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기 - 도과
< 질문 >
도서출판 행복한 숲에서 발행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도과는 있어도 도과에 든 자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에 관하여여 질문 드립니다. 그리고 아라한은 있어도 아라한이 된 자는 없다고 말하는데 혹시 두 가지 말이 같은 뜻인가요?
도과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기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진아와 무아는 어떻게 다른가도 궁금합니다.
< 답변 >
‘道果는 있어도 道果에 든 者는 없다.’는 것과 ‘아라한은 있어도 아라한이 된 자는 없다’는 것은 같은 말입니다.
道果는 열반을 의미합니다. 道는 지향하는 것으로 길을 뜻하며, 果는 결과에 이른 것으로 상징적으로 열매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완성을 말합니다. 이것을 피안으로 건너갔다고 하는데 이것이 열반입니다.
열반은 의식이 끊어진 상태라서 이르기는 해도 들어가는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열반에 이르는 도의 과정과 열반에서 벗어나는 과로 나눕니다. 이것은 직접 체험을 하신 부처님에 의해 밝혀진 깨달음의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정신적인 단계를 언어로는 충분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일반적 특성인 무상, 고, 무아라는 것을 알아 집착을 끊었다는 것입니다. 이때 무아를 알지 못하면 결코 집착을 끊을 수 없습니다.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 자아를 강화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느낌에서 갈애가 소멸되어 집착을 하지 않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연기의 고리가 끊어진 것입니다.
여기서 무상은 항상 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는 불만족을 말합니다. 아무리 얻어도 만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아라는 것은 마음에 自我가 있어서 이것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음은 있지만 항상 조건에 의해서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무아를 이해해야 ‘도과는 있어도 도과를 얻은 자’는 없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아이기 때문에 ‘깨달음은 있어도 깨달은 자’가 없다고 합니다.
도과는 하나의 정신적 상태이므로 이것을 얻은 자아를 가진 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내가 도과를 얻었다거나, 또 도인이라는 말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나라고 하는 자아가 개입되면 아직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는 있어도 부처가 된 자가 없다’는 말을 함께 쓰기도 합니다. 이 말은 부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자아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나의 몸이라고 하는 것이나, 내 마음이라고 하는 것을 有身見이라고 합니다. 나는 부르기 위한 명칭이지 부처님의 깨달음의 정신세계에서는 개아, 진아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라고 하는 것이 있으면 집착을 버릴 수가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괴로움을 겪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아의 반대가 자아이며 이 자아를 가진 견해를 유신견이라고 합니다.
만약 다시 태어날 때 자아가 있다면 환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아가 없다면 재생을 하는 것입니다. 환생이나 재생이나 윤회를 하는 것에 있어서는 같습니다. 그러나 환생은 힌두교의 교리이고, 재생은 불교의 교리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은 매순간 일어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찰나생, 찰나멸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무아입니다. 무아이기 때문에 다음에 태어날 때는 내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업의 굴레가 유전하여 과보로 태어나서 재생이라고 합니다. 이때의 마음을 재생연결식이라고 합니다.
무아는 언어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기존의 생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수행을 해서 이 단계의 지혜가 나야 비로소 무아를 압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전에서는 무상, 고, 무아가 기본 진리입니다. 그러므로 무아와 상반되는 진아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더 이상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진아를 주장하는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종교마다 주장하는 견해가 다르므로 상대의 견해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아 이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묘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