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호텔썰을 풀었는데, 같이 보면 좋은 구석이 있으니까 읽고 오면 더 좋다.
보통 외국 부동산쟁이들이 리조트라 그러면 콘도(영어로 condominium은 그냥 아파트인건 알지?), 스키장, 골프장 등등을 다 포함해서 뭉뚱그리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골프장이 워낙 아웃라이어 해서 골프장은 따로 치는 분위기고 스키장도 결국은 콘도 장사니까 우리나라에서 '나 리조트 개발해요' 하면 결국 콘도 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콘도의 개념부터 좀 알아야 하는데, 호텔과 콘도 모두 숙박시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호텔은 주인이 한명인 반면, 콘도는 그걸 쪼개서 여러 사람한테 분양을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안에서 밥을 해 먹을 수 있네 없네 같은건 무시해도 좋을 아주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다) 처음 콘도 회원권 장사를 생각해낸 사람은 틀림없이 '경치 좋은 곳에 별장을 지으면 좋긴 한데, 1년 내내 사는 것도 아닌데 돈을 많이 들이면 아깝잖아? 집도 아닌데 1년에 몇일 안오니까 한 10명이 돈 모아서 하나 사는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을거다.
시내에 지어지는 호텔은 오피스 보다는 리스크가 있는 대신 수익이 좀 더 나는 편이라고 했는데, 거기 비하면 리조트는 주로 물좋고 공기좋은 시골에 지으니까 호텔과 비교가 안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단편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주자면, 요즘 용평리조트가 버치힐 테라스랑 올림픽 선수촌을 분양하고 있는데 버치힐 테라스(고급 콘도)는 평당 1700,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100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거든? 공사비는 평당 고급은 3-400, 싸게 지으면 2-300이면 짓는데 용평리조트가 처음에 그 땅 살때 땅값이 얼마나 했을까? 눈알 튀어나오는 하이 리턴인 대신, 망하면 쓸대 없는 산꼴짜기의 땅과 짓다만 폐건물만 남는 하이 리스크 사업이다 (시내에 건물 짓다가 쫄딱 망해도 그 땅은 쓸대가 많으니까 다시 팔 수 있다.)
콘도는 그래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전액 자기자본으로 개발하기 보다는 회원을 모집해서 회원들한테 방을 파는데, 한 사람한테 하나를 다 팔 수 도 있고 (이건 비교적 최근에 생긴 방식이다) 어짜피 집도 아닌거, 한 5명이나 10명한테 하나씩 팔 수도 있다 (이걸 1/10구좌, 1/5구좌 라고 하는데 옛날 방식이다). 이 회원권을 산 회원들은 이게 자기 재산이 되니까 당연히 이 회원권 값이 오르면 좋고, 그러기 위해서는 콘도가 최대한 복작복작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이 좋으니까 알아서 열심히 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판 콘도 회원권 비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도 꽤 중요한 문제인데 예전에는 이걸 부채로 인식했다.(회원제, 또는 맴버십이라고 그런다) 회원 모집 광고 같은거 보면 '5년 뒤 전액 반환 보장!'같은 문구를 본 적 있을텐데 그 기간동안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대신에 회원으로써의 혜택을 누리는 셈이라고 치면 된다. 가끔 계약서 마다 다르지만 회원이 원할떄는 언제든지 돈을 돌려줘야 되지만, 회원이 원하지 않으면 콘도 측에서는 먼저 상환하겠다고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걸려 있는 경우도 많이 있었는데, 이는 회원권이 나중에 프리미엄이 붙으면 초기 가입비를 반환받는 것 보다 세컨마켓에서 파는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콘도를 판 업체 측에서는 일단, 대규모 리조트를 건설하고 싶은데 마땅히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으니까 (말했다시피 리조트는 리스크가 크다. 부동산 개발은 보통 담보를 잡아서 대출을 받으면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지만 리조트는 예외다), 일단 콘도회원권을 팔아서 자금을 조달하고 콘도외 수익 (분양안하고 회사 보유분으로 가지고 있는 콘도, 수영장, 스키장, 기타 부대시설, 식당 등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먹자! 라는 생각이다.
