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환갑(회갑)인 셈이다.
어릴 때 맛난 음식들 높게높게 탑처럼 쌓아올린 상차림 앞에
허연머리 할아버지가 앉아서 절을 받으시던 기억과
떠들썩한 동네잔치가 생각난다
몇날몇일이나 계속되던 회갑잔치.
이젠 회갑잔치를 하는 사람들은 못봤다
회갑맞은 친구들끼리 혹은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으로 많이들 대신하는 것 같다
친구들과의 여행계획은 올해안에 갈 수 있을런지.....
년말엔
넷플릭스 자작나무 벽난로 화면 틀어놓고
불멍을 즐기기도 했다
탁탁 나무 타는 소리까지 더해지니
따뜻한 불 앞에 앉아있는 기분이 제법 난다
자작나무가 왜 자작나무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시간
짠딸이 해준
크리스마스 리스 닮은 샐러드와 마늘듬뿍 스테이크로
멋과 맛을 내기도 했다
모든 허물을 덮어주려는 걸까
연말에 내리기 시작한 눈이
새해에도 제법 내려 환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뒷산 옆 공터에 주택단지
지붕에 얹힌 눈들로 더 포근하게 보인다
역시나
1일부터 뒷산 둘레길은 아이들차지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썰매를 타는 모습이 활기차고 좋다
짠딸이 어렸으면
엄마아빠 저기 끌려나가
늦은 밤까지 엄청 시달렸을 텐데 하며
웃었다
스키시즌에 주야간권 티켓팅하면
거의 야간 끝나는 시간까지
슬로프를 누비던 생각이 나서 또 웃었다
이젠 다칠까봐 스키는 사양이다
눈길좀 걸어보자고 둘레길 나가봤더니
언덕은 눈썰매로 다져놔서 미끌미끌 조심스럽다
가만히 살펴보니
알록달록한 것들이 눈위에 떨어져있다
뭔가 봤더니 아이들타는 플라스틱 눈썰매가
마찰에 의해 닳아서 떨어진 잔해들이다
타이어가 마모되듯
플라스틱 썰매가 마모되어 떨어진 것이다
눈이 녹아 물로 흘러 들어가면
동물들한테 해가될 듯 하여 마음이 편치않다
마모되지 않는 눈썰매 만들 수 없을까요?
오랫만에 걸어본 눈길
비탈길이 나오면 다리에 힘이 주어지면서
자칫 미끌어 넘어질까 조심조심
눈길 오랫만에 걸어본 걸로 만족하고
당분간 산책길은 쉬기로 한다
회갑 맞은 여인은 이젠 조심스럽답니다
삶은 고구마 단번에 먹질 않으니
자꾸 뒹굴다가 상할 것 같아 썰어 말리기로 한다
넓은 채반이 없으니 움푹한 소쿠리 총동원해서 말리기 작전
도서관에서 새해 원단에 연락왔다
작년에 빌려간 책 반납일 되었다고....
헤~~ 그러고 보니 해를 넘겨 반납하는 거네
올들어 첫 도서관 나들이로 한보따리 들고 온 책
2주동안 책과함께 뒹굴거릴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코로나 백신으로 얼른 자유로워졌으면
2021년도는 무조건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