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의 편견
주강홍
못이 튕겨 달아났다
불꽃과 함께 망치의 마찰음이 귀를 스치고 날아갔다
비행의 방향과 각도로 저 구석을 어림해 본다
수직과 수평이 만나서 뾰족한 각을 이루고
낮은 것들이 모여서 반등을 꿈꾸는 그곳
팔의 한계까지만
시간이 삭아 주저앉은 먼지 속에
잡동사니들이 스스로 정체를 밝히지만
숨겨진 저항의 속내는 쉬이 찾아지질 않는다
염탐의 경계를 벗어나면 모반의 꿈은 위험하다
반작용의 저항으로 구부러져
날카로운 날을 어둠에서 키우고
어느 발뒤꿈치를 노릴지 모르는 감춰진 눈빛
은둔의 숲을 헤치고
장애물을 치우며 수배령을 내려도 존재는 아득하다
트집을 키워준 한 때처럼
방심은 언제나 허점의 끝에 도사린다
느닷없이 파고드는 약점에 절룩이며 피 철철 흘리던 한때의
기억
튕겨 나간 것들
대가리가 깨져 본 것들
괘도를 벗어난 것들의 편견, 온 구석을 헤맨다
못1
얻어맞기 알맞게 대가리를 키웠습니다.
맞은 것만큼 상처를 주기 위해 날을 세웠습니다.
급소를 얻어맞고 자지러지는 목재의 깊숙한 곳에서
아픔의 끝은 날카롭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간격을 겨냥한 먹줄 위에서
낯설게 튼튼히 박혀야 하는 것도
비로소 그것도 제자리임을 알았습니다.
두 개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원래 하나가 두 개여야 했습니다.
지금 어느 깊은 상처를 위하여
적당한 대가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못의 미학
나는 못과 함께 살았다.
곁에 두고 습관으로 매만지고 끝을 다독이며 못같이 살았다.
쇳내를 풍기고 막다른 벽을 향해 몸을 던지는 저항을 저것들에게 배웠다.
튼튼히 박혀 생존을 구했고 약한 곳을 파고들어 남의 생살 속에 제자리를 찾기도 했다.
망치를 들고 바람을 나부끼며 거푸집을 둘러보는 정복자의 품세는 위풍도 당당하다 그래서 내가 나서면 합판 위에 못들도 애써 피한다. 앙증맞은 대가리를 언제 내려칠지 모르기 때문에 모두가 미리 납작 엎드린다.
얻어맞아야 순해지고 제자리를 찾는 것은 사람이나 똑같다. 힘 앞에 자빠질 땐 동작도 빠르다.
세상 어디쯤에서라도 나를 두려워한다는 것이 있다는 것은 존재의 확인 속에서 제법 폼 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타점을 향해 내려 꼽는 망치의 경쾌함을 오죽 사랑한다.
임팩트가 강할수록 음절은 짧다. 목재의 탄성이 손아귀에 전해오고 심장으로의 전율은 감당이 어렵다
경험은 지혜다. 능숙한 자와 서툰 동작은 멀리 소리로도 구분한다. 얼핏 예비동작에서의 차이도 안다.
합판 위에서 뒹구는 균형 잡힌 화음, 허공의 비계 위에서 목공의 악보처럼 내리꽂는 망치 소리는 교향곡보다 거룩하시다.
진격의 북소리 같은 공명은 심약한 가슴에 강한 메시지로 온다
생살을 앗기고 못을 받아들이는 목재의 역할처럼 작용과 반작용이 조합하여 벅찬 감당을 견딜 때도 많다.
나누어진 것을 하나로 묶고 벌어진 틈을 채우는 동안 세상의 균형을 이루고 수평을 다짐하는 제법 군자 같을 때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못 냄새를 풍기고 못같이 뾰쪽하게 살았던 이미지는 나의 몫이다.
단단하고 강하고 공격형이어야 한다. 언제나 준비된 자세로 상처를 구한다.
남의 자리를 차지하고 당당히 버티는 처세도 못을 닮았다.
그래서 이만큼만 살아남았다.
가끔 장도리에 뽑혀 구부러지기도 하고 끝이 닳아 뭉개지기도 하지만 단순하고 우직한 품성은 어쩔 수 없는 형극이다.
항복점에서는 누구나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아무쪼록 야무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위태하며 단단하다.
울음은 약자의 변명이다, 세상의 등짝에 못을 치는 일은 늘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