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8 연중 제17주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1-15
그때에 1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 곧 티베리아스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는데,
2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라갔다. 그분께서 병자들에게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3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앉으셨다.
4 마침 유다인들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였다.
5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다.
6 이는 필립보를 시험해 보려고 하신 말씀이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하시려는 일을 이미 잘 알고 계셨다.
7 필립보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8 그때에 제자들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9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0 그러자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곳에는 풀이 많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장정만도 그 수가 오천 명쯤 되었다.
11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물고기도 그렇게 하시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주셨다.
12 그들이 배불리 먹은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13 그래서 그들이 모았더니,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
14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하고 말하였다.
15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우리 밥집 벽에 걸린 '오병이어 기적' 그림을 보며, 오늘도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 보여주시는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공감과 연대와 나눔으로 함께 해주는 착한 이웃들, 우리 식구들 배불리 먹고도 남을 빵을 만들어준 좋은 친구들 고맙습니다.
1. 요한복음서의 표징(semeion)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요한 2,11)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도 오천명이 넘는 군중을 배불리 먹이시는 표징으로 예수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하고 말하며' 예수님을 믿고 따릅니다.
오병이어 빵의 기적은 하느님의 능력(dunamys)으로 일어난 구마기적들과 치유기적들과 함께 다가온 하느님 나라의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 참된 행복과 기쁨과 평화와 자유, 영원한 생명의 표징(semeion)입니다.
2. 오병이어 표징에 이어 '생명의 빵에 관한 담화'에서(6,26-71) 빵의 기적은 '영원한 생명의 빵'에 대한 표징임을 보여주십니다. 에집트 노예생활에서 해방시키실 때에는 육신의 양식을 위한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셨지만, 이제 예수님께서는 육신의 양식 뿐만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주십니다. 이 빵의 기적이 일어난 때가 '마침 유다인들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였다'는 사실이, 이 기적이 단순히 물질적인 차원을 넘어 성체성사, 곧 영원한 생명의 빵에 대한 표징임을 보여줍니다.
장차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당신 자신을 인류의 영원한 생명을 위한 빵으로 내어주실 것을 보여주십니다.
믿는 이들은 죄와 죽음에서 해방되어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을 보여주십니다.
3. 오병이어 표징은 성체성사에 대한 표징입니다. 매 미사의 성찬례에서 우리는 이 표징사건을 기념하며 영원한 생명에 참여합니다. (요한복음서에서는 최후만찬 때, 공관복음서들의 '성체성사 제정' 자리에 성체성사의 의미를 보여주는 '세족례'가 들어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제사와 부활로 영원한 생명의 빵, 성체성사는 실현되었습니다. 믿는 이들은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합니다.
4. 그리고 믿는 이들은 최후만찬 세족례 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의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삽니다.
사랑의 새 계명, 곧 공감과 연대와 나눔의 마음을 소흘히 하지않을 때, 오병이어 표징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납니다.
'좋은 이웃고마운 마음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우리 밥집에도 매일 오병이어 빵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새벽에 가마솥에 밥을 하고 국을 끓일 때면, 신이 나 손발은 불난 호떡집 왕서방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고, 가슴에는 탁트인 소리꾼처럼 노래소리 절로 납니다. 마음은 화려하게 차려입고 춤추는 접신한 무당같습니다. 춤추고 노래하는 온 몸은 땀으로 푹 젖지만 텅 빈 가벼운 마음은 날아갈 듯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신나게 새벽밥을 짓는 사람은 역경 속에서도 노래부르며 춤추는 신이 난 하늘이 보입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 보입니다. 오병이어 빵의 기적이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