이 방식의 문제는 회원들이 리스크를 진다는 데 있다. 콘도가 장사가 잘되서 회원권에 프리미엄이 붙거나, 하다못해 약속된 기간 뒤에 회원가입비를 돌려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망하면 그 돈은 돌려 받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회원권 입회금은 채권 변재순위에서도 많이 밀리는 후순위 채권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인데 회원들한테는 약간의 혜택만 콩고물 처럼 나눠주고 리스크를 나눠 가지게 하는 방식으로 인식되었다. 이 정도만 해도 양반이고 , 일부 악질들은 (리조트 개발엔 특히 조폭들이 많이 관여했었다) 아에 처음부터 먹튀를 계획하고 회원권을 분양한 다음에 회사를 부도내고 튀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웬만한 대기업 계열 콘도가 아니면 회원제는 잘 사지 않으려고 한다. (근데 웃기는 점은 대기업들은 회원제 콘도를 분양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소유권을 일부 넘겨주는 방식으로 많이 장사를 하는데 이걸 등기제 혹은 오너쉽이라고 한다. 이렇게 회원권을 팔면 회원과 회사 사이에는 부채관계가 아니라 부동산을 사고 판게 되기 때문에 이는 매출로 인식이 되고 원가를 뺀 만큼이 고스란히 순이익에 반영이 된다. 당연히 이쪽이 재무재표가 좀 더 아름답게 나오기 때문에 위에서 말했듯이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른 회사들이 대기업 계열사들은 이쪽을 더 선호한다.
회원 입장에서는 등기제로 구입을 하면 말 그대로 그 콘도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콘도 회사가 망하던 어쩌던 간에 내 재산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운영사가 망한 콘도가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 대신 부동산에 준하는 등기 절차를 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고 재산세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수천~수억원에 달하는 콘도 회원권을 사는 사람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물론 등기제라고 해서 무조건 장점만 있는것은 아닌데, 등기제는 말 그대로 소유권이 회원한테 넘어갔기 떄문에 원금 보장이 안된다. 회원제 콘도는 운영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입회금을 일정 기간 (5년 아니면 20년이 보통이다) 후에 액면가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지만 (세컨드 마켓에서 프리미엄이 붙는건 논외로 치자) 등기제는 그런게 없다. 운영사가 되사주지도 않을 뿐더러 알아퍼 세컨드 마켓에서 처분을 해야 하는데 프리미엄이 붙으면 좋지만 시세가 분양가 보다 떨어질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여간 어찌 됬건 일단 콘도 회원권을 사면 내 꺼니까 막 들어가서 써도 되냐? 라고 할 수 있는데 ㄴㄴ. 그래도 돈을 내야 한다. 일종의 관리비 개념인데 왜 내가 집주인이어도 관리사무소에 아파트 관리비는 꼬박꼬박 내는 것 처럼, 콘도 주인은 나지만 청소해주고 관리해주는 비용조로 이용할떄마다 돈을 내야 한다. 이게 그 싼 '회원가'이고, 비싼 비회원가는 '관리비 + 임대료'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매번 이용할 떄 마다 돈을 내는건 1/10이나 1/5구좌 처럼 여러명이 한 콘도를 공유하는 콘도일 때 얘기고, 요즘은 1/1구좌 (업계용어로 풀구좌라 그런다. 진짜 1사람 앞에 명의를 다 등록하면 1가구 2주택에 걸리기 떄문에 보통은 가족이나 부부 명의로 나눈다)라는게 생겼는데, 이건 그냥 자기 집이라고 보면 된다. 자기 짐을 갖다놔도 되고 거기서 365일 살아도 뭐라 그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대신 다른 손님을 안받으니까 쓰던 말던 1년에 얼마씩 정해진 관리비를 꾸준히 내야 한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호옹이, 콘도를 한 1/10이나 1/5 구좌로 사면 싼 가격에 필요한 날만 갈 수 있고 합리적이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현실은 정 반대다. 1/10 구좌 밑으로는 아예 거래가 안된다고 보면 되고 1/10구좌도 파리가 날린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1) 풀구좌의 경우 1년 365일 내 집 처럼 쓸 수 있는 반면 1/10구좌의 경우 1년에 보장된 숙박일은 30일에 불과하다. 1/10구좌나 1/5구좌 같은 공유제 콘도는 365일이 아니라 300일로 나누는게 업계 표준이다. 365/10 = 36.5인데 6.5박은 어디 갔냐 그러면 이건 회사가 먹는거다. 사기 같지만 처음 계약서가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 뭐라 할 말은 없다. 가격은 풀구좌가 1/10구좌의 10배가 딱 정직하게 나오는데(혹은 그 미만) 실제 가용 일수는 12배가 나온다.
