자체 수요만으로 100% 채우지는 못할거고 저층부는 임대를 줄 계획으로 알고있는데, 롯데가 저렇게 사활을 들여서 지어놓은 건물이 서브프라임 오피스 딱지 받으면 아주 개쪽이 될거다. (단, 마천루 프리엄은 항상 존재해왔다. 어쩌면 그걸로 극복할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시내, 여의도, 강남 중에서도 입지가 좋은 편이고 건물이 덩치가 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시내라도 이면도로 구석탱이에 있는 쪼그만한 건물을 프라임 오피스라고 불러주는 사람은 없다. 돈을 처발라서 그 건물에 대리석을 깔고 인테리어를 초호화판으로 해도 그 건물은 그냥 구석탱이 건물이다. 지하철 역과 직결되면 제일 좋지만 시내에는 그런 입지가 없고, 최소한 가깝기라도 해야 된다. 길도 대로변에 똭! 붙어있는편이 좋고 기왕이면 이웃 건물들도 자기랑 비슷한 동급의 프라임 오피스인 편이, 난쟁이들 옆에 있는 것 보다 좋다. 크기는 규모의 경제로 인한 편의시설의 차이 문제도 있지만, 인지도와도 연결되는 문제인데, 인지도가 세번째다.
세번쨰 인지도가 왜 중요하냐면, 속칭 뽀대가 나기 떄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오피스'는 필수품이지만 '프라임 오피스'는 사치제다. 솔까말 가오 신경 안쓰면 서울 외각이나 은평구, 도봉구 같은데 창고같은거 빌려다가 책상좀 깔아놓고 일해도 된다. 고객/협력사 접근성? 어디 왔다갔다 할 일 있을때 마다 기사 딸린 벤츠를 보내줘도 임대료보다 싸게 친다. 왜? 아예 제주도로 이사가고도 장사 잘하는 회사도 많잖아? 대신, 고객이 그런 창고같은 사무실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가 문제다. 특히 금융업 같은 경우 이놈이 먹튀를 하지는 않을지, 건실한 회사이기는 한지 여부가 중요한데 뽀대나는 값비싼 프라임 오피스에 사무실을 차렸다 그러면 이런 걱정은 어느 정도 해소된다. "아니 딱 들으면 알지 그걸 모르는 놈이 어딨냐?" 할 수 있는데, 이름 들어보기 어려운 외국계 회사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OCBC 은행? 그런거 처음들어보는데? 뭐하는 듣보잡 은행이냐?" 했을때 "SFC 입주산데요" 그러면 "아 그래? 듣보잡은 아니겠군!" 하는 식이다. (OCBC 은행은 싱가폴에서 아주 잘나가는 은행이다). 또 손님보고 어디서 만나자 그랬을때 인지도 높은 건물은 귀찮게 일일히 위치를 설명 안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오피스 입장에서는 고객 '물'을 관리하기도 하고 벽에 뭐 그림을 처 붙이다던가 앞에 분수대를 설치하고 루미나리에를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리려고 발악을 한다. 최근 트렌드는 지하 식당가를 맛집위주로 꾸며놓으면 임대료도 받고 인지도도 올라가서 개꿀이라는걸 발견한 관리회사들이 식당가지고 인지도 싸움을 하고 있다.
네번째는 건물의 기본 골조/구조 문제가 있다. 도심에 건물 짓는게 돈 한두푼 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련히 알아서 잘 짓지만 가끔 너무 옛날에 지은 건물이거나 오지게 재수 없는 상황에는 가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조적 결함이 나오기도 한다. 인테리어나 / 배관 / 송배전 / 통신 같은건 돈을 들이 부어서 고칠 수 있지만 기본 골조가 장애면 건물을 부수기 까지는 손을 댈 방법이 없다. 종X역 근처에 외관이 멋진 어떤 빌딩의 경우 천장이 너무 얇고 쳐낼수도 없는 내력벽을 쓸대없이 많이 만들어 놔서 넓은 공간이 통쨰로 안나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그 좋은 위치에 건물을 지어놓고도 임대료가 비실비실거린다. 광화문 교X타워 같은 경우에는 위치, 인테리어, 인지도 등등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오피스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데 설계 당시보다 상주 인원이 훨씬 증가하는 바람에 출/퇴근 시간에 출입구,엘리베이터, 계단이 미어터지고, 그 바람에 임대료가 빌빌댄다. 그 건물을 지을 당시에는 적절한 상주 인구를 바탕으로 설계를 했겠지만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임대료가 오르면서 회사들이 1인당 주는 면적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 사단이 난 것이다. (사무실에서 1인당 주어지는 면적은 예전보다 지금이 더 넓지 않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주변만 봐서 그런 것이다. 옛날에 사원들 업무환경이 닭장이었다가 지금은 좀 여유가 생긴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놓고보면 크게 줄어든게, 7-80년대에 임원들한테 주어지는 개인 사무실 면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 당시 상무 사무실이 지금 사장 사무실보다 컷다).
다섯번째는 주차다. 네번째랑 마찬가지로 부동산 짓는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주차도 잘 고려를 해서 짓지만 아주 특수한 사정으로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한 빌딩이 나오는 경우가 가끔있다. 입주사 직원들은 커녕 임원들 앞에도 주차장이 안나올 판이면 실격이고, 기본 예선은 통과했더라도 주차장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SFC가 지은지 좀 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제왕의 자리에서 안내려오는데는 초월적인 주차 댓수도 한몫을 하고 있고, 그랑 서울이 SFC 뺨싸대기를 후려갈기며 새로 제왕이 되려고 깝치는 배경에도 주차댓수가 넉넉하다는 점이 있다.
근데 여기까지 쓰니까 졸려서 자야 겠다. 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