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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 매일 일반 공무원 90여 명 '청사 방호' 투입
'유족 안전', '직원 보호' 명목…오전 6시 30분부터 3교대 근무
참사 당일 구청 당직실엔 직원 5명 배치…구청 방호엔 수십 명 동원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직무 권한을 회복한 가운데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구청장실 앞에서 유족들이 박 구청장의 출근 저지 행동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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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 석방 이후, 용산구청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출입을 막기 위해 하루 90여 명씩 일반 공무원을 동원해 '구청 봉쇄'에 나선 사실이 확인됐다. 박 구청장 측은 보석 직후 유가족과 협의해 만나겠다고 밝혀왔지만, 실제로는 구청 문 잠그기에만 열중했던 셈이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용산구청은 지난 19일 '청사방호 근무자 명단 제출 및 직원 안내 협조 부탁' 메일을 각 과에 보내 업무 분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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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계속 청사 내 유족분들이 시위하고 계셔서"라며 "오늘(19일)까지는 감사, 기획조정실, 행정지원국 직원들로 3개 조 90여 명씩 청사방호 근무를 했다"고 적혀있다. 이미 수십 명의 직원이 동원됐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일과 21일에도 각각 102명의 인원을 요청했다.
△오전 6시 30분~11시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3시~7시, 3교대로 청사방호에 나선다는 교대 시간도 명시됐다. 차출 대상으로는 "근무가 계속되면서 문화경제국, 생활지원국 직원들 협조 부탁드린다", "목, 금 근무는 도시관리국, 안전건설교통국 직원들로 편성할 예정"으로 구청 내 직원들이 총망라됐다.
'2층 민원실 정문·후문', '광장 야외 입구 민원인 안내', '지하 2~5층 민원인 안내' 등 구체적인 업무장소는 물론, '상황 발생 시 근무지원 현장 채증' 등 업무내용도 명시됐다.
실제 취재진이 찾은 구청 출입구와 청사 외부 등에는 직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비가 내렸던 지난 21일, 청사 야외 광장에 있던 직원은 우산을 쓴 채 의자에 앉아 있었고, 지하 주차장에는 또 다른 직원이 습한 날씨에 연신 부채질하며 출입구를 지켰다.
다음날 오전 6시 30분쯤 다시 찾은 용산구청에는 직원들이 구청 광장 입구까지 보초 서듯 일정 간격을 두고 서있었다. '전 직원이 청사방호에 동원되는 일이 통상적인 일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한 직원은 "저기 안(청사 정문)에는 민원인보다 혹시 유족이 들어오려고 하면 막아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청사 정문에는 이태원 참사 유족 2명이 앉아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를 촉구하며 시위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구청 직원 4명이 출입문 앞에 앉아있었고, 이들 맞은편에도 직원 서너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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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 구청장 업무 복귀 첫날인 지난 8일 출근 저지 행동에 나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단체 등 30여 명은 구청장실 문을 흔들고 면담을 요구하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13일과 14일에도 일부 유가족이 구청장실 보안문 파손을 시도하는 등 직원들과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이태원 참사 유가협과 단체 대부분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태원 특별법)' 촉구 활동에 전념해 구청 앞에는 유족 3명이 2명씩 교대로 나와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용산구는 박 구청장이 보석 석방 후 업무에 복귀한 지 일주일만인 지난 15일부터 정문을 봉쇄하는 등 청사 보안을 강화했다.
당시 경찰에 기동대 투입까지 요청했던 구청은 "14일 용산경찰서로부터 출입 개소 최소화, 자체인력 활용을 통해 질서유지를 하라는 '용산구청 시설물 자체 관리 강화요청' 공문을 받았다"며 "유가족의 안전과 직원 보호를 위해 청사 보안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한 구청 내부 인사는 "일주일에 450여 명이 투입되는 걸로 안다"고 했다. 올해 1월 1일 기준 용산구청 인력은 866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구청 방호에 투입된 셈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협 송진영 대표직무대행은 "(구청 앞에서 농성 중인) 현수 어머니와 통화했는데, 구청 직원들도 사실은 지시받아 나와서 막고 있지만 마음은 어머니들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더라"며 "용산구가 박 구청장 신변 보호를 위해서 공무원을 90여 명씩이나 동원하는 건 공권력 낭비"라고 규탄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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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용산구청은 유족의 안전과 직원 보호를 위해 이러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청은 "(지난 22일) 유가족이 후문을 통해 (구청장실로) 가려 했던 것으로 안다"며 "소수의 인원이 올라가는 것을 통제했느냐 (하면) 그건 맞다"고 설명했다.
구청은 '종합행정타운 청사 시설물 방호계획'에 따른 조치라며, 보안담당관(행정지원국장)이 최종 결재권자라고 전했다. 구청 관계자는 "방호계획은 비공개"라며 "일반적으로 시위대 규모 등에 따라 계획을 세운다"고 밝혔다.
구청은 하루 투입 인원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답했다. 또 향후 청사방호 계획에 대해서도 "유족 동향에 따라 기한이랄 것이 없다"고 답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게다가 앞서 용산구청은 "유가족과는 시기와 방법을 협의해 만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유가협 송진영 대표직무대행은 구청으로부터 대화 시도가 전혀 없었다고 밝히고 있어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이태원 참사' 당일, 용산구청은 당직사령과 당직보좌관, 당직 주임 3명 등 총 5명이 근무했다. 재판과정에서는 '이태원 차도, 인도에 차량과 사람이 많아 복잡하다'는 민원 전화를 받고 현장 출동을 준비 중이던 당직 근무자들이 박 구청장의 지시로 정부 비판 전단을 떼러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법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다.