2) 1/10구좌는 1년에 30박을 보장한다 그랬는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꿈나라 이야기고 실제로는 예약이 더럽게 어렵다. 1/10구좌라면 한 방을 쓰는 회원이 나말고 9명 더 있다는 건데, 내가 쓰고 싶을때나 이 사람들이 쓰고 싶을때나 시기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바닷가는 당연히 여름에 가고 싶고, 스키장은 겨울에 가고 싶다. 1년에 30박을 준다고 해서 이런 성수기에 30박을 다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고, 박터지는 추첨을 해야 된다. 그나마 평일은 양호한데 다른 회원들은 직장 안다니고 애들은 학교 안가남? 너도나도 주말, 연휴, 명절에 가고 싶어하니까 내 돈 주고 산 콘도라도 연휴나 명절에 가보는건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았다.
3) 풀구좌 콘도는 1/10구좌랑 달리 짐을 갖다놓을 수도 있고 내 집처럼 꾸미는 재미가 있다. 스키장이면 버거롭게 스키 들고 왔다갔다 할 것 없이 내 콘도안에 놔두면 되고, 차 좋아는 사람의 경우 콘도 주차장에 자기 차 가져다 놓고 주말마다 드라이브 삼아 콘도까지 가서 한숨 자고 차 바꿔가지고 와도 된다.
4) 이건 좀 웃긴건데, 풀구좌는 1년 365일 내집처럼 아무대나 들어갈 수 있으니까 콘도 운영사가 꼼수나 얌체짓을 부릴 수 가 없다. 근데 1/10구좌의 경우 정당한 회원들에게 방을 내주지 않고 돈이 되는 비회원한테 그 방을 먼저 팔아도 회원이 이를 알아채기 어렵다. 위에 성수기 예약이 특히 힘들다고 되어 있는데, 다른 회원이 이때 예약하는 바람에 예약이 안된거면 양반이고, 일부 악덕 업주들의 경우 아예 이때는 매크로마냥 회원들한테는 '아이쿠 죄송합니다. 다른 회원님이 먼저 예약을 하셔서....'라고 둘러대고 비회원한테서 비싼 성수기 요금을 받는 짓거리를 할 수도 있다. 어짜피 10명씩이나 되는 회원들이 일일히 전화해보고 물어봐서 확인 할 수 없는 거 아니까..... 물론 빼박캔트 범죄지만 이런 놈들이 분명히 있었다.
풀구좌같은 고급 콘도가 대세가 될 거라는 예측은 많이들 했는데, 콘도는 아무리 싸도 (1/10구좌 같은거) 수천 만원씩은 한다. 순순히 여가생활에 그만한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단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한 부유층이라고 봐도 되는데, 위에 말한 단점들이 이런 부유층들의 요구를 전혀 충족시켜 줄 수 없기 떄문이다. 중산층 까지는 돈을 아낄 수 있다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지만, 부유층 부터는 돈을 더 내고서라도 더 양질의 혜택을 찾는게 당연하다. 물론 가격이 싸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어짜피 여행은 사치제다. 비싸면 안가면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