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589) - 축제를 즐기며 떠올린 상념
어지러운 세상, 불안한 시국을 견디며 2017년도 어느덧 11월에 접어들었다. 갑작스런 한파로 잠시 움츠렸지만 곳곳에 축제분위기가 넘친다. 그런 가운데 불쑥 접한 유명 연예인의 돌발사고가 평온한 일상에 작은 충격을 안겨준다. 이를 반영하듯 카톡에는 그의 죽음과 관련된 증상에 대한 대응처방이 여러 곳에서 날아든다.
누구에게나 예측하지 못한 사고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직접 겪은 사례, 십 수 년 전 국도에서 눈길에 스친 차량이 도로변의 좁은 하천으로 곤두박질하였다. 하천의 폭이 좁아 승용차는 전복되지 않고 바닥을 훑으며 멈춰 섰으나 폐차할 만큼 크게 부서졌다. 탑승자는 모두 무사. 며칠 전에는 침대에서 잠자던 중 바닥으로 떨어졌다.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머리가 쿵 하는 것을 느끼며 뇌진탕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경고에 움찔하였다. 그러면서도 일상은 평온하고 활기차다. 동분서주로 보낸 한 주간의 소묘를 간추린다.
1. 사촌과 함께한 고향나들이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내는 사촌이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광주를 찾았다. 서울에서 모처럼 내려온 발걸음, 기왕 온 김에 고향에서 하루 묵기로 하였다. 수시로 찾는 선운사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낙조가 아름다운 고향바다로 향하였다. 일행은 광주에 사는 사촌 동생 내외 등 세 쌍. 어렸을 때 해수욕과 조개잡이로 자주 들른 바닷가, 지금은 1종항구로 개발되어 해안에서 1km쯤 떨어진 작은 바위섬 너머까지 방파제로 연결되어 흰색과 붉은색의 등대가 두 개나 설치된 큰 포구로 변신중이다. 50여 년 전 그 바위섬에 들어가던 중 밀물에 휩쓸려 사고를 당할 뻔한 아찔한 추억이 서린 곳을 백발 흩날리며 걷는 발걸음에 만감이 교차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인근해수욕장 주변의 백합죽이 별미다. 10년 전 가족행사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서린 곳, 그 솜씨 오래 간직하여라.
산사의 숙소에서 TV로 중계하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람하는 동안 여성들은 맑은 밤공기 마시며 정담을 나누느라 분주하다. 아침 식사 후 느긋하게 산사주변을 돌아보는 산책코스가 운치 있다. 단풍으로 유명한 정읍의 단풍미인 한우음식점에서 점심을 들고 KTX로 함께 서울 행, 집안의 장점인 화목과 우애를 다진 좋은 시간이었다. 그 전 주말에는 홍천에 사는 사촌여동생이 광주를 찾아 이틀간 묵으며 고향 인근 명승을 함께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하나님이여, 가문으로 화목한 가운데 공의와 정직을 따르게 하소서.
환한 하늘에 은은한 단풍, 잘 익은 감이 주렁주렁 열린 선운사 풍경
2. 걸으면 해결 된다
해마다 10월말이면 송파구 장지동에서 국제걷기대회가 열린다. 금년으로 23회째. 지난 금요일(10월 27일) 저녁, 전야제로 국제걷기인의 밤 행사를 가졌다. 장소는 을지로5가에 있는 라마다 호텔. 주최 측인 한국체육진흥회 회원들과 일본, 러시아, 대만, 스위스 등지에서 온 걷기동호인들 100여명이 함께 한 친선무대다. 이 자리는 지난봄에 걸었던 제6회 조선통신사 서울-도쿄 한일우정걷기 결과보고회도 곁들였다.
한일우정걷기 멤버들이 탄천을 함께 걷고 있다
걷기행사는 주말(10월 28일과 29일)에 열렸다. 행사 장소는 송파구 장지동의 가든 파이브 광장. 첫날은 장지동에서 성남비행장 주변을 돌아오는 코스, 둘째 날은 장지동에서 탄천과 한강을 돌아오는 코스다. 걷는 이들의 취향에 따라 5km, 10km, 25km, 42km를 걷는 이 행사에 멀리서 찾은 외국인은 물론 천여 명의 남녀노소 동호인들이 맑고 포근한 날씨 속에 활기차게 걷는 모습이 보기 좋다. 러시아에서 온 소년이 행사장을 누비며 사탕을 나눠주는 행동이 귀엽고 주최 측의 봉사자들이 하루 종일 차를 끓여 참가자들에게 대접하는 성의가 고맙다. 나는 이번으로 네 번째인데 스위스에서 온 아디(애칭)는 22회째란다. 작년에 이 행사에 참가한 후 적은 글의 제목은 ‘걸으면 해결된다.’였다. 때마침 일본 걷기동호인들과 함께 걸으며 피켓 들고 등재를 주장한 한국과 일본의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기억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낭보가 전해진다. 이러저런 걷기를 통하여 우리 앞에 산적한 과제들이 시원하게 해결되면 좋겠다.
3. 꽃밥 먹고 국화향기 맡다
10월의 마지막 날, 광주전남 정우회(옛 체신부, 정보통신부 직원들의 퇴직자모임)의 가을철 문화탐방행사에 참여하였다. 이 행사에 몇 년 째 참여하여 탐방기를 적는 것으로 일익을 담당한다. 이날 참가자는 남녀 퇴직자 90여명, 두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오전 8시 반에 충청북도 청주시의 대청댐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아침에는 약간 쌀쌀하였으나 낮에는 포근하고 맑은 날씨, 중간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세 시간만에 버스는 청주시 외곽의 허브농장에 도착한다.
첫 일정은 허브농장을 돌아본 후 그곳 식당에서 점심을 드는 것, 1973년부터 한국에서 처음으로 허브재배를 시작했다는 상수허브랜드에서 허브 잎 씹어보고 꽃차도 마시며 허브향기산업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홍보담당자를 통해 알게 된 허브상식, 허브의 왕은 로즈마리이고 여왕은 라벤다란다. 점심메뉴는 꽃밥, 생명의 유전정보를 간직한 씨앗에서 갓 발아한 싹을 잘라 만든 허브꽃밥은 신선도와 함께 활력, 항산화, 항노화물질이 그대로 녹아 있는 영양식품이라는 직원의 설명이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꽃밥, 남은 인생도 꽃처럼 아름다워라.
화려한 꽃밥처럼 더러는 그러한 삶이어라
점심을 든 후 12시 반에 주목적지인 청남대로 향하였다. 청남대는 1983년부터 대청호반에 자리 잡아 대통령의 공식별장으로 이용되다가 2003년 4월에 일반에 개방되었다. 총면적 60여만 평의 넓은 공간에 대통령이 머물던 본관을 중심으로 골프장, 헬기장, 양어장, 정원, 산책로 등이 잘 갖추어진 쾌적한 휴식공간이다. 헬기장을 중심으로 10월 23일부터 11월 12일까지 국화축제기간이어서 평일인데도 많은 관광인파로 붐빈다. 두 시간여 머물며 국화축제현장을 살피고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본 후 본관과 골프장 등을 지나며 서민들에게 주어진 대통령의 공간에서 우리가 감당하고 타개할 여러 방책을 염원하였다. 하늘이여, 겨레와 대통령에게 난국을 헤쳐 나갈 지혜와 경륜을 주소서.
첫댓글 와~~~예쁜 그릇에 꽃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